아이 키우느라 골병은 들었지만

우리 까꿍이가 어린이집에 입학했습니다.
까꿍이 형이 2년이나 다니던 곳이고 같은 동에 있는 어린이집이라 여러 가지로 편리하고 선생님이랑 시설이 좋아서 믿고 아기를 맡깁니다. 까꿍이는 한 이틀 낯설어하더니 어린이집 가는 걸 좋아하고 친구들이랑 너무 잘 놀아서 진즉에 보낼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쉬를 했다든가 하는 의사표현이라도 할 때 보내려고 만 24개월이 될 때를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어제는 어린이집에서 깍두기를 담는다고 까꿍이 앞치마를 보내달라고 해서 무슨 아기가 김치를 담나 해서 웃었습니다. 그래도 양념을 넣은 깍두기를 조그만 통에 담아 왔는데 아기 손톱만 한 깍두기가 제법 맛이 나더군요. 물론 선생님이 다 하시고 흉내만 냈겠지요.
무를 플라스틱 칼로 썰고 양념을 하는 모습을 찍어서 카톡으로 보내왔는데 김장하는 아기들이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모릅니다.  또래집단에서 어울려 노는 것이 즐겁고 행복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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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한이랑 까꿍이 두 명을 동시에 어린이집이랑 선교원에 보내야 하는데 밥 먹이고 씻기고 옷 입히고 하는 일에 손이 많이 갑니다. 아기 둘이 장난치고 노느라고 협조를 안 하니까 옷 하나 입히는 데도 한이 엄마랑 둘이서 한 사람은 잡고 한 사람은 옷을 입히고 해야 합니다. 그런 후에 아이 둘을 손잡고 집을 나와 아래층에 있는 어린이집에 까꿍이를 먼저 데려다주고  한이는 선교원 버스를 태워서 보내야 합니다.

아이들이 일찍 일어나서 한 시간 정도 책도 읽어주고 장난감을 가지고 같이 놀다가 준비를 해야 하는데, 놀다가 보면 아이들에게 세수하자고 해도 노는데 열중하느라 안 하려고 합니다.
그럴 때 한이를 부르면서
“오늘은 한이가 일등으로 세수하자~”
이러며 세수하러 가자고 하면, 한이는
“일등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하면서 점잖게 거부를 합니다.
식탁에서도  밥만 열중해 먹는 게 아니라 놀아가며 먹으려고 해서 빨리 먹자고 재촉하면
“밥은 마지막으로 천천히 먹는 게 좋은 거예요.” 이럽니다.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들어서 그러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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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일등이 뭐가 중요하겠니, 밥 잘 먹고 건강하면 최고지 이런 생각을 수시로 하면서도 누가 일등으로 세수를 할까, 누가 빨리 밥을 먹을까 하면서 경쟁을 시키기도 합니다. (가끔은 효과를 보기도 합니다. ) 형이니까 먼저 하자. 착하니까 빨리하자, 동생은 말을 안 들어, 하면서 까꿍이가 말을 잘 못 알아듣는다고 안심하고 말했지만 눈치가 발달한 까꿍이가 샘을 많이 냅니다. 태생적으로 큰 아이는 의젓하고 작은 아이는 샘이 많고 형에게 경쟁심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까꿍이는 귀엽고 명랑해서 선생님 사랑을 받는 것 같고 한이는 차분하고 성실해서 선생님이 예뻐하는 것 같습니다. 같은 형제라도 개성은 전혀 달라서 아기들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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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 엄마가 두 주째 감기가 떨어지지 않고 기침을 했습니다.  수유를 끊고 체질이 바뀌면서 몸이 적응하느라 그러나보다 생각했는데 약을 먹었는데도 지속적으로 기침을 하기에 혹시 폐렴인가 해서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다행히 폐렴은 아닌데 척추가 왼쪽으로 많이 눌렸다고 의사선생님이 걱정하더라는군요. 원인을 따져보니 육아로 인한 생활 질병이었습니다. 까꿍이가 젖이 떨어지고 나서 밤에 자다가 깨어 잠투정을 하면서 안고 자라고 우는 일이 잦았습니다. 그러다보니 12kg이나 되는 까꿍이를 왼쪽 어깨에 걸쳐 안고 밤을 새는 일이 자주 있었습니다. 까꿍이는 감기에 걸리면 중이염으로 진행되어 아프니까 제 엄마에게 안고 자자고 하는 것입니다. 아빠나 할머니가 안아도 안 되고 엄마만 안으라고 하니 딸아이 어깨가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아이가 제 엄마 어깨에 매달려있는 것을 어쩌지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척추가 굽기까지 되었던 겁니다.
“애들이 아픈 것보다 내가 아픈 것이 젤 간단해요.” 하면서 아이 둘을 키우고 났더니 한이 엄마가 그야말로 골병이 들었습니다. 골병이란 뼈에 병이 든다는 말이잖아요. 어깨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도록 두 아이를 키운 딸이 대견하기도 하지만 어떻게 키운 딸인데 하는 아까운 생각이 듭니다.

한이 엄마가 결혼하고 아이 둘을 낳아 키우면서 정신없이 6년이란 세월이 흘렀는데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시작으로 서서히 사회에 적응해 나가고 있어서 극한의 육아에서는 벗어났습니다. 우리 딸이 지금부터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만들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해 봅니다. 우선 척추치료부터 해야 하겠지만 고생스럽고 어려운 육아기를 마치고  새로운 인생의 텀이 시작되는 딸에게 파이팅을 외쳐봅니다

3 Comments

  1. 데레사

    2016-12-10 at 14:33

    아이 키우는 일이 힘들어서 척추까지 휘었군요.
    남자 아이들이라 더 힘들었을 겁니다.
    토닥 토닥 해주고 싶어요.

  2. 김수남

    2016-12-10 at 22:05

    네,참 장한 한이와 까꿍이의 훌륭한 어머니입니다,언니도 그렇게 수고하시며 귀하게 따님을 키우셨우니 지금 이렇게 자녀를 사랑으로 수고로 헌신하며 잘 양육할 수 있는 따님이 된 것입니다.어머니께 보고 배운대로 딸들은 그대로 하게돠니요.네,정말 아이들이 이제 몇시간씩이라도 엄마 손에 쉼을 주는 나이가 된게 감사하네요.한이엄마가 건강도 챙기고 자신을 위해 시간도 쓰고 좋아하는 것들도 해 나가길 응원합니다.정말 화이팅! 입니다.까꿍이 앞치마 한 모습 너무 귀여워요.정말 다 컸네요

  3. 윤정연

    2016-12-11 at 05:21

    한이랑 까꿍이의 자라나는 모습이 너무도 이쁘군요.
    그런데 지나고보니 그 시간이 결코 길지가 않었답니다. 세월이,시간이 너무 빨라서…그리도 이쁘고 귀엽던 시절은 어서 자라나면 좋겠다…
    내 딸이 고생을 면하게~~했었는데 지금보면 언제 저리 다 커버려서…
    수니님 또 따님들…지금 이 장면을 많이 많이 즐기시기를 바랍니다.
    따님들의 행복한 모습도 사진을 보면서 좋을때구나 생각을 많이 합니다.
    까꿍이의 유치원 깍두기~~이뻐서 웃음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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