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울 푸드, 고추장 비빔밥

직원식당은 간소한 뷔페식 상차림입니다.
큰 접시에 내가 먹을 만큼의 밥을 담고 김치 나물 무침 생선구이 샐러드 같은 반찬을 접시 가에 조금씩 덜어 담습니다. 그리고 국은 대접에 따로 담아서 먹습니다.

우리 병원의 주방 조리사분의 국 맛이 일품입니다. 특히 된장국 맛이 정말 좋습니다. 시금치나 근대 등을 넣고 끓인 된장국은 병원 식구들이 다 좋아합니다. 토란국은 원장님이 좋아하시는데 어쩌다 토란국이 나온 날 원장님과 같은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원장님은 어릴 때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진한 토란국에 대해 많은 이야기했고 그 맛에 대해 설명하는데 나는 공감이 되질 않았습니다. 음식은 어릴 때 먹었던 익숙한 맛에 저절로 당기게 되어 있어서 강원도 태생인 나는 어릴 때 토란국을 먹은 기억이 없습니다. 강원도 사람들이 토란국을 안 먹는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집에선 토란국을 먹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우리 집에서 토란국을 안 먹은 (못 먹은) 이유는 다른 야채에 비해 토란이 비싼지 않았을까 하는 유추입니다. 우리 집은 가난한 도시빈민으로 살면서 국수나 수제비로 끼니를 잇곤 하였는데 토란국은 아무래도 우리 형편에 맞지 않은 음식이었겠지요.
강원도 태생의 다른 친구들은 토란국을 먹었다고 하니 우리 집에서만 토란국을 못 먹고 컸으니 가난 때문에 못 먹었을 거란 이유가 정확할 것 같습니다.
난 솔직히 토란국이 맛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감자도 아닌 것이 고기도 아닌 것이 당최 무슨 맛인지 모르겠는데 원장님은 귀한 음식이라며 감식을 하고 드십니다. 토란의 끈적거림이 없어서 옛날 맛이 아니라고 하고 토란의 아릿한 맛도 없는 것을 보니 수입 토란이 아닐까라고도 하더군요. 난 오리지널 토란국을 안 먹어 봐서 아린지 끈적이는지도 모르겠고. 난 푸석한 토란은 건 저 오지도 않았고 들깨 가루를 푼 국물만 몇 숟가락 떠먹었는데, 우리 주방에서 잘 끓이는 된장국 맛보다는 못한 것 같았습니다. 우리 원장님은 토란국을 보면 어머니가 떠오를 정도로 소울 푸드인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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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캠프에 참석하러 곤지암에 갔을 때 어떤 음식점에서 같이간 선생님이 먹은 육회비빔밥

나는 가끔 밥에 고추장을 비벼서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밥맛이 없거나 우울하거나 짜증이 날 때 갓 지은 고슬고슬한 흰밥에 고추장을 듬뿍 넣고 맵게 비벼서 한 그릇 먹고 나면 몸이 개운한 느낌이 들곤 합니다. 우리 딸은 밥에다 야채를 넣던지 하다못해 계란 프라이라도 하나 넣어서 비비지 그러냐고 하는데 밥과 고추장 맛만 있어야지 참기름이나 깨소금 등 다른 것이 들어가면 내가 원하는 맛이 아닙니다. 어릴 때 그렇게 비벼 먹어서 그런지 할머니가 된 지금도 고추장으로만 비빈 것을 때로 먹습니다.
딸은 나에게 “우리 엄마의 소울 푸드는 고추장 비빔밥”이라고 이름 붙여 주었습니다.
우리 딸은 치킨을 좋아하는데 지금도 아이 둘 키우느라 애들에게 시달려 피로하거나 체력이 떨어지면 치킨을 먹습니다. 우리 사위도 딸이 치킨 좋아하는 것을 아니까 아내가 힘들어 보이면 “여보 치킨 시켜먹자”이러며 치킨 먹기를 강요(?) 합니다. 어지간한 피로는 치킨 한 마리로 체력이 보강되는 모습입니다. 치킨을 먹으면서 나에게 한 토막 먹어보라고 하지만 난 거의 먹지 않습니다. 닭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나도 장난으로 고추장에 밥을 비벼 먹으면서 한 숟가락 먹어 보라고 우리 딸에게 권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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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장소에서 먹은 왕 갈비탕

우리 병원 원장님은 토란국을 좋아하고 난 고추장 비빔밥, 우리 딸은 치킨, 이렇게 각자 좋아하는 것이 다르지만 분명 음식으로 치유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배고픈 것만이 허기가 아니라 마음이 허기진 날들도 많습니다. 그럴 때 소울 푸드는 배고픈 허기와 영혼의 허기를 동시에 치유하는 것 같습니다. 한 그릇 뚝딱 먹고 힘을 얻어서 몸을 툴툴 털고 일어설 수 있는 소울 푸드!
먹고 나면 머릿속에서부터 땀이 나는 것 같이 온몸이 화끈하고, 내 위를 쓰리게 해서 얻어지는 자학과 안 먹어 본 사람에게는 설명할 수 없는 달콤하고 혀가 얼얼할 정도로 맵고 쌉싸름한 맛이 주는 안정감이 나의 소울 푸드! 빨갛게 비빈 고추장 비빔밥입니다.

오늘같이 추운 날 허기진 영혼까지도 따뜻하게 채워주는 당신의 소울 푸드는?

2 Comments

  1. journeyman

    2016-12-16 at 14:48

    전 콩나물비빔밥을 먹을 때도 간장이 아니라 고추장에 비벼먹습니다.
    해외 여행을 많이 다녀본 것은 아니지만 비행기에서 주는 튜브형 고추장을 챙겼다가 현지에서 비벼먹을 때의 그 맛은 참 감동적이더군요.

  2. 윤정연

    2016-12-17 at 04:03

    나는 토란국이 정말 맛있는걸 모르겠어요.
    충청도 시댁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서울댁인 동서가 시집와서 첫 추석에 토란국을 끓였는데…
    어째 씹어보니 미끄덩 하는 느끼만 있어서
    잘 먹지 않았던 기억이네요…
    음식도 고향도 다르니 서로 웃고말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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