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큰 사람이 정의로운가?

오전에 목욕탕엘 갔는데 주말이라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사람이 많다 보니 어디 앉을 자리가 마땅치 않아서 한참을 두리번거렸습니다. 어디든 틈을 내어 비집고 들어가 앉고 본다든가, 내가 쓸 것들을 잘 챙기거나 하는 재바름이 없는 탓에 사람들이 많으면 주저하고 움츠려 듭니다. 샤워꼭지가 있는 수도 앞에는 자리가 없고 바가지로 물을 퍼 쓰는 곳에 목욕을 마치고 나가는 분이 있어서 한참을 기다려 겨우 자리를 하나 차지해서 비누 칠을 하고 탕으로 들어갔습니다. 탕 속에서 우연히 내 자리를 보니 어떤 할머니가 사람이 있다는 표시로 내가 앉았던 자리에 깔아놓았던 수건을 집어서 목욕탕 바닥으로 휙 던져버리고 그분이 망설임 없이 앉습니다. 수건이 덥힌 의자 옆에 개인 목욕 용구가 있는데도 자리 임자가 있다는 생각이 안 드나 봅니다.
할머니가 무안해 할까 봐 바닥에 던져진 수건을 집어 들고 나의 목욕 용구를 챙겨서 뒷걸음질로 나와 다른 곳을 찾아 봤는데 도저히 자리가 없어서 온탕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잠시 후 다른 할머니가 오더니 나에게 양해를 구하지도 않고 내가 쓰는 비눗갑을 집어갑니다. 공용으로 쓰는 것이긴 하지만 남이 쓰고 있는 것을 아무런 양해 없이 당연하게 집어가는데 나도 할머니이긴 하지만 나보다 연세가 드신 분이 그러셔서 아무 말 못했습니다.

나이 들어서 그런가? 주변을 살피는 것이나 배려심이 아무래도 소홀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남에게 폐가 될까 그런 것은 생각하지 않고 본인 위주로, 본인 편리한 대로 행동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내가 남들에게 만만하게 보이고 허술해 보이는 탓이긴 합니다. 좀 영악하고 깍쟁이 같아 보이면 함부로 하지 않을 텐데 나는 어쩐지 사람들 눈에 만만해 보이나 봅니다. 길을 묻는 사람도 많은 행인들 중에 나를 지목해 묻는 분이 많고 도를 아십니까? 하는 분들도 나를 잘 붙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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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7일 토요일 오후 3시 무렵 인사동 전철역부근

 친구들과 송년모임을 위해 인사동에서 전철을 내렸습니다.
토요일 오후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무척 붐볐습니다. 날이 몹시 춥다가 영상의 날씨이고 바람도 없고 포근해서 사람들이 많이 나왔나 했지만 사람들의 차림에서 집회를 위해 모인 분들인 걸 알았습니다. 인사동 북쪽에 위치한 헌법재판소 앞에서 대규모 집회가 있다고 했습니다. 지하철에서 내려 지상으로 올라오는 계단은 발 디딜 틈 없이 사람으로 빽빽합니다. 대부분이 장년이고 노년층이었습니다. 어르신들 손에는 태극기와 피켓을 들고 모자를 썼는데 추위에 대비해서 옷을 두툼하게 껴입고 운동화나 등산화 차림입니다. 한쪽 구석에선 비닐봉지에 담김 김밥을 드시는 어른들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에게 밀려 무심코 계단을 올라가는데 “너들 정신 차려” 라면서 소리를 지르는 할아버지가 있어서 무심코 올려다보다가 눈이 마주쳤는데, 눈을 부라리면서 나를 나무라는 표정입니다. 빨갱이, 종북 같은 말도 내뱉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혼자 애국을 하고 계시는 듯 울분에 찬 모습입니다. 나를 지목하지 않고 계단을 오르는 모든 사람들을 향해 지르는 소리지만 불쾌했습니다.
누가 누구를 향해 정신 차리라고 소리 지를 자격을 주었나요?
태극기와 탄핵무효 피켓을 들고 있으면 애국하는 걸까요?
연세를 감안해도 아무나 향해 정신 차리라고 소리 지르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계단을 다 올라와 길에 내려서기 전에 “국론 분열 반대” 라는 노란 표지판을 목에 건 중년의 남자분이 서있었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욕을 하고 있었습니다. “빨갱이” 라고 하면서요. 손을 어깨 위로 을러 매면서 때릴 기세인데 옆에 있는 분들이 옷소매를 붙잡고 “그런 게 아니라”며 말리더군요. 아마 빨갱이나 종북으로 몰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 같았습니다.
나이가 벼슬은 아닌데 이래서 노인들이 욕을 먹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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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7일 토요일 오후 8시 광화문광장

세종문화회관으로 가는 길에 광화문광장을 지났습니다.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목이 잔뜩 쉰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촛불집회도 이제는 피로감이 누적된 모습입니다. 섬뜩한 것은 구속된 누구를 석방하라는 피켓을 들고 있는 분들이 여럿 눈에 띄었습니다. 벌써 국가가 나가야 할 본질적인 것에서 벗어나 내 편이냐 네 편이냐 하는 소모적인 논쟁에 들어간 것 같아 보입니다. 내 편이 아니면 종북이고 빨갱이라고 몰아붙이고 “이석기 석방” 이라는 피켓을 든 분들이 당당히 행진하면서 좋은 기회를 만난 듯한 모습입니다.
한편에서는 당신들 빼고는 다 정신없는 사람 취급을 하는 어르신들이 있고 광장에서는 이념단체로 지목된 그런 분들을 석방하라는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국민의 집회가 이런 식으로 변질되면 혼란만 가중될 것이 뻔해 보입니다. 이제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면 좋겠습니다.

목소리 크다고 정의로운것이 아니잖아요.

지켜보고 있는 대다수의 국민이 있습니다.

1 Comment

  1. 윤정연

    2016-12-19 at 00:16

    분명 이석기는 종북이라고 판명이 났건만…
    어제 신문에는 문제인씨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에 앞서 북한을 먼저 방문 하겠다는둥…또 개성공단,
    모든것을 김정은이 원하는대로 할것 같아서…
    어째 마음이 무겁습니다…
    국민들의 현명한 판단이 있기를 바랄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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