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8개월의 몸으로 무대에

12월의 겨울밤
송년 갈라 콘서트를 세종문화회관에서 친구들과 관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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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손자를 둔 할머니들이지만 여고 때 친구들이라 긴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게 해 주는 동창 모임입니다. 중학교를 함께 다닌 친구들과는 근 50년을 만나는 친구들이라 모임이 즐겁고 편안합니다. 궁벽한 강원도에서 태어나 어렵게 공부를 하고 결혼해서 자녀를 낳고 그 자녀가 자녀를 낳는 세월 동안 우리 친구들의 조용한 수고가 있었습니다. 이젠 일선에선 조금 밀려나 한숨 돌리며 친구들과의 모임에 나와 손자를 자랑하는 할머니가 되었지만 연말이 되면 공연 한편씩 보며 꿈 많던 소녀 시절로 돌아갑니다.
올 송년 모임에는 몇 명의 친구가 못 왔습니다. 늘 열정적으로 참석하고 명랑하고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가 무릎 수술을 받고 치료 중이라 참석을 못했고, 미국까지 손자를 봐주러 출타한 친구와 친정어머니 병간호로 인해 외출이 자유롭지 못해 빠진 친구가 있어서 서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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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 며느리를 본 친구는 며느리가 사 주었다며 예쁜 핸드백을 들고 나와서 눈 밝은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습니다. 겸손하고  착실하게 살아가는 친구가 좋은 며느리를 보게 되어 친구들이 덩달아 기뻐했습니다. 아들 결혼을 하고 났더니 딸도 내년 3월에 결혼한다고 날을 잡았다며 얼떨떨하다고 했습니다. 아들이 결혼이 늦어져서 걱정을 하더니, 며느리를 보자 사위까지 얻게 되어 꿈을 꾸는지, 뭘 해야 하는지 생각이 잘 안 난다고 하면서도 행복한 모습입니다.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더니 남편이 며느리 사랑에 푹 빠졌다는 얘기도 합니다. 며느리가 “아버님!” 하고 부르면 솜털이 오소소 일어날 정도로 남편이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고 사위 사랑은 장모 아니겠어요? 친구가 사위를 보고 나서 사위가 “장모님!“ 아니면 ”어머니!“ 하고 부르면 역시 온몸에 솜털이 오소소 일어날 정도로 행복하겠지요. 우리는 각자의 다이어리에 결혼식 날짜를 표시해 놓고 친구 딸 결혼식에 만날 것을 약속합니다. 친구가 “아직 며느리가 아기를 낳기 전이라서 그렇지 너도 곧 아기를 키워야 할 것.”이라고 예언 아닌 예언을 하자 “손자 키우는 일을 고대하고 있다.”고했습니다. 직장을 다니는 딸이나 며느리를 위해 황혼육아는 필수사항이 되었기 때문에 우리 친구들은 아무도 거부감이 없습니다.
며느리를 본 턱으로 거하게 식사를 샀습니다.

김지혜 (1)
오른쪽 브라운색으로 보이는 드레스를 입은 분이 임신8개월의 몸으로 무대에서 공연한 소프라노 김지혜

갈라 콘서트에 출연한 소프라노 가수가 임신 8개월의 몸으로 무대에 섰습니다.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하고 유명한 소프라노 가수라고 해도 임신과 출산은 결혼한 여자의 필수라 무대에 서기엔 힘들어 보이지만 그래도 목소리 하나는 청아하게 울리더군요. 그리고 할머니 입장에서 임신한 소프라노 가수가 얼마나 예쁜지 모릅니다. 노래도 계속하고 아기도 낳아 기르면서 친정엄마나 시어머니 조력을 받아 가수로서 계속 노력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무대에 나올 때는 몰랐는데 노래를 부르고 들어가는 모습에서 완전 임산부 태가 나는데 대견하고도 애처롭고 그러면서도 멋있어 보였습니다. 비교적 음악회를 많이 가는 사람인데도 임신 8개월의 임산부가 무대에 선 것은 처음 봤습니다. 이런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가볍게 즐기는 송년 갈라 콘서트를 보고 나온 친구들이 모두 만족해했습니다.
여자의 마음, 축배의 노래, 무정한 마음, 공주는 잠 못 이루고 (Nessun dorma) 등 귀에 익숙한 노래를 듣고 나니 마음이 한결 맑아진 것 같다고 하고 개운한 느낌이라고 했습니다.
친구들과 한 해를 잘 보내고 내년을 기약하면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해어졌습니다.

1 Comment

  1. 김수남

    2016-12-21 at 08:18

    네,언니! 정말 정다운 따뜻한 시간이셨네요.고향 친구들과의 만남은 항상 정말 언제나 너무 좋습니다.어떤 이유를 달 수 없을 정도로 저도 너무 좋거든요.친구 분들이 정말 다 너무 고으시네요.강원도서 어린 시절을 보내신 분들이셔서 그런지 여전히 순수해 보이시고요.이런 음악회도 함께 가시고 정말 참으로 아름답게 살아 가심이 뵙기 좋습니다.며느리 사위 보시고 또 손자녀들을 안으시는 언니 친구 분들 소식 반갑고 축복합니다.기쁨과 행복 가득하신 크리스마스 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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