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이라는 것은 인간의 사상 및 문화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 영역입니다.
자연과학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자연현상을 다루는 데 반하여 인문학은 인간의 가치 탐구와 표현활동을 대상으로 합니다. 보통 사소하게 여기는 현상을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 보고 따져 보고 확장과 축소를 해서 다각도로 분석해 보는 학문입니다. 인문학이 콩이야 팥이야 하면서 소란스럽기만 하고 실속 없는 말장난같이 느껴지다가도 한 줄 글에서 ” 아 맞다. 그런 거였구나.”이런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그래서 인문학의 매력을 멀리할 수 없습니다. 나는 주로 소설을 많이 읽는데 가끔 읽게 되는 인문학 분야는 새로운 앎에 눈 뜨게 해 주는 것이 있습니다.
이번에 올리뷰에서 받아 읽은 책은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미래 인문학 트렌드”입니다.
트렌드 란 독창성이나 저작권을 신경 쓰지 않고, 남 따라 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것. 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습니다. 트렌드란 물결입니다. 졸졸 졸졸 흐르는 시냇물처럼 시작되었다가도, 거침없이 대세를 이루며 흘러가는 큰 물결을 이루기도 합니다. 트렌드는 물론 유행입니다. 유행은 금방 지나가게 되는데 인문학에도 유행이 있다는 말이 맞습니다. 인문학의 미래를 앞서 생각해보는 “미래 인문학 트렌드”가 재미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인문학의 약점인 문제를 제기할 뿐 해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경제 인문학 편에서는 우리나라는 경제 문제에서 낡은 것을 결별하지 못하고 새로운 것도 맞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진단을 합니다. 경제의 파열음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을 제대로 제출하지도 못하고요.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어린이 무상급식과 노인연금에서 세대 간 갈등을 야기하는데, 모두 누구의 돈을 빼내 누구에게 돈을 줘하는 문제고 여기서 비롯되는 갈등을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 이 책에서는 갈등 조절의 역할을 정치가 해야 하는데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다 인지하고 있는 문제를 진단한 것입니다. 인문학이 이렇게 허술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면 해결 방법도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합니다.
나도 노인세대라서 그런지 젊은 사람들에게 짐이 안 되는 노년기를 보내야 하겠다는 결심을 해 봅니다. 건강한 노인이 가난하고 병든 노인들을 돌보면 젊은 사람들의 부담을 덜 수 있을 거란 생각입니다. 노인층을 다 같은 노인으로 취급하지 말고 활동이 가능한 노인 노동력을 활용하는 것이 해결방안 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노인들이 젊은이들의 짐이 되고 싶어서 짐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건강하게 늙어가는 노인도 대부분입니다. 저의 주변에 70대 노인들도 지속적으로 사회활동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나이 들면 병들거나 기력이 쇠하지만 며칠 전 뉴스에 나온 80세 스튜어디스를 보면 가능하리라 봅니다. 노인이라고 비행기를 안 태워주면 어떻게 스튜어디스를 할 수 있겠어요. 우리나라도 노인 인구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고 노인들이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젊은 세대의 피해를 줄이고 자존심을 지키는 일 같습니다.
나는 직업상 당연히 의료인문학을 더욱 관심 있게 읽었습니다.
얼마 전에 일본에 갔을 때 10월 하순이었는데도 차에 에어컨이 나오더니 그때부터 목이 안 좋은 것을 시작으로 근 한 달 간 기침감기를 앓았습니다. 기침이 오래되자 콜록거릴 때마다 번거롭고 마음을 약하게 했습니다.
동생들이 전화로 안부를 물어오면 괜찮아 이래야 하는데
“몸이 좀 안 좋네. 기침이 안 떨어져 “이런 대답을 했습니다.
“왜 감기가 안 떨어지냐?”고 걱정스럽게 물으면
“아마 늙느라고 그런 것 같아.”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런 말을 하면 동생들이 싫어하는 것을 알면서도 괜히 마음이 꼬여 심술을 부리는 노인처럼 그런 말이 나가더군요. 아픈 것으로 동생들에게 시위를 하는 것도 아니고……. ^^
어느 날 기침을 하는 나를 본 우리 딸이 “엄마 기침이 안 떨어져서 걱정이네.” 이러기에
“목이 싸~하니 계속 안 좋아.” 이랬더니 우리 딸이 호호거리고 웃습니다.
왜 웃느냐고 물었더니 “할머니께서 늘 하시던 말씀인데 엄마가 그러네!” 이러는 겁니다.
그러고 보니 시어머님이 기관지 천식이 있어서 “목이 싸하고 안 좋다.”그러시면서 목에 머플러를 늘 감고 계셨거든요. 시어머님이 사람들 많은 데서 기침하고 가래 돋우는 것을 싫어했는데 내가 그러고 있다니…….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 후에는 사람들 앞에서는 기침도 일부러 참고 목 아프다는 말도 안 하고 아픈 것을 숨겼습니다. 약을 안 먹고살자는 신조로 오래 기침을 하면서도 감기약을 안 먹고 버티다가 약을 먹었더니 기침이 금방 좋아지더군요. 엉뚱한 고집으로 미련을 떨 일이 아니었습니다.
질병이 존재하는 방식과 그것을 경험하는 방식은 시대에 따라 문화권에 따라 사람에 따라 또는 그 질병이 주어진 환경과 앓는 사람의 주체적 맥락에 따라서 다 다를 수 있다는 말에 공감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병에 걸렸다 고 하고 어떤 사람은 병이 들었다거나 병이 낫다고 말합니다. 병에 걸린 것은 마치 길을 가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상황처럼 운이 나빠 병을 얻게 되었다는 생각이 반영되어 있고, 병이 들었다는 표현은 병이 살아있어서 몸 밖에 있다가 몸속으로 들어왔다는 느낌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병의 존재보다는 나 또는 나의 몸이 그것을 어떻게 경험하고 다루는지를 분석해 보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의료를 인간의 삶 속에서 종합적으로 바라보면 의학은 인간적인 과학이자 과학적인 인문학입니다.
21세기 인문학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에 대해 넒은 시야를 갖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치침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쓴 책이라고 합니다. 읽어보시면 생활에 응용이 되고 미래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고 글을 쓰거나 사업을 하거나 정치나 교육 등 모든 일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데레사
2016-12-23 at 17:11
내 친구가 그랬어요.
시어머니 약 많이 먹는다고 흉 봤드니 글쎄 내가 이제는 그때의
시어머니 보다 더 많이 먹어.
나이들어 가니 어쩔수 없이 이 병원, 저 병원, 이 약, 저 약을
찾게 되더군요.
그나저나 이 책 어렵던데 순이님에게는 그렇지 않았나 봐요.
성탄절 즐겁게 보내세요.
윤정연
2016-12-24 at 00:32
나도 될수록 약을 줄이려고 해도…먹을일이 자꾸만 생기네요…요즘은 허리가 아파서…
옆에서는 늙어가는 순리다…해서 난 아직은
않늙었너용~~하지만 세월이 비껴가지는 않겠지요?
순이님은 참 열심히 살아서 늙지않을겁니다.
독서, 음악, 직장일…그무엇 하나도 놓지지 않으니까요~~즐거운 성탄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