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이브에 그동안 인사에 소홀했던 분들과
안부를 전하고 받느라 휴대폰이 분주했습니다.
예쁜 그림과 함께 인사말을 보내면 실시간으로 답장이 옵니다.

별일 없으시지요?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시고 행복한 새해가 되시기 바랍니다.
평안하시지요?
더욱 건강하시고 복된 새해를 맞으시길 바랍니다.
이런 인사말을 주고받았습니다.
카드가 참으로 다양하고 예뻤습니다.
그냥 수수한 인사말에서부터 반짝이는 GIF 카드, 동영상 등등
다양한 볼거리들이 있습니다.

디지털 세상이 열리기 전에 종이 카드를 주고받았던 일이 까마득하게 느껴집니다.
12월이 되면 문구점에는 그해에 새로 선보이는 카드가 진열되고 카드를 신중하게 고릅니다.
어르신들께 보낼 카드는 따로 선택하고, 친구, 지인, 동생, 조카 등등 카드를 받을 사람들을 일일이 떠올리며 카드를 수십 장 골라 사 두었다가 주소록을 보며 며칠을 씁니다.
인사말에서부터 덕담까지 개인의 성향에 맞춰 쓰다 보면 어느덧 크리스마스가 코앞입니다.
성탄절 즈음에는 우편이 한꺼번에 몰려 우체국이 복잡해서 배달이 밀리기 때문에 미리미리 발송을 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나에게도 카드가 오기 시작합니다. 해외에서는 11월 말쯤에 보낸 카드가 도착하기도 합니다.
그해에 받은 카드를 벽이나 창에 빨랫줄처럼 긴 줄을 치고 카드를 주~욱 걸어놓습니다.
유난히 예쁜 카드도 있고 내용이 너무 마음에 드는 카드도 있지만 어떤 카드는 정성이라곤 없는 형식적인 카드도 있습니다.
그런 카드는 받아도 반갑지 않습니다. 인쇄된 그림에 인쇄된 글귀만 보입니다.
하다못해 개인 자필 사인조차 없는 카드는 요즘 말로 하면 영혼 없는 빈 카드입니다.
그런 카드도 방에 죽 걸어 놓았다가 새해가 되면 걷어서 박스에 담아 둡니다.

디지털 시대엔 카드 구입과 우푯값 그리고 쓰는 수고와 기다리는 마음 이런 것도 느낄 사이도 없이 손가락으로 화면을 눌러 복사와 붙여넣기만 하면 되니 너무도 편리합니다. 디지털 카드는 어떻게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르고 그냥 예쁘면 씁니다. 어찌 생각하면 더 영혼이 없는 것 같지만 익숙한 풍경이 되다 보니 성의니 정성이니 하는 것은 괜한 감정이고 소식을 주고 받는 일이 즐겁고 재미있습니다. 60대 이상도 디지털 시대에 적응이 되어서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연세 드신 분들의 디지털카드 활용이 더욱 활발했습니다.

어떤 분에게 카톡 활용법을 가르쳐드린 적이 있습니다. 검지 손으로 화면을 눌러서 복사를 해서 다른 곳에 붙여넣기 하는 방법을 알려드렸더니, 손가락을 덜덜 거리며 어려워하며 배우셨어요. 화면에서 복사한 내용이 검지 손에 붙어 있다는 생각이 드셔서 복사가 떨어져 나갈까 조심조심하면서 붙여 넣을 화면을 만질 때는 다른 손가락으로 터치하는 것을 봤는데 이제는 익숙해지셔서 선수가 되셨습니다. 너무 자주 카톡을 보내와서 나도 번거로울 정도인데 자녀들과 친구들에게도 그러시는 것 같습니다.
연세 드신 분들이 카톡을 자유롭게 쓰시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기도 합니다. 디지털 시대에 동참하는 것은 그만큼 변화하는 사회 스피드에 적응한다는 것이라 자부심을 느끼기도 합니다.
복사와 붙여넣기를 하면서 카드가 무한 돌다보니 내가 보낸 것을 받았던 사람이 나에게 다시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ㅎ

요즘엔 전화나 문자보다 카톡이 대단히 유용하게 쓰입니다.
우리 친구들도 이제는 한 사람만 빼고는 다 스마트폰을 씁니다.
그림이 돌고 돌다가 나에게로 다시 오는 것도 있어서 웃었습니다.
무한 복사되어 반복되는 인삿말도 주고 받으면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