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관계의 단절, 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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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식사시간도 다 끝나기 전인데
어떤 할아버지가 수면제를 달라고 소란을 피우셔서 병실로 찾아가 환자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말기 질환으로 회복의 기대 없이 통증 조절을 위해 입원해 계시는 분입니다.
누구에게나  반말로 말씀하시고 공격적이시고 주치의에게도 이놈 저놈 하십니다. 주치의 오더랑 상관없이 본인 하고 싶은 대로 하고 타협이나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불통 환자입니다. 통증으로 인해 만사가 귀찮아 자고 싶은 것은 이해하고 남지만 한낮에 수면제를 복용하고 오후 내내 자고 나면 밤에는 어찌하려는지 걱정이 되어 설명을 드려 이해를 시키려고 했습니다.
낮에는 진통제를 드셔서 통증을 조절하고 깨어 계시다가, 밤에 수면제를 드시고 잠을 편하게 주무셔야 하지 않겠어요?” 그 한마디 했는데 할아버지는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너도 눈깔이 하나 없어봐야 알지, 자고 싶을 때 자야지 무슨 개소리야? 뭔 병원에서 장사를 이따위로 해? 원장 오라고 해고래고래 소리를 지릅니다.
할아버지가 얼토당토않은 말로 고함치고 직원을 괴롭히는 것을 알기에 비교적 나이 먹은 나에겐 덜 하지 않을까 해서 나섰다가 봉변만 당하고 아무런 성과 없이 물러 나왔습니다.

침상에 앉아서 혼잣말로 언제 적 맥아더 장군과 투르먼 대통령인데 그들도 욕하고 역대 대통령을 줄줄이 엮어서 비난하고 아내를 죽일 듯이 미워하고 시청이나 보훈처 보사부 등 닥치는 대로 전화해서 싸움을 합니다. 나라 꼬락서니가 이게 뭐냐고, 나라를 욕하고 병원에서 환자에게 이따위로 밖에 못 하느냐고, 병원을 시답잖게 여기고, 가족을 괴롭히고…….끝없이 불평하고 소리 지르고 화를 냅니다.

이분이 625전쟁 때 한 쪽 눈과 손가락 두 개를 잃고 평생 상처받은 삶을 사시느라 마음이 편치 못해 주변 사람들을 원망하고 괴롭힌다고 합니다. 당신이 소년병으로 전장에 나가 장애를 입고 평생을 고생하셨다고 죄 없는 사람들을 공격하고 괴롭히는 것은 아니잖아요? 무차별 소리 지르고 남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자기 말만 하는 것은 만취한 사람같이 보입니다. 환자의 심리상태가 그러니 더욱 몸이 아프고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도 불평, 불만이 많으시기에 어느 날은 기분이 좀 괜찮아 보여서
아버님은 세상에서 누가 젤 맘에 드세요?”라고 여쭈었더니
한 놈도 맘에 안 들어. 세상 사람들이 다 도둑놈이야. 나쁜 놈들이고, 그리고 내가 왜 당신 아버님이야? 난 댁 같은 며느리 둔 적이 없어. 아버님이라고 부르지 마.” 이럽니다. 그럼 뭐라고 불러드릴까요? 했더니 부르긴 뭘 불러 수면제도 안 주는 게.” 소리를 벌컥 지릅니다. 도저히 사람들과는 곁을 두지 않으려고 하고 몸은 병이 들었는데도 혼자 생각에만 몰두해서 남의 이야기는 안 듣고 본인 주장만 강하게 하시고 불행감에 빠져 있는 사람을 도와줄 방법이 없었습니다.
어느 정도 대화가 통해야 설득도 하는 것이고, 위로와 격려를 하고 싶어도 상대의 말을 듣는 척이라도 해야 가능한 것이지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오니 불통 그 자체이고 벽을 향해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쉬울 것 같습니다.

이분은 가족들과도 등을 돌리고 위로받을 친구 한 분도 곁에 남아 있지 않으니 얼마나 외롭고 불쌍한지 모릅니다. 세상이나 사람들을 탓하기 전에 내가 변화하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럴 기미는 전혀 없습니다.
보훈처에 전화 걸어서 싸우는 것은 당신 사후에 아내가 연금을 받게 될까 봐 못 받게 하려고 그런다고 합니다. 당신이 암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죽음이 멀지 않다는 것을 알아서 사후에 연금이 아내에게 가지 않게 하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하니 보훈처에서 대답을 하기 어려워하니까 이놈들아 일 똑똑히 해, 국민 세금으로 월급 받아쳐먹으면서 무슨 일을 그따위로 해, 책임자 바꿔.” 이래 가며 매일 전화기를 붙들고 시비를 걸어 싸웁니다.

내가 어릴 때는 전쟁이 끝나고 나서 얼마 안 된 시점이라 동네마다 상이군인들이 많았고 그분들이 몰려다니며 행패를 부리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국가가 가난할 때라서 국가를 위해 전쟁이 나가 상해를 입었지만 보훈이나 보상 같은 것을 하지 못 했습니다. 보상도 없이 장애를 입고 살아가려니 화가 나니까 무차별 주민들에게 위협을 했던 것입니다.
손목 아래로 잘려 나가고 없어서 갈고리를 한 손으로 시골 장날에 좌판을 벌이고 있는 행상인에게 다가가 지목한 무언가를 주지 않는다고 좌판을 뒤집고 남의 물건을 발로 밟고 하는 모습을 본 적도 있습니다. 항의하면 같은 분들이 몰려와서 더 큰 행패를 부리기 때문에 항의도 못했습니다. 길을 가다가도 갈고리 손을 어린애들에게 위협적으로 휘두르기도 해서 허름한 군복을 입은 상이군인들을 보면 숨기도 했던 어릴 때의 기억이 있습니다.

이분도 전쟁 중에 다친 상이군인입니다. 눈도 한쪽이 없고 손가락도 두 개가 없습니다. 그렇게 평생을 사시느라 꼬일 대로 꼬이셨고 세상이 다 불만스러운 분입니다. 여차하면 다 둘러엎어 버리고 세상이 망해야 한다고 노래를 부릅니다. 본인의 여명이 얼마 남지 않은 것도 아시는데 도무지 세상과 화해할 생각이 없으십니다. 다른 건 몰라도 아내와 자녀들에겐 미안하다 한마디만 하면 모든 상황이 좋아질 것 같은데, 통증이 심해질수록 점점 더 아내와 세상 탓을 하면서 울분을 토하시니 보기가 참 딱하고 가엽습니다.

불통!
정말 무섭습니다. 본인도 힘들고 주변 사람들도 고생스러워요.
이분이 돌아가시기 전에 변화될까요?

1 Comment

  1. 벤자민

    2016-12-27 at 08:49

    그렇죠 어릴적에 상이군인들이 집에 뭘들고 와서
    사라고 강매하고 안사면 두고보자하고
    행폐 부리고 많이 그랬죠
    그때는 먹고사는 문제가 워낙 심각하기도 했지만
    사실 나라를 위해 싸우다 그렇게 되신분을
    너무 돌보지 못한 점도 잇었지요
    지금도 보훈처의 혜택이라는게 머 경제수준에
    많이 못미친다고 듣고 잇습니다
    여긴 참 혜택이 많지요 엄청 큰 지원을 받지요
    그게 정상인데 지금 한국의 종북들을 보면 안타까워요
    최소한 저런분들 눈에는 더욱 그렇겠죠
    사람이 죽을 때 우아하게? 죽는 것도 복?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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