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코스프레라는 말이 자주 등장을 합니다.
코스프레는 만화 영화 게임 등에 나오는 주인공과 똑같이 분장하여 따라 하는 것을 말하는데 요즘엔 “흉내를 낸다.”라는 말로 쓰입니다. 서민이 아닌데 서민 흉내를 내다가 오히려 비난을 받기도 하고 뭔가 어설프게 행동하다가 본심이 들켜서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코스프레가 아닌 진정한 모습을 보여 주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하고 어설픈 흉내 내기하는 것을 보면 괜히 모욕감이 들기도 합니다.
요즘에 저는 의도하지 않게 노인 코스프레를 하는 것 같습니다.
나는 아직 노인티를 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많은데도 몸이 저절로 노인티를 내는 겁니다.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히 그러려니 하고 포기를 한지 오래지만 그래도 스스로 한심할 때가 많습니다. “뇌세포가 죽어서 그런 거겠지, 나이 예순이 넘어서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남들도 다 그런 거 아니겠어?” 이러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치매가 오는 거 아닐까 하는 불안을 애써 멀리하려고 하지만 스스로 한심할 때가 많습니다. 이런 건 좀 외우고 있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으로 집중을 하고 기억하려고 애를 쓰는 것도 나중에 필요해서 기억을 더듬어 보려고 하면 무엇 때문인지 까마득합니다.
청력도 떨어져서 주변이 시끄러운 곳에서는 다른 사람의 말소리를 잘 못 알아들을 때가 많습니다. 상대방이 작은 소리도 말하거나 명확하게 말하지 않고 중얼중얼 하는 것도 집중해서 들으려면 짜증이 나고 어느 땐 정확한 단어가 들리지 않아서 이러다 서서히 노인성 난청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해서 공포감이 들기도 합니다.
일 할 때 늘 써야 하는 의학용어나 약어의 스펠링도 자신이 없기는 마찬가집니다. 내가 스펠링을 써 놓고도 자신감이 없어서 이게 맞나 하고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기침입니다.
겨울 들어 목이 늘 개운치 않고 텁텁한 기운이 돌고 기침이 자주 나고 목이 칼칼합니다. 그래서 어느 날 우리 딸에게 무심코 “목이 싸~하니 안 좋네….” 이랬더니 우리 딸이 웃는 겁니다. 왜 웃느냐고 물었더니 “목이 싸하다는 말은 우리 할머니가 자주 쓰시던 말씀”이라는 겁니다. 그 말이 맞는 것이 우리 시모님은 만성 기관지 천식이 있어서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하셨고 기관지가 약해서 목이 아프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찬바람이 불거나 봄가을 환절기에는 더 힘들어하셨어요. 그래서 할머니가 늘 하시던 말씀을 엄마가 하니까 우스웠던 겁니다.
“엄마도 노인이야,,,,”이러고 말았는데 정말 이 기침이 대책이 안 섭니다. 음악회에 가서 한창 연주가 진행되고 있는데 목이 간질간질하고 기침이 터져 나오려고 하면 그걸 참는 것이 고통스러워서 이젠 음악회도 못 가겠다 이런 생각까지 합니다.
긴장을 하지 않는 것 같은데도 어느 땐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감정이 격해서도 아니고 괜히 정말 아무 이유 없이 목이 매여 다음 말을 잇기 어려울 때가 있고, 밥을 먹다가도 기침이 납니다. 자려고 누웠다가도 괜히 목이 칼칼해서 기침을 연달아 몇 번을 하고 다시 눕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육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 나이 드는 것을 받아들이고 적응해 나가야 하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도대체 내가 왜 이러지 하고 걱정이 될 때가 많습니다.
저의 블로그 팬인 미국에 사시는 어떤 언니께서도
나이 드니 음식 먹을 때 흘리고 입가에 묻히고… 그보다 더 힘든 것은 걸핏하면 사레가 들려서 기침이 마구 나오는 것은 정말 주위 사람들에게 민망하지요…꼭 모여서 식사할 때가 더 그러네요. 기침할 때는 민망해서… 이래서 사돈집에 못 가겠다. 이러며 웃음으로 버무려 버립니다.…
이러시더군요.
건강한 어른들은 우선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고 외모를 반듯하게 하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스스로 “노인 코스프레”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서 주의를 하려고 하는데 긴장하면 더 상태가 나빠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저는 아직 노인 코스프레 하지 않는 게 맞지요?^^
어떻게 해야 노인티를 덜 낼까 고민해 봐야 하겠습니다.
데레사
2017-01-17 at 23:33
그냥 흐르는대로 살아야죠.
나는 매운것만 봐도 기침이 나고
텔레비전 소리는 계속 볼륨 상승중이고요.
그저 살아 있다는것에만 감사할려고요.
늙는다는것, 서글픈 일임에는 틀림없지만
너무 절망할것도 아닌것 같아요.
우리 같이 아자아자 해봐요.
윤정연
2017-01-18 at 00:33
노인티 (?) 내지 않으려고 나름 노력도 하지만,순간 순간 나도몰래 느낀답니다…손녀에게 쓸데없는 잔소리…
딸에겐 알고싶은것도 많고요… 옛날엔 아뭇치도 않았던 대화서도 약간 섭섭함도 느끼구요…
스스로 생각합니다…곱게 늙자…이쁘게 늙어야지~~
육체적인것은 거스릴수 없겠지만…마음은 내가 다스려야지~~ 하지요.
윤정연
2017-01-18 at 00:52
참, 수니님… 이래서 노인이군요 ㅎㅎ…할말을 잊어버리고…
나는 교회서 목사님 설교중에 기침이 나오려고 목이 간지러울 때면 얼른 알사탕을 (잘녹는 것) 입속 깊이 넣습니다.
그래서 가방마다 사탕은 꼭 가지고 다닌답니다
음악회 잘가시는 수니님께 혹시 도움이 될래나요??
김동진
2020-02-09 at 10:15
제가 노인이란 느낌이 들때는 아무것도 아닌 컴퓨터조작을 못한다는 것입니다.
정말로 기가차서 말이안나옵니다. 일을 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컴퓨터의 윈도우 창이 안켜져 이상하다 이상하다 하며 아들에게 물었더니 쉽게 조작을 하더군요….
usb가 꽂혀 있어서 윈도우 창이 안열린다고 하면서 쓱 빼고 나니 창이 열리더군요 ..
젊은사람들은 쉽게 해결하는데 나이든자는 정말로 어려운 문제고 풀리지가 않는답니다. 참으로 억울하고 분하다는 느낌까지 듭니다. 젊은사람들과 경쟁에서 뒤지고 쉽지않은데 맘대로 안되나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