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전제로 남편감을 소개를 받아 만나면서 달콤한 데이트에 푹 빠져 있는 숙녀가 있습니다.
물어보지 않아도 오늘 오빠랑 어디를 가고 뭘 먹고 어떻게 하면서 놀았는지 중계방송을 하면서 어찌나 즐거워하는지 진즉 만났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느낌으로 이야기를 하는, 내 딸 보다 어린 숙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1년여 데이트를 하더니 올봄 결혼을 앞두고 예식장을 예약하고 신혼살림을 꾸릴 집을 보러 다니고 드레스나 한복 등을 빌리거나 맞추기 위해 예비신랑과 바삐 지내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불평불만을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돈도 많이 들고 신경 쓸 것이 너무 많아서 힘들다고 투덜거려서 같이 듣고 있던 분들이
“다 그런 거야. 그런 어려움 없이 결혼을 어떻게 해?”
“연애와 결혼은 그래서 다른 거야.연애는 낭만이지만 결혼은 현실이거든”
“남들도 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결혼을 하는 거야” 하니까
이렇게 복잡할 줄 알았으면 혼자 살 건데 괜히 결혼한다고 후회의 말을 심각하게 합니다.
혼자 살 때는 자기 걱정만 하면 됐는데 결혼하려고 하니 인간관계가 너무 복잡해진다는 것입니다. 시부모님과 시누이뿐 아니라 남편의 큰아버지 큰 어머니 사촌들 등 자손이 번성한 집안이다 보니 호칭조차도 여간 복잡하지가 않다고 했습니다.
예식장을 알아보는데도 “여기가 딱이다.” 이렇게 의기가 투합되는 곳이 없고 시댁에서 가까우면 친정에서 멀고, 주차장이 좋은 곳은 대중교통이 불편하고 등등 고려해야 할 것도 눈치 봐야 할 곳도 많고 신경이 쓰여서 결혼식도 하기 전에 피로감이 온다고 합니다.
한복 문제도 입을 일이 별로 없는 한복을 몇 십만 원씩 들여서 맞추는 것보다 본인은 대여해 입고 반납하고 싶은데 시어머니는 동대문에 가서 맞추자고 하고 드레스 고르는 일에도 시어머니께서 직접 골라주고 싶어 하셔서 관심인지 사랑인지 참견인지 구별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뭐하나 속 시원히 일이 진행되는 것은 없고 일때문에 감정이 꼬이는 것 같다고 합니다.
왜 안 그렇겠어요. 결혼이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만남 일 뿐만 아니라 남자의 집안과 여자의 집안이 만나는 그런 일이기도 하니까요. 남들도 다들 그런 과정을 거쳐서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구나.”하는 것을 깨우치고, 나 외에 타인들과도 타협하고 양보하면서 관계를 맺고 살아가면서 어른이 되는 것이겠지요.
결혼식 문제만 해도 주눅이 들어 있는데 “결혼하면 아기를 낳게 되는데 애 낳으면 세상이 더 맘대로 안 돼” 이런 말로 결혼에 회의가 들어 힘들어하는 예비신부를 겁주는 분도 있었습니다.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아기에게 온통 맞추어 살아가야 한다.”라고 하자 “애는 안 낳을래요.”라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그러자 “애는 안 낳으면 손해”라고 어떤 분이 약 올리듯 이야기합니다.
“왜 안 낳으면 손해예요? 아기 낳아 고생하며 키우지 말고 직장생활을 더 열심히 해서 노후준비를 하면 되지요.” 그러자 “나중에 인생을 결산할 때 자식이 없으면 아무것도 없게 된다.”충고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결혼하면 애를 낳고 고생스럽지만 애를 낳아 기르면서 어른이 되고 아이가 주는 기쁨도 맛보고 그렇게 사는 것이 인생이 아니겠느냐고 하더군요.
사회적으로 아무리 성공한 분도 말년에는 결혼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자녀를 낳아 기르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한다고, 결혼을 안 할 수도 있고 자녀가 없을 수도 있지만 굳이 인연이 있는데 힘들다는 이유로 결혼을 피하려고 하거나, 자녀를 낳을 수 있는 상황인데 안 낳는 것은 아니라는 말로 결론을 내었습니다.
인생 살면서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하고 곳곳에 함정 같은 인생의 질고가 있지만 그래도 결혼하고 자녀를 낳아서 길러봐야 인생의 참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말에 깊이 공감을 합니다.
나도 내 인생을 결산해 보면 고슴도치 엄마라는 말을 들으면서 두 딸을 낳아서 애지중지 기른 것, 좋은 사위를 본 것,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운 손자가 네 명이나 되는 것밖에 건질 것이 없습니다. 그 외에 뭐가 남는 것이 있겠습니까?
손자의 예쁜 미소는 물론 투정까지도 사랑스럽고 그 모습을 보는 것이 행복합니다. 우리 한이는 요즘에 뭐든지 혼자 하겠다고 하다가 잘 안되면 화를 내고 울기도 합니다. 오늘 아침에도 내복은 앞뒤를 따져가며 잘 입었는데 유치원 원복인 운동복같이 생긴 윗옷이 맘대로 안 되어 결국 울었습니다. 조금 도와주겠다고 해도 혼자 한다고 고집을 부리다가 야단도 맞고, 울음을 다 못 그친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나니 마음이 좀 쓰리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런 것이 다 사는 재미고 과정이겠지요?
데레사
2017-01-19 at 14:25
사람 사는 일이 녹녹지 않지만 그 어려움속에
행복이 있는걸 몰라서 투정일겁니다.
사는게 어디 장미꽃길만 있는건 아닌데
너도 나도 몸도 마음도 편할려고만 하니
어려운 겁니다.
그 숙녀분이 얼른 깨닫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