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의 설날 풍경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상
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모시면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노인분들은 자녀들이 나를 버렸구나 생각하기도 하고 자녀분들은 부모님을 집에서 못 모시는 일을 죄스럽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요양병원 역사가 길지 않기도 하고 아직 관습화가 덜 된 탓도 있겠지만 요양병원이 어르신들께 좋은 면도 많습니다. 일단 병원에 입원해 계시면 전문적인 치료를 받게 되어 질병에 대한 대처와 치료가 가능하고 대소변을 받아 내거나 기저귀를 갈아주고 목욕이나 식사 수발 등의 도움을 받아 삼시 세끼 따뜻한 식사를 하실 수 있습니다. 같은 병실에 계신 분들과 매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대화가 가능하신 분들은 친구도 사귈 수 있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으로 개인에게 맞는 적당한 운동과 치료를 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안전하고 어쩌면 평안하기도 합니다.
요즘엔 다들 바쁘게 사는 세상이라 자녀들이 다 일터로 나간 사이에 혼자 질병과 싸우며 방 안에서 외롭게 있는 것보다는 병원에 입원할 수 있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좋은 일 일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입원을 결정하려고 할 때는 가족들 간에 많은 갈등을 하지만 막상 입원하고 나면 대부분 환자도 가족도 만족해합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사회적인 비용과 자녀에게 부담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 병원에 중국에서 공무원을 하다가 우리나라로 돈 벌러 온 간병인 부부가 있는데 그분들 말로는 중국에서는 가망 없는 환자는 집으로 데리고 가라고 강제로 퇴원시킨다고 하더군요. 인공호흡기로 호흡을 하거나 의식이 없는 환자는 병원에서 나가면 죽는대도 불구하고 생명 연장술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병원에서 맞이하는 설날 풍경은 어떨까요?
설날은 일 년 중 보호자들로 요양병원이 가장 붐비는 날입니다. 바빠서, 집이 멀어서, 사이가 좋지 않아서 등등의 이유로 면회를 자주 하지 않던 가족들도 설날에는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르신들이 자녀를 간절히 기다리는 날이기도 합니다.

부모가 와상상태라 침상을 벗어나지 못하면 침상 머리를 세워서 앉혀놓고 절을 드리고, 움직일 수 있으면 로비로 모시고 나와 절을 합니다. 병원에서 병풍을 치고 보료를 깔아 절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 드렸습니다.

untitled1 (1)

한 어르신은 연세가 높으신데 인지는 좋아서 아들에게 밖의 여러 소식을 묻기도 합니다. 할머니 연세가 90이 넘으셨으니 아드님도 70노인이라 두 분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하는 모습이 아름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합니다. 어르신은 옛날에 공부를 하셨던 분이라 아들이 오면 물어볼 것을 수첩에 꼼꼼히 적어놓으셨다가 하나, 하나 물어보시고 아들은 그에 적당한 대답을 해 드립니다. 할머니는 청력이 저하되어 큰 소리로 해야 알아들으시니까 귀에 손을 가져다 대고 밖의 소식을 들으십니다.
untitled2 (1)
보료에 앉아서 절을 받을 수 없으면 휠체어에 앉은 상태에서 절을 받습니다.

untitled4 (1)환의를 벗고 사복으로 갈아입으시고 모자까지 쓰고 절을 받으시는 어르신도 있습니다.
untitled5 (1)
호기롭게 세뱃돈을 꺼내 건네기도 합니다.

어머니 (1)
손녀의 절을 받는 일이 그다지 즐겁지 않으시고 그냥 침대에 올라가 눕고 싶어 하는 어르신도 있습니다.

설날에 많은 보호자들이 면회를 다녀가셨는데 그중에 설 전날에 자녀들이 미리 세배를 하고 갔는데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면회하러 오지 않는 아들을 원망하는 분도 있습니다. 면회객이 한 명도 없는 어른들도 있습니다. 입원기간이 오래다 보면 가족들이 지쳐서 그러는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은 면회 오는데 본인은 면회 오는 사람 없이 설날이 저물어 가면 화를 내시고 짜증을 부리기도 합니다. 다른 환자 면회객을 바라보며 부러워서 이불을 덮어쓰고 우울해 계시다가 아들이 다녀가자 주름진 얼굴에 함박웃음이 퍼지기도 합니다. 그분에게는 자녀들이 만병통치약입니다.
설날이라고 효성이 지극한 딸이 휠체어에 태워 뷔페에 모시고 가 점심 식사를 하고 오신 할머니는 뜻하지 않게 설사를 만나서 저녁내 간병인이 대변을 치우느라 고생하기도 하고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아내 옆에서 하루 종일 아내 얼굴만 들여다보고 있는 갈 곳이라고는 없는 쓸쓸한 남편분도 있습니다. (남편이 출근한 사이에 아내가 화장실에서 쓰러져서 방치되어 있다가 너무 늦게 발견되어 뇌사상태에 빠져서 회복이 불능인 상태라 남편분이 너무 안타까워합니다. )
인지가 좋은 어르신들은 자녀들의 손을 잡고 얼굴을 더듬고 반가워하시지만 자녀를 봐도 무감동 한 어른들도 많습니다. 설날인지 명절인지 그런 건 상관없이 혼자 생각에 하루 종일 횡설수설하는 분도 있습니다.

요양병원에서의 설날은 이렇게 지나갔습니다.

2 Comments

  1. 윤정연

    2017-01-30 at 07:05

    이렇게 요양원이 좋은점이 많다는거도 잘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뉴스 에서도 항상 좋은 이야기 보다는 어르신들을
    학대 또는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심지어 때리기도 하네,
    식사를 많이 하도록 두면 변을 많이보네,…
    이런글을 접하다보니 부 모 님을 보내기 꺼려하시는 자 녀
    들도 보았어요…유칳원이나 어린이 집도 나쁜것만 보여주는것은 기자들의 무슨 심뽀 일까요? 정말 묻고 싶어요!!!

  2. 석초

    2017-02-05 at 05:22

    부모님 요양병원 모시는 것을 불충으로 생각 되던 시절이 엇그제 같은데 이제는 당연시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저는 유언했습니다.
    인공호흡이니 그런걸로 고통을 연장시키지 마라고요.

    남은 식구들에게 짐을 덜어주는 측면도 있지만 나 자신을 위하는 길이라고도 생각되서요.

    호흡의 끝은 고통의 끝이도 합니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