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연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를 고르라면 저는 광화문입니다.
세종문화회관이 있고 젊을 때부터 즐겨 찾았던 교보문고랑 금호아트홀 새문안교회 등이 있어서입니다. 20대 때 광화문과 종로 1가 2가에서 주로 놀았습니다. ^^
근래엔 세종 아카데미를 오래 다니면서 공부를 했고,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공연을 자주 보러 갔습니다. 일산에 아람누리가 생기고부터는 갈 일이 줄었지만 그래도 가끔은 책을 산다는 핑계로 일부러라도 광화문 교보문고까지 갔었습니다.
요즘엔  일산에도 교보문고가 생겼고 인터넷 주문을 하면 배송이 빨리 이루어지고 알라딘 등에서 구입하는 책도 많아졌기 때문에 교보문고까지 갈 일이 없습니다.
작은딸이 필요한 책이 있다고 광화문 나간 길에 교보문고에 들리자고 계획했지만 시간이 안 되었습니다. 한이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집에 와 있어야 해서요. 한이 엄마가 차를 마시다 책을 꼭 사야 하는데 하더니 휴대폰으로 책을 주문하더군요. 찻집에서 주문을 했는데 우리가 집에 오고 서너 시간이나 지났을까 밸을 눌러서 나가보니 책이 도착했습니다. 총알 배송이라고 하더니 너무 빨리 와서 낮에 주문한 책이 맞나 해서 어리둥절할 정도였습니다.

매달 한 번씩 정기적으로 우리 딸들과 광화문에서 만나 데이트를 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일산에서 가고 큰딸은 잠실에서 오고 하려면 광화문이 중간 정도이고 교통도 좋고 밥 먹을 데도 많아서 결정했습니다. 딸들이 결혼 전에는 세종문화회관에 공연을 보기 위해 함께 다녔는데 결혼하고 손자들이 계속 태어나고 하면서  딸들은 육아에 때문에 한 오 년은 밖에서 만나기 어려웠습니다. 보자고 약속하면 밤새 아이가 열이 나고 아프든가 내가 근무를 뺄 수 없거나  딸들과 만나는 일보다 중요한 일이 생기는 등 아이들을 두고 셋이서만 만나는 일이 생가보다 쉽지가 않았습니다. 아이들 변수가 가장 커서 약속 전날까지도 만남을 확신할 수가 없습니다. 지난번에는 만나러 가는 중에 유치원 선생님이 전화를 하셨더라고요. 한이가 아픈 것 같다고요. 버스를 타고 연대 앞까지 갔는데 돌아가야겠다고 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괜찮아졌다고 해서 잠깐 만나고 돌아서 오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이번엔 날씨도 좋고 아이들에게도 아무 문제가 없어서 짧은 시간이지만 편하게 셋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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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들은 만나자마자 호호거리며 둘이 얼마나 즐거워하는지 모릅니다.
자매는 30년 넘게 같이 자라고 외국에서도 함께 공부하며 한방에서 생활한 사이니까 서로의 먹성이나 취향 성격 반응까지 다 알고 있어서 말이 잘 통합니다. 왜 둘만 아는 상황이나 언어 같은 것이 있고 빠르게 교감되는 일들이 있잖아요. 자매는 결혼 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매사를 둘이 전화로 의논합니다. 언니가 딱 1년 정도 먼저 아이를 키워 봤으니까 생생한 경험담으로 조언하기 때문에 믿을 만 합니다. 동생도 언니를 가장 믿고 따르니까 자매인 것이 정말 다행이다 싶어요. 남매라면 이런 친밀도를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고 각자의 가정을 가지고 나면 서로 의지하기도 어려웠을 것 같거든요. 형제면 형제, 자매 면 자매가 본인들한테 좋은 것 같아요. 작은 딸이 언니에게 “까꿍이가 밤에 자주 깨어 울어서 힘들다.”라고 하면 언니는 “우리 애도 그랬는데 이유 없이 그럴 때가 있고 금방 지나간다고, 괜찮다”라고 하면 정말 아이가 괜찮아지니까 실질적인 조언이 큰 힘이 되는 것입니다. 인터넷 쇼핑으로 옷을 살 때도 사진을 주고받으면서 뭐로 할까? 물어서 결정하고, 아이들 신발이나 옷 등은 서로 통용하고 자기들 옷도 서로 바꿔 입기도 합니다.

중년이 된 두 딸을 나란히 앉혀 놓고 밥을 먹자니 나도 얼마나 흐뭇한지 밥 먹다가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차를 마시다가도 사진을 찍고 광화문에서 헤어지면서도 사진을 찍었습니다. 나는 흡사 사진을 찍기 위해 만난 것처럼요.  눈가에 주름이 생겼느니 우리도 이젠 중년이니 하면서 나이 먹었다고 하는데 두 딸이 이야기하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좋더라고요. 나는 우리 딸 둘이 닮았는지 모르겠는데 쌍둥이 같다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커피숍에 갔을 때도 종업원이 두 딸을 쳐다보더니 귓속말로 “쌍둥인 가봐.” 이러더랍니다.
줄 서서 기다려 먹는다는 스파게티 집에서 점심을 먹고 차 마시고 헤어지기까지 두어 시간의 데이트가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지 모릅니다. 스파게티 좋아하는 큰 딸이 점심을 샀습니다. 그러면서 만나면 매번 “밥은 잠실 아줌마가 사겠다.”라고 해서 그러라고 했습니다. 커피는 일산 아줌마가 샀고요. 일산 할머니는 얻어먹기만 했어요.

광화문 연가를 계속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1 Comment

  1. 윤정연

    2017-02-18 at 02:41

    따님들이 중년이라구요? 아기들 데리고 다니지 않으면 아가씨 들이라고 하겠어요…아기들을 둘씩두고,모유 수유한 엄마라면
    도져히 믿기잖네요…
    수니님이 정말 부럽습나다…나도 어릴때 언니나 동생있는
    친구들을 부러워 했는데…내딸도 나랑 같으니…무남독녀도 대물림 하는지…내생각하면 딸도 않됐지요…
    다행히 딸은 남매를 낳아서…엄마의 한을 풀어줬어요…
    수니님 항상 즐거운 시간되세요…

    (어제 글을보고 댓글을 달았는데…저번 커피이야기도…
    올라오지 않았데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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