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밤

한이네 유치원에서 재롱잔치를 했습니다.

새해 달력을 받자마자 한이 재롱잔치가 열리는 날에다가 커다랗게 동그라미를 해 놓고 손꼽아 기다렸어요. 5살 한이 인생에 처음 무대에 서는 것이잖아요. ^^ 할머니 입장에서는 베를린 필 공연 보다 우리 한이 재롱잔치를 더 기대하고 기다렸어요.

우리 한이가 첫날밤을 집에서 연습할 수 있도록 여러 번 시켜봤어요. 집에서는 신이 나서 춤을 추는데 무대에 올라서도 떨지 말고 잘 해야 하는데 그런 걱정까지 하면서요. 재롱잔치라는 것이 말 그대로 재롱잔치이지 올림픽 경기가 아닌데도 괜히 어른들이 쓸데없이 그러는 것이지요.
요즘엔 유튜브를 찾으면 뭐든지 다 볼 수 있어요. 사람들이 유튜브 선생님이라고 도하잖아요. 유튜브를 잘 활용하면 뭐든지 다 배울 수 있어요. 교회에서 새로운 곡으로 성가 연습을 할 때도 “각자 집에서 유튜브 선생님과 연습해 오세요.” 그러거든요. 유튜브에는 원하는 곡을 거의 다 찾을 수 있어요. 노래뿐 아니라 아이들 재롱잔치 주메뉴인 “첫날밤”도 몇 개나 있어서 한이에게 보여주며 연습을 시켰어요. 그러다 음악을 들려주면 직접 춤을 추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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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는 집에서 놀이처럼 춤추고 노는데 우리는 그걸 구경하면서 어찌나 재미있는지 심심하면 “한이야 할머니가 머리가 좀 아픈 것 같은데. 한이가 신랑 각시 춤 한 번만 해 주면 나을 것 같아.” “할머니 너무 피곤한데 신랑 각시 춤 한 번만 할래?“ ” 할머니 기운이 없는데 한이 춤추는 것 보면 기운이 날 것 같아.” 이러면 놀다가도 벌떡 일어나 춤을 추곤 했어요.
“딴따다다다 딴따다~ 신랑~ 왜 불러 세상에서 제일로 어여뿐 각시를 보았오” 노래까지 하면서 춤을 추는데 그 모양이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봐도, 봐도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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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롱잔치에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꽃다발까지 들고 오셨어요. 할아버지는 ” 한이가 첫 손자라 재롱잔치에 할아버지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라며 설레시는 것 같았어요. 손자 재롱잔치에 할아버지가 뭘 하실 게 있겠어요? 그런데도 너무 좋아하시는 겁니다.

유치원에서는 한 해 동안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친 것을 다 보여주시려고 선생님들이 정말 고생을 하시더군요. 아기들이 집중해서 뭘 하는 게 쉬운 게 아니잖아요. 한 아이를 바로 세워놓으면 다른 아이가 줄을 이탈하거나 뒤로 돌아서 고 혼자 딴 생각을 하고 그러는 애들에게 율동을 가르치는 일이 얼마나 어려웠겠어요. 그러니 아이들이 잘하고 못하고 그런 것은 따져볼 필요도 없이 무조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서툰 몸짓하나 손동작 하나에도 눈물이 날 정도로 그냥 감동이 오더라고요. 워낙 감동을 잘하는 할머니만 그랬나 했더니 한이 엄마도 그랬대요.

우리 한이는 나를 닮아서 숫기가 없어요. 어떤 아이들은 무대에서도 정말 천진난만하게 뛰고 노는데 우리 한이는 무대 앞에 서 계신 선생님을 쳐다보면서 동작 하나하나 틀리지 않게 하려고 얼굴이 굳어 있어요.
첫날밤이라는 어린이들의 율동 보셨어요?
신랑 신부가 첫날밤을 맞았는데 신랑은 자기 각시가 가장 예쁘다고 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신부는 자기 신랑에 세상에서 가장 멋지다고 하며 잘했군 잘했어하면서 궁둥이를 토닥여줘요. 그리고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날밤인데 신랑이 “옷고름을…….” 하니까 각시가 앙탈을 합니다. “왜 그러시오?”라고 꼬마 신랑이 점잖게 묻자 신부는 사람들이 쳐다봐서 부끄럽다고 합니다. 그때 신랑이 허세를 부리며 앞으로 나서며 관객을 훠이 훠이 하면서 쫓아 냅니다. 그리고 나서도 신부가 초롱불이 너무 밝아 부끄러워하는데 성질 급한 신랑이 “어허 그러다가 날 다 새겠소” 하는데 꼬끼오 닭이 웁니다. 그래도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것은 내 신랑 내 각시 하면서 끝납니다. 어린 신랑 신부의 재롱이 어찌나 귀여운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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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가르치기까지 선생님들 수고가 대단하신 것을 알기에 저녁에 유치원 원장 선생님께 카톡으로 감사 말씀을 드렸습니다. 원장 선생님께서 너무 큰 격려와 힘이 된다며 다음에도 더 열심히 하시겠다는 답장을 보내오셨습니다. 물론 담임선생님께도 감사 인사를 드렸고요.
집에서는 까꿍이에 비하면 커 보이는데 6살 7살 형님들 숲에 있으니 우리 한이가 조그만 아기처럼 보였어요. 우리 한이도 6살 되면 첫날밤 재롱보다 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겠지요.

1 Comment

  1. 김수남

    2017-02-21 at 07:28

    네,한이가 정말 너무 사랑스럽고 장합니다.그 모습이 그대로 그려집니다.저희 아이들 유치원 때 재롱잔치에 감동 받던 날이 엊그제 같아요.정말 아이들은 몸 짓 하나하나 그 자체가 너무 귀엽고 예뻐서 보는 이로하여금 미소가 피어나고 행복하게합니다.
    한이가 첫날밤 공연을 잘 해 낸 것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손주들 재롱 가운데 언니도 더욱 기쁨과 감사가 피어나시는 행복한 매일 되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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