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을 다니는 까꿍이가 친구라는 단어를 배워가지고 집에 와서도 수시로 써서 그 모습을 보고 식구들이 웃습니다.
제 형을 보고도 친구야, 친구야 하면서 같이 놀자고 합니다. 형은 친구가 아니고 형이라고 해도 요즘엔 부쩍 친구라는 말이 입에 붙는지 툭하면 형에게 “친구야”라고 다정하게 부릅니다.
형이 자동차를 가지고 놀고 있으면 저도 비슷한 크기의 자동차를 골라들고 친구야, 친구야 하면서 자동차끼리 대어 보고 부딪치게 합니다. 형은 별 반응을 보이 않아도 까꿍이 혼자 친구를 불러가며 친한 척을 하는 것입니다.
형은 의젓하고 말수가 없고 아이답지 않게 조용한 편입니다.
까꿍이는 어떤 경우에서도 리액션이 빠르고 명랑하고 감정 표현이 다양합니다.
오늘 아침에도 조용해서 보니 물휴지를 한통 다 빼서 흩어놓았다가 그걸 다시 집어넣느라 끙끙대고 있었습니다. 아침부터 야단치기도 뭣해서 아무 말 못하고 비닐봉지를 찾아 들고 갔더니 눈치 빠르게 주어서 넣습니다. 할머니가 되어서 그런지 야단을 쳐야 할 때 야단을 못치고 아이 얼굴만 쳐다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서 참 문젭니다. 아이가 무슨 짓을 해도 예쁘기만 하니 교육적으로 빵점 할머니입니다.
요즘 들어 까꿍이의 말썽이 부쩍 늘었는데 그중에도 낙서를 많이 합니다. 사방의 벽지를 스케치북 삼아 그림을 그리는데 손이 닫는 모든 곳이 자신의 도화지가 됩니다. 벽에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책상 위, 식탁 다리, 평편한 장난감에까지도 크레용이나 연필로 맘대로 줄을 그어 놓습니다. 까꿍이 엄마가 집안이 지저분하다고 걱정을 하기에 까꿍이가 좀 커서 말귀를 알아들을 때가 되면 덜 하겠지, 내년이나 그 이후에 도배를 새로 하면 되니까 그냥 두자고 했습니다. 집안에 이미 낙서가 풍년인데 스트레스받아 봤자 뭐 하겠어요. 연필이나 크레파스를 까꿍이 손 안 닫는 곳에 치우며 될 것 아닌가 하지만 형은 연필이나 크레파스가 있으면 뭐라도 쓰고 그리고 하니까 손에 닿는데 필기구를 두어야 합니다.
아침에 한이와 까꿍이를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대려다 줄 때가 있습니다.
까꿍이 어린이집은 아파트 같은 동에 있어서 먼저 들여 보네고 한이는 아파트 정문 앞에 오는 스쿨버스에 태워 보내게 됩니다. 며칠 전에는 집에 케이크가 한통 있기에 한이네 유치원 선생님들 차 마실 때 드시게 보내드리려고 들고 내려갔습니다. 까꿍이 어린이집에 벨을 눌렀더니 마침 원장 선생님이 나오시는데 까꿍이가 형 손에 들려있던 케이크 상자를 빼서 얼른 원장 선생님을 드립니다. 원장 선생님이 “어머 이게 뭐예요?” 이러시는데 그걸 달라고 하겠어요? 어쩌겠어요.
“네 케이크인데 선생님들 드세요.”이러고 돌아섰지요.
한이는 제 손에 들려 있던 케이크를 자기 선생님을 못 드려서 서운하다, 이런 느낌이 없는지 아무렇지 않은 표정입니다. 나 혼자 속으로 우리 까꿍이가 참 맹랑하다. 그러고 말았지요.
어린이집에 까꿍이 보다 한 달 정도 생일이 늦은 아기가 있는데 우리 까꿍이가 예뻐합니다. 그 아기도 까꿍이를 좋아하고요. 우리 까꿍이가 그 아기를 좋아해서 예쁜 건지 아기가 예뻐서 예쁜 건지 할머니도 그냥 그 아기가 예뻐요. 그 아기만 예쁜 것이 아니라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기들이 다 예쁘고 선생님도 그냥 좋아요. 우리 까꿍이가 친구야, 친구야 하면서 아기들끼리 모여 재미있게 노는 것을 생각하니 어린이집도 고맙고 선생님들도 다 고맙습니다. 까꿍이가 어린이집에서 배운 노래를 집에 와서 흥얼거리고 친구야 어쩌고 하면서 노는 것을 보면 확실히 또래집단에서 사회성을 배우는 것 같아요.
그런데 신기한 것은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두 아이가 성격이 무척 다른 것에 놀랍니다.
자라면서 여러 번 아이의 외모도 성격도 바뀐다고 하니 또 어떻게 바뀌어 갈지 기대가 됩니다.
김수남
2017-03-16 at 21:58
네,언니! 까꿍이가 정말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한창 창작 능력이 왕성할 때이네요.손 닿는 벽에 저는 커다란 종이를 도화지처럼 붙여 주기도 했습니다.한이와 까꿍이는 사랑을 듬뿍 안겨 주시는 할머니와 화목한 가정안에서 사랑받으며 자라기에 분명 훌륭하고 멋진 청년으로 잘 성장할 것이보여집니다.아이들의 장래 모습이 벌써 그려집니다.아이들 모습 함께 보며 같이 행복해 질 수 있게 따뜻한 행복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