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늘 새롭고

매년 돌아오는 봄이지만 봄은 늘 새롭고, 꽃이 화들짝 피어나는 것을 보면 경이롭습니다.
강릉 사는 친구로부터 경포대 꽃소식이 올라오고 대구에 사는 오라버니도 앞뜰에 피어난 꽃을 찍어 카톡에 올립니다. 남쪽에선 벌써 두어 주 전부터 꽃소식이 있는데 일산은 좀 늦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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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친구들과 전주 한옥마을과 마이산 그리고 송광사까지 들려왔습니다.
서울보다 훨씬 남쪽이니 꽃이 만개를 했거나, 절정일 것을 기대하고 갔는데 그렇지 않더군요.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어떤 절정의 순간을 만나는 것은 기대만큼 쉽지 않습니다. 계산상으로는 4월 8일이면 꽃이 딱 좋을 것 같아서 모임을 한 주 당기기까지 했습니다. 아직 피지 않았거나 이미 지고 있거나 그렇거든요. 작년 4월 둘째 주에 벚꽃의 절정을 봤기에 올해도 그렇게 믿고 나들이 계획을 잡았습니다. 우리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우리 같은 계산을 했나 봅니다. 주말을 이용하여 몰린 여행객이 많아서인지 여행사마다 대형버스가 만석이었습니다. 도로가 붐비고 가이드가 모자라고 그런 중에 끼어야 대한민국 아줌마(!)가 아니겠어요? ^^ 우리 친구 11명도 그 행렬에 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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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을 가려면 여행사 버스투어가 경제적입니다.
우리가 다녀온 전주한옥마을 상품은 29000원짜린데 서울역 앞에서 오전 7시에 출발해서 밤 10시쯤 출발했던 장소로 돌아옵니다. 아침밥도 버스 안에서 주고 버스로 왕복을 하니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습니다. 승용차를 가지고 가려면 여러 대가 움직여야 하고 운전하는 수고와 기름값, 톨게이트비 등 단체버스여행에 비하면 비효율적입니다. 친구 여러 명이서 이런 버스투어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가성비를 따지는 나이가 되었다.”옆에 앉은 친구가 그러더군요
가성비는 “가격 대비 성능”의 준말로 소비자가 지급한 가격에 비해 상품이 얼마나 큰 효용을 주는지를 따지는 말입니다. 사실 가격에 비해 많은 것을 구경하면 경제적이고 좋은 것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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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부작용도 있더라고요,
봄꽃 성수기를 맞아 여행사에서 가이드가 부족했나 봅니다.
서울역 앞에서 버스가 출발한 직후 운전기사분이 가이드를 소개합니다.
“오늘 우리를 안내해줄 아가씨입니다.”
그러나 마이크를 받아 드신 분은 아가씨가 아니고 70대 중반은 되어 보이는 할머니입니다. 요즘엔 80노인도 60대로 보이는 시대라 처음엔 마이크를 받은 분이 손님인데 농담하는 줄 알았습니다. 뚱뚱한 체격에 몹시 피로해 보이고 말씀을 잘 못하셔서 다른 아가씨 가이드에게 마이크를 넘겨주겠지 했는데 할머니가 인사말을 합니다.
“어휴 오늘 아침 여기까지 오는데 힘들어서 혼났어요.
집이 멀어서 어젯밤 늦게 영등포로 와서 찜질방에서 잤어요.
그러다 보니 잠을 한숨도 못 잤어요.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이러는 겁니다.
국내 목적지가 정해진 여행사 가이드는 특별한 일이 없고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자유시간이고 언제 버스 있는 곳까지 오면 된다던가, 이곳에는 어디 어디 가 볼만하고 핵심 포인트는 어디다. 이 정도 안내만 하면 되는데 그걸 못 하셨습니다. 그래도 우리 친구들은 그 할머니 가이드를 응원했습니다. 100세 시대라 저 나이에 여행사 가이드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우리들은 뭐라도 할 수 있겠다. 이런 말까지 했습니다. 가이드가 모자라서 연세 드신 분을 가이드로 모셨겠지 하고 신경을 안 썼습니다. 회비도 잘 걷고 점심 식사도 단체로 하면 싸고 맛있다고 해서 점심 식대를 걷을 때까지는 별 이상을 못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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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 도착해서 예약한 전주비빔밥을 먹으러 무슨 호텔 식당에 내려주더군요. 식사 후에 전주 한옥마을이 길 건너에 있으니 구경을 마치고 차로 다시 오라고 안내를 하더군요. 식사를 마치고 나와서 보니 건너편에 한옥마을이 있는 것이 아니고 식사 장소 뒤편에 있었습니다. 그러니 가이드가 교육받은 일도 없었고 어디 가 어딘지도 모르고 따라오셨던 겁니다. 친구들과 한옥마을을 둘러보고 차로 돌아올 시간이 되었는데 처음에 해어진 장소에서 멀리 걸어갔었는지 길이 헷갈렸습니다. 친구가 여행사에서 알려준 가이드 전화번호가 있기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버스가 있는 장소가 어딘지 물었더니 “나 영어 못 읽어요.” 호텔 이름을 대지 못하고 옆에 있는 사람을 바꿔주더라는군요. 장소를 알아야 길을 물어보겠는데 몹시 난감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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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산 벚꽃이 좋다고 했는데 한 송이도 피지 않아서 그야말로 둘러보고만 왔습니다. 그래도 함께 늙어가는 정다운 친구들과 하루를 오붓하게 여행했습니다.
자고 났더니 벚꽃이 우리 아파트 단지 안에 것이 활짝 피어 있네요.

친구들도 모두 자기 동네 꽃소식을 카톡에 올려서 전주까지 가서 못 보고 온 꽃을 보고 있습니다. 일산 호수공원에도 개나리 목련 등이 한창이고 수양 버드나무 가지에 연두색 잎이 늘어졌는데 꽃보다 더 예뻐요.

 

2 Comments

  1. 윤정연

    2017-04-11 at 06:13

    어찌 되었던…친구들과 같이 모여서 꽃놀이 하는것에 의미를 두면 가이드야 크게 영향은 없다겠으나…노인이 가이드라면…모시고 다니는 모양새가 됐겠아요~~ㅋㅋ
    한옥 마을도 좋고 마이산도 좋았지만…일산 호수공원만
    하지 못했네요…
    항상 멋진 모임, 영행을 즐기세요.
    세월이 너무 빨리 가니까요…!!!

  2. 김 수남

    2017-04-15 at 13:53

    언니! 친구 분들이랑 봄 나들이 잘 하셨네요.정말 한 분 한 분이 참으로 마음이 따뜻하게
    전해 옵니다.언니 친구 분들 사진으로지만 종종 뵈니 직접 뵌 듯 너무 반갑습니다.항상 건강하셔서 자주자주 친구 분들과 정다운 나들이 하시며 즐거운 이야기 많이 나눠주시길 기대합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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