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딸 생일에

큰 딸 생일이 지나갔습니다.
멀지 않은 잠실에 사는데도 자주 얼굴을 보기 어려운 것은 아이 둘을 키우느라 딸도 바쁘고 나도 직장을 나가고 있어서 한 달에 한번 볼까 말까 합니다. 서로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딸의 생일 아침인데도 모여서 밥 한 끼 먹을 시간이 안 되어 생일 축하 말을 카톡으로 보냈습니다. 문자만 보내기 아쉬워서 옛날 외국에서 큰딸이 태어났을 때 찍어둔 아날로그 사진을 앨범에서 찾아서 휴대폰으로 찍어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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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사진을 받아 보더니 감격을 합니다.
엄마 내가 아기 때 저런 유모차를 탔어?
저 사진에 있는 낙타 좀 봐!
바운스에 있는 아기가 너무 조그맣다.
자라면서 여러 번 뒤적여본 사진들인데도 처음 보는 것처럼 감격을 합니다.
딸도 아기 두 명의 엄마가 되고 보니 그런 것이 예사로 보이지 않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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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겨우 26살에 엄마가 되었고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큰딸을 키웠습니다. 지금 26살 숙녀들을 보면 너무 애들 같은데 우리는 어리다는 생각을 스스로 하지 않았습니다. 낯선 타국에서도 엄마가 되어 아이에게 젖을 먹여 키웠습니다. 여러 형제 중에 자라서 아이가 귀하지 않을 것 같았는데 내 아이가 태어나자 어찌나 감격스럽고 흐뭇했는지 모릅니다. 남편은 회사일로 바쁘고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가 없는 외국 생활이다 보니 하루 종일 아기하고만 지내면서도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아기를 목욕시켜 옷을 갈아입히고 눈을 맞추고 놀고 음악을 들려주면서 육아를 소꿉놀이처럼 했습니다.
낮 동안은 햇볕이 강하고 더워서 집안에서만 있었고 해가 지고 나면 유모차를 밀고 단지 안을 산책했습니다. 그 아이가 지금은 마흔이 다 되어가 딸은 두 아들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layout 2017-4-15

딸 가정에는 가족 주간이 있습니다.
딸 생일과 결혼기념일과 건이 생일이 나란히 있어서 이때 몰아서 가족행사를 합니다. 한꺼번에 몰아서 하는 것이 어쩌면 쉬울 것도 같지만 사위 입장에서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사위는 매년 가족 기념주간이 되면 식구들을 데리고 여행을 다녀옵니다.
이번엔 일본 디즈니랜드를 다녀왔습니다. 4식구가 움직여야 하니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두 개나 챙겨야 하고 가방엔 아이들이 매어 달렸습니다. 바퀴 달린 가방이지만 그 사진을 보면서 가장의 힘든 뒷모습을 봅니다. 그래도 힘들다 하지 않고 자기 식구들을 잘 챙기고 예쁘게 살아가는 사위가 고맙고 든든합니다.
우리 딸도 2~30년 후에 아들을 장가보내고, 아들 생일에 저런 사진을 보내겠지요.

3 Comments

  1. 김 수남

    2017-04-15 at 14:02

    어머,언니!큰 따님 생일 진심으로 축하합니다.언니는 26살에 엄마가 되셨네요,저는 27살에요.너무 귀하고 정말 아름다운 사진과 행복한 이야기 감사합니다.따님이 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고 축복합니다.사위님도 정말 너무 감사하고요.가족을 사랑하고 아끼며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이 참으로 귀감이 됩니다.언니도 여전히 젊으신데 벌써 따님이
    마흔이 다 되어간다니 정말 놀랍습니다.늘 아름다운 삶의 향기가 있는 글 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행복하고 은혜 가득하신 부활절 되셔요.

  2. 데레사

    2017-04-16 at 07:13

    부활절 입니다.
    생일 맞은 따님과 모든 가족분들께 주님의
    은총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3. 벤조

    2017-04-18 at 00:33

    젊어서 용감했나봅니다.ㅎㅎ
    그 외진곳에서 외롭게 아이를 낳고 기른다는게 쉽지 않음을 제가 알거든요.
    중동이 사막이라서 그렇지, 40년 전에도 그곳에는 세계 최고의 물품들만 있었습니다.
    오일달러 덕분에…ㅎㅎ
    따님이 아이를 낳고 기르니 엄마를 더 이해하겠지요.
    생일 축하드립니다. 본인과 낳아주신 어머니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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