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 까보다로까

 

포르투갈의 까보다로까(Cabo da Roca)는 ‘시작’과 ‘끝’이 공존하는 곳이라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명소라고 하는 곳입니다. 유럽 대륙의 서쪽 이베리아 반도, 그 반도 내에서도 서쪽 끝을 지키고 있는 나라가 포르투갈입니다. 대서양을 마주하고 있는 포르투갈은 대서양을 끼고 있어서 15~16세기 당시 세계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지니며 해양 왕국으로 왕성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 포르투갈에서 대서양이 가장 먼저 시작되는 곳이 땅끝 마을로 알려진 까보다로까입니다.

   18 (1) 들꽃 위 십자탑이 보이는 까보다로까 전경

포르투갈의 까보다로까는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유럽 서쪽 땅끝 마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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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포르투갈의 시인 카몽이스(Camoes)라는 분이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Aqui Ondi a Terra se Acaba e o Mar Comeca)”이라 칭송 하였다고 하고, 이 글귀는 서쪽 땅끝 마을을 상징하는 십자가 돌탑 뒤에 새겨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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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의 설명으로는 까보다로까의 위치가 우리나라 38선과 같은 위도인 38도라고 합니다. 까보다로까를 방문한 한국인들 중에는 그 모습이 마치 제주도의 섭지코지와 많이 닮았다고 얘기하기도 한다는군요. 다른 건 몰라도 바람은 제주도 바람과 닮았습니다.^^ 바람이 어찌나 센지 몸을 바로 세우기 어려울 정도 였습니다. 모자가 날아갈까 봐 머플러로 둘둘 감고 찍은 사진을 친구가 딸에게 보냈더니 “한국 아줌마들 좀 심한 것 같다.”고 하더랍니다. 진짜로 춥고 바람이 몹시 불었다고 했더니 뒤에 찍힌 서양인은 반팔 차림이라고 지적하더라고 합니다. 처음 만난 대서양의 바다는 우리에게 친절하지 않았습니다. 가이드는 얼마 전 한국 사람이 사진을 찍다가 절벽 아래로 떨어진 이야기를 하면서 가까이 가지 못하게 했습니다. 거센 바닷바람에 퇴색된 하얀 십자가를 바치고 있던 이곳의 높은 절벽을 바라보고 있자니 땅위에 서 있기도 어려운 이런 바람을 뚫고 항해를 했던 마젤란의 모험정신이 위대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해도 바람이 혹시 태풍이 아니었나 하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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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의 관문이자 지중해가 만나는 곳, 까보다로까의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

까보다로까에서 피어나는 작은 선인장꽃들이 피워낸 초원이 오히려 감동이었습니다. 바람의 언덕을 가득 매운 키 작은 선인장 풀밭과 흐드러지게 핀 선인장 꽃과 이름 모를 들꽃들은 대륙의 끝이자 대서양의 시작을 아름답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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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속에서도 즐거운 내 친구들

나는 까보다로까에서 유라시아 대륙의 최서단 끝에 서 있다는 사실이 감동이 아니라 벗어나고 싶은 폭풍의 언덕이었습니다. 까보다로까는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지점이지만 볼거리나 편의시설이 많지 않아서 딱 한군데 있는 기념품 가게에서 뭔가를 사고 영수증으로 보여 줘야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곳은 코르크가 특산품이라고 하는데 난 살 것도 없고 화장실 갈 일도 없어서 그냥 지나쳤습니다. 대서양을 바라보고 서있는 유럽에서 3번째로 오래된 등대이고 이곳의 상징인 빨간 등대와 기념품을 파는 작은 가게 1개, 그리고 대서양을 마주하고 선 십자가 돌탑이 전부입니다.

혹 바람결에 마젤란의 혼령이라도 숨어 있는 것일까 할 정도로 바람만 몹시 불었지만 지나 온 여행지 중에 마음에 남는 곳입니다.

 

4 Comments

  1. 데레사

    2017-05-10 at 08:48

    바람 많이 부는게 사진에도 보이네요.

    나는 어쩌다가 스페인을 못갔어요. 이제는 비행기 오래
    타는게 무섭고 힘들어서 갈 수도 없어요.
    유럽을 다섯번씩이나 가고도 스페인을 못 갔네요.

    순이님
    건강하고 젊을때 많은곳 구경 하세요.

  2. journeyman

    2017-05-10 at 15:26

    등대를 배경으로 찍으신 사진은 정말 제주도가 생각 나게 만드는 풍경이네요.
    신기하고 재미있습니다.

  3. 참나무.

    2017-05-10 at 21:30

    의문이 하나 생기네요
    대서양과 인도양이 만나는 남아공 케이프 포인트도
    갈 때마다 바람이 많이 불어 사진들 보면
    친구들 모습처럼 바람이 눈에 보이는 듯하던데…
    어디다 알아보면될까요…^^
    순이님의 여행기 재밌습니다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4. 김수남

    2017-05-10 at 22:26

    상세하게 잘 설명해 주신 덕분에 함께 여행한 느낌입니다.바람의 언덕에서 그 바람을 직접
    느껴볼 기회를 만들어봐야겠습니다.땅끝! 정말 새로운 느낌입니다.바다가 시작되는 그곳!
    언니의 여행기 덕분에 그곳이 가깝게 느껴집니다.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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