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듣던 아람브라궁전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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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마간산 식으로 구경하는 단체 투어에 새로운 것이 하나 생겼습니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 티켓을 받을 때 여행사 측에서 조그만 수신기를 하나씩 주더군요. 가이드가 손님들을 모아놓고 큰 소리로 설명하던 방법에서 각자 이어폰을 꼽고 있으면, 약간의 거리가 떨어져 있어도 가이드의 말을 걸어가면서 들을 수 있습니다.

알람브라 궁전을 구경하는데 가이드가 수신기에 본인 휴대폰에서 나오는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는 음악을 몇 번이나 들려주었습니다. 음악 속의 장소에 와서 음악을 들으며 걷고 있으려니 더 친근하게 다가왔습니다.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는 연주는 음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익히 아는 선율입니다. 그래서 알람브라궁전은 마음으로 익숙한 곳이면서 반대로 어느 상상 속의 아라비아 공주의 사랑 이야기 같기도 한 그런 곳입니다.

비행기로 경유없이 논스톱으로 가도 12시간을 넘게 가야 하는 스페인 저 멀리에 위치한 궁의 이름이 나에게까지 친숙해진 데는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의 음악 역할이 절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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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움과 애절함이 계속되는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은, 타레가라는 음악가가 그라나다를 방문했을 때 알람브라 궁전을 보고받은 감동을 기타로 옮긴 것이라고 합니다. 타레가라는 작곡가가 그의 제자인 결혼한 부인을 짝사랑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타레가의 사랑을 거부했고 실의에 빠진 타레가는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이 알람브라 궁전을 오게 되었답니다. 그는 달빛이 환한 밤에 궁전의 아름다움을 보면서 자신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생각하며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을 작곡했다고 합니다. 이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자신의 추억이나 옛사랑을 떠올리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정원의 나무들을 금방 이발한 것 처럼 두부모같이 잘라 놓은 것과 나무들이 위로 가느다랗게 자란 것이 이색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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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무 아래에서 근위대 장교와 왕의 후궁이 사랑에 빠져 밤이 되면 몰래 사랑을 나누던 곳이라고 합니다. 이를 알게 된 왕이 분노하여 후궁은 어쩔 수가 없고 애꿎은 나무뿌리를 잘라 고사시켰다고 합니다. 나무는 죽은 상태로 저렇게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800년간 이슬람문화의 번영과 영광, 패배와 좌절을 한 몸에 담고 있는 알람브라 궁전의 아름다움 뒤에는 못다 한 사랑 이야기가 넘쳐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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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5세 궁
궁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커다란 원형의 광장이 나옵니다.
가운데에서 소리를 내면 건물 전체에 소리가 울립니다. 울림이 좋은 구조라 콘서트가 열리는 장소라고 하고 정중앙에서 얘기하면 소리가 확대되어 들리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전자기기가 없던 시절이라 이런 장소가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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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행객이 돌기둥에 망연히 기대어 서 있었습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우중충한 날씨에 산뜻한 연두색이 눈에 띄었고 생각에 잠긴 모습이 보기 좋아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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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브라 궁전 중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알카사바 그중에서도 벨라의 탑에서 친구

뒤에 보이는 곳이 그라나다 시내

벨라의 탑까지 여러 계단을 올라가야 했는데 올라갈 때는 조금 힘들었지만 그라나다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것이 장관이었습니다. 전쟁이 많았던 시절에 방어하기 좋고 적군이 다가오는 것을 감시할 수 있는 위치에 지어진 궁전이라고 합니다.

아름다운 건축물과 정원이 이슬람 문화의 결정체로 일컬어지는 알람브라궁전은 이슬람 문화의 찬연함을 간직하고 오롯이 서있었습니다.

 

2 Comments

  1. 윤정연

    2017-05-18 at 17:06

    나 자신이 스페인 다녀왔다고 해도 이렇게 자세히 기억을 못할것 같아요.
    더욱이 12시간을 비행을 해가며…
    수니님의 여행기가 정말 좋습니다!!!
    앞으로도 더 있지요?
    기대 하겠습니다~~**

  2. 신재동

    2017-05-20 at 14:26

    스페인에 다녀오셨군요.
    몬세라트 수도원의 검은 마리아상은 줄을 서서 기다릴 수가 없어서 망원 렌즈로 촬영했던 생각이 나네요. 소년합창단의 공연이 볼만 했고요. 좌판에 토종꿀을 팔던 한국인 여인도 있었어요. 특별한 산업도 없으면서 조상만 우려 먹고사는 나라가 스페인인 것 같습니다.
    미국에는 유명한 알람브라 생수가 있는데 바로 스페인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이슬람에서 종교 의식의 정결함은 필수 요건입니다. 온갖 불순물이 섞인 물이 좁은 수로를 따라 아래쪽으로 빠르게 흐르다가 갑자기 넓고 깊은 곳에 도달하면 속도가 줄어드는데, 이때 물에 섞인 모래 같은 불순물이 아래의 작은 구멍으로 빠져 나가 알람브라 궁전 정원에 늘 깨끗한 물이 공급됩니다. 800년 전에 만든 정화방법입니다. 서구인들이 역사적으로 알람브라 물이 깨끗하다는 이미지를 이용해서 생수 이름을 따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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