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조수미의 아람누리 공연에 다녀왔습니다.

공연은 1,2부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음악에 맞추어 드레스를 갈아 바꿔 입거나 약간의 휴식시간을 얻기 위해 시간에는 하모니시스트 박종성이라는 분이 하모니카와 관현악단이 협연을 했습니다. 하모니카를 연주하는 분을 하모니시스트라 부르는 것도 처음 알았고 하모니카가 관현악단과 협연을 할 수 있는 악기라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하모니카 연주가 아주 감동적이었습니다. 스페인을 다녀온 지 얼마 안 됐는데 J moody의 스페인 환상곡 중에 “톨레도”를 하모니카로 들으니 내가 다녀온 톨레도라는 곳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스페인의 옛 수도이고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톨레도는 중세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톨레도의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선하고, 엘 그레코가 그린 그림 한 점을 보려고 산토토메 교회를 찾아갔던 생각도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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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명의 관객이 일시에 손뼉을 치고 열광하게 만드는 조수미만의 특이한 에너지가 있습니다. 팬들의 사랑과 박수에 힘입어 사는 사람답게 무대 매너는 더없이 화려합니다. 조수미 씨는 1부 2부에서 총 네 벌의 드레스를 바꿔 입고 노래했습니다. 보통은 평생에 결혼식에나 한 번 입을 화려한 드레스를 하루에도 네 번씩 갈아입고 무대에 서서 종달새처럼 노래하고 커다란 박수와 환호를 받는 가수라는 직업이 정말 부럽습니다. 앙드레김 풍의 드레스는 멀리서도 화려함이 눈에 띄고 팔랑개비 가 연상될 정도로 몸 놀림이 귀엽고 사랑스러우면서도 관객을 압도하는 힘이 있습니다.

그녀는 너무 외롭다는 말을 무대에서 서슴없이 했습니다. 관객이 “예뻐요!”라고 소리 지르자 진심 좋아하더군요.^^ 외롭다고 한 후에 부른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는 양희은 씨가 부를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고 나도 마음 한 편에서 아릿한 슬픔이 밀려왔습니다.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될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아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사랑이 끝나고 난 뒤에는 이 세상도 끝나고
날 위해 빛나던 모든 것도 그 빛을 잃어버려

누구나 사는 동안에 한번 잊지 못할 사람을 만나고
잊지 못할 이별도 하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사랑이 끝나고 난 뒤에는 이 세상도 끝나고
날 위해 빛나던 모든 것도 그 빛을 잃어버려

누구나 사는 동안에 한번 잊지 못할 사람을 만나고
잊지 못할 이별도 하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조수미 씨도 나이가 있어서인지 고음에서 엉키는 듯한 느낌이 받았습니다. 예전에 밤의 여왕 아리아를 부를 때는 사람의 소리가 아니라 새소리 같았고 고음이 아주 자유롭게 올라갔었는데 이젠 좀 아닌 듯했습니다. 1부에는 난조를 보이는 듯했으나 2부에서는 평소의 활력을 되찾아 보였습니다. “케 세라 세라”를 부를 때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조수미 씨의 분위기에 딱 어울렸습니다.

조수미 씨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상위의 네임밸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R석은 13만 원이고 가장 싼 B석이 7만 원입니다. 그런데도 2000석의 자리가 한자리도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만석입니다. 아람극장이 그렇게 꽉 차는 일은 그렇게 흔치 않습니다. 조수미 씨가 오래 목소리를 유지해서 결혼하지 않아 자녀도 없는 인생의 그 쓸쓸함이 무대에서 채워지고 오래오래 노래 부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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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음악회 친구

약속하지 않아도 음악회장에서 만날 수 있는 친구입니다. 나는 집이 일산이고 이분의 집은 화정이라 반대 방향인데 나를 집에까지 태워다 주면서 음악회 뒷이야기를 하면서 감동을 나눕니다. 음악과 미술에 깊은 조예가 있어서 이분에게 많이 배웁니다. 겸손하고 아주 착한 분입니다.

조수미씨는 공연 마지막에 새 정부 탄생을 축하하며 우리 모두 희망의 나라로 나아가자며 “희망의 나라로“를 관객과 함께 불렀습니다, 나도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스스로 감동이 되더군요.

자유 평등 평화 행복……희망의 나라로!

 

1 Comment

  1. 게일

    2017-05-21 at 13:52

    수니의 조수미공연글 읽으니 그분위기 조금은 전해오는듯~멋진공연에 그맛과멋을 알아주는 관객이 어우러져 환상의조화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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