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의 부주의로 인하여

경험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일이지만 예기치 않은 골절로 인해 이런 체험기를 씁니다.

스페인 여행 중 몬테라스 수도원에서 넘어져서 어깨가 골절되었다는 얘기는 지난번에 했습니다. 그랬더니 친구들과 지인들이 “어떠냐?” “걱정된다.”는 전화를 여러 명이 걸어왔습니다. 예상 밖에 묵호에 사는 친구에게서 가장 먼저 연락이 왔고, 함께 음악회 다니는 친구와 대전에 사는 친구 등 계속 전화가 걸려 와서 몹시 미안하고 창피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병은 자랑하라고 했지만 …….^^
골절이라고 해도 깁스를 한 상태가 아니라 내가 자랑(?) 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고 넘어갈 일인데 떠들어서 남을 걱정시켰습니다.
그랬으니 경과보고도 해야겠지요? ^^

5월 1일 다쳤으니 한 달이 지났습니다.
어린이는 3 주면 붙는다는데 노인이라 6주가 걸린다고 하더 군요. 아직도 팔이 자연스럽게 움직여지지 않고 처음보다 통증(근육통)은 더 있습니다.
근육통의 원인을 따져보니 이렇습니다.
5월 3일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마중 나온 한이네 식구들과 동국대병원 응급실로 직행했습니다.
그날이 “부처님 오신 날”이라 회사를 쉬는 한이 아빠가 공항에서 나를 픽업할 겸 식구들과 저녁을 먹고 귀가하자는 계획을 세웠다는데 뜻밖에 장모가 팔을 둘러메고 오니 ……. 딸과 사위가 몹시 놀라더군요. 열흘씩이나 집을 나갔다가 다쳐가지고 돌아오려니 체면도 없고 스스로 한심하고 몹시 창피했습니다.
응급실에 도착하지 전까지만 해도 통증이 별로 없어서 타박이 심하거나 혹시 탈골일 수 있겠다 정도로 가볍게 여겼는데 엑스레이와 CT를 찍어보더니 골절이라고 합니다.
월급쟁이가 여행을 위해 열흘씩이나 근무를 빼 준 것만 해도 감사한 일인데 여행 다녀와서 다쳤다고 병가를 내기도 너무 뻔뻔한 일입니다. 밀린 근무가 빡빡해서 걱정을 했더니 엑스레이를 판독한 의사가 깁스를 하지 않고 경과를 보겠다고 해서 어찌나 다행한지 감사하더군요.
다쳐도 참 절묘한 부분에 골절이 일어났구나 생각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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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걸이를 꼭 하고 다니라고 했는데 팔걸이를 하고는 창피해서 출근을 못하겠기에 팔걸이를 한 느낌으로 팔을 가슴께에 ㄴ자로 붙이고 다녔습니다. 부자연스럽긴 하지만 팔이 움직여지지 않으니 몸에 붙여놓는 것만으로도 지지가 되었습니다. 동국대에서 받은 팔걸이는 우리 병원에 환자분이 사용하라고 기증하고 왼팔을 들고 다녔습니다.
그 후 2주 만에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뼈가 더 벌어졌다고 담당 의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손을 많이 사용하느냐?”라고 묻더군요. 팔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고 모시고만 있었는데 왜 골절 부위가 벌어졌느냐고 물었더니 “팔의 무게 때문에 그렇다”라며 “팔걸이를 꼭 하고 다니라”라고 합니다.
뼈가 붙어야 하는데 계속 벌어지면 핀을 박는 고정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는 겁니다.
몹시 낙담 되었고 속이 상했지만 그래도 팔걸이를 하게는 안 되더라 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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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말도 안 들으면서 동국대를 계속 다니기도 그렇고 진료받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서 우리 병원에서 관찰하기로 했습니다. 마침 우리 병원 원장님 진료과목이 정형외과라 동국대병원까지 가지 않아도 검사가 가능합니다. 며칠 전 우리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은 것을 원장님이 보시고 “뼈가 붙고 있다고 이제는 재활을 시작해야 한다”고 하는군요.
가슴에 붙여 두었던 팔을 내려 앞뒤로 움직여 보니 잘 움직여지지도 않고 어찌나 아픈지 모릅니다. 가슴에 단단히 붙이고 다니느라 팔을 사용하지 않아서 벌써 근육이 굳어버린 겁니다. 평생 사용하던 팔이라도 한 달 만 사용하지 않아도 기능이 퇴화되는 것입니다.
팔을 앞으로, 옆으로 들어 올리는 연습과 관절을 돌리는 운동을 하는데 왼팔 자력으로는 안 되고 오른손이 받쳐주어야 가능합니다. 오른팔은 한 달 내내 왼팔의 조력을 받지 못하고 혼자 고생 고생했는데 왼팔 재활까지 도와야 해서 이래저래 오른팔이 고생이 많습니다.
재활 운동을 해서 그런지 뼈가 덜 붙어서 그런지 어깨 등 가슴  여러 곳에 통증이 옵니다.
그래도 2주 정도만 잘 견디면 원상복귀가 될 것 같습니다.

주변에 골절사고가 빈번한 것을 봅니다.
잠깐의 부주의가 오랜 시간 삶의 질을 떨어뜨립니다. 삶의 질 뿐 아니라 노년의 골절은 생명까지도 단축시킵니다. 저는 골절 같지도 않은 골절로도 이러는데, 골절을 당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4 Comments

  1. 참나무.

    2017-06-03 at 11:49

    …차분한 설명으로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하겠네요
    그러시고도 여행기 등을 올려주시다니
    전 비교도 안되는 인대염증이지만 그냥 쉬었는데
    지금도 병원에서 기다리는중입니다
    토요일이라 의자도 모자라는군요
    아무쪼록 더 조심하여 우리 모두
    건강하게살아냅시다 💝

  2. 데레사

    2017-06-03 at 12:06

    어줍찮게 다쳐서 고생을 하네요.
    그래도 붙고 있다니 다행이긴 하지만
    조심 많이 해야 겠습니다.
    나이들어서 다치니 더 고생이더라구요.
    한눈 팔지 말아야 겠다는 맹세아닌 맹세를
    합니다

  3. 김 수남

    2017-06-06 at 12:12

    어머,언니! 그러셨군요,얼마나 불편하시고 힘드실지 상상이됩니다.아픈 것도 물론이시고요.그런데 정말 그렇게 여행기까지 올려 주시고 너무 대단하세요.속히 잘 회복되시길 기도합니다.매일 평상의 일들을 해 나가는 자체가 정말 기적이고 감사임이 새삼 고백됩니다.

    저도 친구네서 너무 헤어지기 아쉬워 뒷걸음치며 바이바이하다가 계단을 헛디뎌 넘어지면서 무게 중심이 오른 손으로 와서 손목에 금이 가서 기브스를 한 적이 있었어요.로숀 통 하나도 열 수 없고 손톱 깍을 힘도 안되고 정말 많이 불편한 몇 주가 있었습니다.
    매일 이렇게 열 손가락을 씩씩하게 움직여서 글을 쓸 수 있음도 기적임을 다시금 또 고백합니다.

    언니! 어서 잘 회복되셔서 아픈 증상도 다 가시고 몸도 더 가뿐해지셔서 나중에 캐나다
    로키 산맥 여행도 거뜬히 해 내실 수 있길 기대하며 기도합니다.

    다 나아졌다는 소식 기다리며
    더워지는데 속히 평상의 좋은 컨디션 되길 기도합니다.

  4. 판쵸

    2017-06-06 at 15:27

    그래도 천만 다행인게 많네요. 얼굴 안다쳐 다행, 왼손이라 다행. 의료 혜택 넉넉히 받으니 다행. 걱정해주는 사람 많으니 행복입니다. 쾌유를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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