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입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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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지금은 대구 아들 집에 계시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산 우리 집에 계셨습니다. 약국을 할 때 어느 날 점심을 먹으러 집에 들어가다가 베란다 빨랫줄에 널린 옷을 보게 되었습니다. 어머니의 하얀 러닝셔츠가 하도 많이 빨아서 하늘하늘 낡은데 그나마 구멍 난 부분은 더 낡은 러닝셔츠의 온전한 부분을 오려 붙여 꿰맸는데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한들거리는 모습이 기가 막히게 예뻤습니다.
희다고 하기에도 너무 맑은 흰색의 러닝셔츠는 낡아서 실크처럼 얇아졌는데 구멍 난 부분에 덧댄 조금 도타운 흰색과 봉제선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천사의 날개 같기도 하고 어느 미술가의 작품 같기도 했습니다. 빨랫줄에 걸려있는 어머니의 러닝셔츠는 파란 하늘이 물들 것 같고 어느 미술가의 작품처럼 보였습니다.
어머니는 세탁기에 옷을 빠는 법이 없고 늘 손빨래를 해서 입으시는데 빨래하는 것이 취미라고 할 정도로 물을 좋아하십니다.
어머니 속옷을 좀 사드리지 낡아서 기워 입는 것이 자랑이냐고 하고 싶은 분이 있을 겁니다. 그런 속옷을 입는 어머니는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어서입니다. 우리 형제들이 어머니 속옷을 못 사드릴 형편은 아니라서 생일이나 어버이 날 등 무슨 날에는 물론이고 여느 때도 어머니 옷은 부지런히 사 드리는데도 불구하고 새 옷을 안 입으시는 겁니다.
“헌 게 있어서 새것이 있다.”
“내가 다 입고 나면 남 줄 것이 없는데, 남을 입던 걸 주겠느냐? 나는 빨아 입으면 되고 새것은 이웃 할머니 드리려고 그런다.” 이럽니다.
포장을 뜯지 않는 새것은 이웃에 사는 어려운 어르신들께 나눠드렸던 겁니다. 그래서 어느 땐 속옷을 사다가 포장을 뜯어서 일부러 물에 담가 두어, 할 수 없이 입게 했지만 야단은 맞았습니다. 뭐든지 아끼고 어찌나 절약하는지 어머니 보시기에 마땅치 않은 부분이 많은 딸입니다.

그렇게 절약하고 아끼고 사셨던 분도 90이 가까운 연세가 되니까 병원비가 많이 듭니다. 어머니는 여러 명이 쓰는 다인 실을 못 견뎌 하셔서 1인실에 계셨는데 한 달 정도 입원하니 비용이 상당합니다.
“내가 늙어서 병원비 많이도 쓴다. 그깟 낡은 양말 하나 때문에 이러는구나, 병원비로 양말을 사면 대구 시민이 다 신고도 남겠다.” 이러며 웃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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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 손으로 빤 양말을 건조대에 널었다가 그걸 베끼려고 가다가 걸려 넘어져서 발목을 다쳤습니다. 단순 타박인 줄 알고 하룻밤을 자고 났는데 퉁퉁 부어올라 병원에 갔더니 발목 골절이라고 했습니다. 핀을 박은 수술을 하고 걸을 수가 없어서 병원생활이 이어졌습니다. 어머니가 병원에 계시니 형제가 여럿인 것이 어찌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대부분 올케가 병원을 지켰지만 조카들과 남동생과 여동생들이 짬짬이 대구에 내려가 하룻밤씩 병실에서 자면서 교대를 했습니다. 인지저하가 오고부터는 낯가림을 하시는 어머니는 간병인을 싫다고 하셔서 순전히 가족들의 힘으로 간병이 이루어졌습니다. 어머니는 자녀가 많아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래도 어려운 일입니다. 부모는 여러 자녀를 보살피지만, 여러 자녀는 어머니 한 분 모시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각자 직장이 있고 바쁘니까 대구까지 가서 병실에서 하룻밤 자고 오는 것도 힘들어서 간병인을 두 자고 했더니 어머니가 싫다고 하시더군요. 어머니가 고집도 세시지만 이해도 잘 하시던 분인데 이제는 설득하기 어려운 면이 많습니다. 그래도 KTX가 있어서 대구가 멀지는 않습니다. KTX가 출발하는 행신역에서 대구까지 두 시간 남짓이면 가니까 오전에 갔다가 오후에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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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퉁퉁 붙고 아픈 중에도 식탁을 탁 펴놓고 성경을 읽으십니다. 독립심이 강한 분이라 남에게 아프다는 말씀을 잘 안 하시고  아직도 도도한 모습이십니다.

한 달 정도 더 발을 땅에 딛지 말라고 해서 집에서도 휠체어로 생활해야 해서 답답하실 것 같은데 잘 견디십니다. 골절로 인해 어머니 건강이 한풀 꺾이는 느낌을 받습니다. 발목이 잘 회복되어 가을엔 어머니와 함께 여행을 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4 Comments

  1. 김수남

    2017-06-11 at 12:22

    네,언니! 어머니께서 성경 읽으시는 모습이 가슴 뭉클해집니다.속히 잘 걸으실 수 있어서
    이번 가을에 자녀 분들과 여행을 하실 수 있어지시길 기도합니다.대구까지 그렇게 빨리 갈 수 있다니 너무 좋은 시대이네요.그렇게라도 가서 어머니 뵙고 올 수 있음도 너무 감사합니다.어머니 잘 회복되셔서 마음대로 가시고 싶은 곳 속히 다니시는 소식 곧 듣게 되길
    기대합니다.어머니 소식은 항상 더욱 반갑고 감사합니다.

  2. 윤정연

    2017-06-11 at 18:17

    항상 건강하시고 남을 배려하시던 어머님께서 골절을 당하셨다니. 자녀분들 많이 놀라시고 걱정을 하시겠어요.
    카스에서 훨체어 타신 모습이 이렇게 힘든 사연이 있었군요…부디 빨리 완쾌하셔서 자녀분들과 또 여행을 다니시기를 기대합니다~~**

  3. 데레사

    2017-06-11 at 19:26

    나이들면 넘어지는게 참 무섭드라구요.
    아무래도 완전해 지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거에요.
    순이님 형제가 많고 효심이 많아서 많은
    도움이 되네요.
    힘 내시고 수고 하세요.

  4. 초아

    2017-06-15 at 21:02

    친정어머니께서도 신앙이 깊었습니다.
    믿는가정에서 자라 결혼 후 냉담하게 되었지요.
    이제 남편이 교회에 나가겠다했으니
    함께 성경도 읽으며 찬송도 하며 남은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어머님의 빠른 회복을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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