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곱도 못 떼고 부르는 생일축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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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들의 생일 파티를 하자고 까꿍이가 새벽부터 내 손을 잡아끕니다.

지난밤 한이가 종이 오리기를 해서 생일 케이크가 가운데 놓인 생일상을 접어놓은 것이 공룡들의 생일파티로 이어집니다. 그림 생일상에는 맹수들과 쥐라기 시대의 공룡들이 둘러섭니다.
까꿍이가 나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라고 주문합니다. 누구의 부탁인데 거절하겠습니까.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티라노 생일 축하합니다.~
두 돌이 지나 이제 말문이 트이기 시작한 까꿍이는 노래 중간중간 따라 부릅니다.
~추카함미다. ~ 추까함미다. 사랑하는 ~ 추까함미다.~
나는 둘러선 공룡들 한 마리 한 마리를 위해 계속 노래를 불러야 합니다.

축하 노래가 한 곡이 끝나면 까꿍이는 공룡 한 마리를 상위로 끌어올려 생일 상의 촛불을 입으로 불어 끄면서 나에겐 손뼉을 치라고 합니다. 촛불을 끈  공룡은 제자리에 둘러 세워놓고 다음 공룡을 들고는 새로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라고 합니다.

공룡들의 생일이 다 같은 날인지 몰랐습니다. 생일이 같으면 합동으로 생일 축하노래 한 번만 하면 되는데 왜 자꾸 하라고 하느냐고 까꿍이에게 따지지는  못했습니다.
평생 내 어머니의 생신 때 불러드렸던 노래를 다 합해도 하루아침 쥐라기 공원에서 공룡을 위해 부르는 노래만큼은 안 될 듯합니다. 어머니를 위해 생일 케이크를 사고 생신 파티를 해드린 역사가 오래지 않은 것 같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아침 밥상에 미역국이라 한 그릇 제대로 받아 드신 일도 회갑이 지나서였을 것 같고 케이크를 놓고 생신 축하를 한 것도 그때 즈음 시작했을 것 같습니다. 하여간 어머니 생신에 생일 케이크를 놓고 형제들이 모여 생일 축하 노래를 서른 번쯤이나 불렀을까? 어머니 평생에 불러드린 생일 축하만큼 불러야 하는 아침입니다. 공룡 이름을 다 못 외우니까 엉터리로 부르다가 다시 부르기도 해야 했습니다. 차라리 사자니 호랑이니 토끼니 하면 얼마나 쉽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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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축하 노래를 서른 번쯤 부르고 났더니 쥐라기 공원의 생일파티가 시들해졌습니다. 자다가 일어나서 양치도 안 하고 세수도 물론 하기 전에 불려 나온 늙은 가수가 아침부터 목이 메도록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는 모습 괜찮아 보이나요? 하긴 2만 년도 훨씬 전에 살았던 공룡들 앞이라 나이는 별로 문제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랑하는 안킬로~
사랑하는 티라노~
사랑하는 트리케라톱스~
노래는 사랑한다고 부르는데 내가 진짜 공룡을 사랑하기는 하는 걸까? 이런 의문이 살짝 드는데 진짜 사랑하는 것 맞습니다. 우람하고 못생기고 둔한 공룡도 매일 이름을 부르며 놀다 보니 사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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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까꿍이는 오늘 아빠 회사 직원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캠프에도 공룡을 손에 들고 갔습니다.
우리 집 백악기 시대가 지나가기는 하겠지만 언제 끝날지는 모릅니다.
쥐라기 공원에 사는 할머니였습니다. ^^

1 Comment

  1. 데레사

    2017-06-25 at 15:13

    아이들은 공룡이름을 잘도 외우더라구요.
    슈돌에 나왔던 삼둥이들도 그렇드니만
    요즘은 이휘재의 쌍둥이, 고지용의 아들
    승재도 척척이던데요.
    나는 절대로 못 외울것 같습니다.
    사내 아이들 할머니 노릇도 쉽지는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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