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 (세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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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 두물머리와 연꽃을 보러 가자고 친구들과 계획을 잡았었는데 연꽃이 피기 전이라 한 달 미루었다가 주말에 다녀왔습니다. 호우가 예보되어 있긴 했지만 친구들과 가는 길이라 날씨는 아무래도 괜찮아서 우산과 비옷까지 준비하고 세미원 나들이를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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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두물머리
비가 많이 와서 여행을 망쳤나 하면 그렇지는 않고 빗속의 세미원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물안개 피어나는 두물머리 풍경은 가슴에 깊이 들어오는 차분한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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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원은 두물머리에 있는 자연정화공원입니다. 세미원은 “물을 보면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면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觀水洗心 觀花美心)”는 뜻이랍니다. 흐르는 한강물을 보면서 마음을 깨끗이 씻어내자는 상징적인 의미로 걷는 길을 돌로 된 빨래판을 깔아 두어서, 물과 수련과 연꽃들을 보고 마음을 정화하는 장소였습니다.

layout 2017-7-16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기도 했고 돌 위를 맨발로 걷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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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접시처럼 생긴 연잎에 빗물이 고이면 고개를 숙여 물을 쏟아내고 고개를 다시 들곤 하던 연잎 모습을 보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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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란 접시처럼 생긴 연잎이 물 위에 떠있는 모습입니다.
세미원은 수생식물을 이용한 자연정화공원으로 만든 곳이었습니다. 연못을 거쳐 간 한강물은 중금속과 부유물질이 거의 제거된 정화된 물이 되어 팔당댐으로 흘러들어가도록 구성했다고 합니다. 세미원이 만들어진 계기이기도 한데, 세미원은 본래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상류에서 떠내려 온 부유물들로 쓰레기장이나 다름없는 곳이었답니다. 처음에는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이 나서서 쓰레기를 수거하고 수질 정화 능력이 좋은 연을 가져다 심기 시작했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경기도가 이곳을 묶고 있던 규제를 정비하고 지원을 해 세미원이 탄생하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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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세마리가 연못에 글 쓰러간다. 오리는 글 쓰러  갈 때는 꼭 줄을 서서 간다. 참 착한학생이다.”
오순택 시인의 오리라는 시는 오리가 떠있는 물가에 맞춤하게 세워져있었습니다.

연꽃 사이를 걸을 수 있는 공원길 곳곳에는 아름다운 시를 써 붙여서 천천히 걸으며 시를 읽으니 운치도 있고 마음이 맑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우산을 펴 들고 걷다가 우산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 되자 처마가 있는 안내판 아래와 화장실에서까지 비를 피하기도 했습니다. 우산으로 가릴 수 없게 쏟아지는 비는 걷기도 어렵더군요. 발걸음을 옮길 수 없을 정도여서 안내문 밑에 서 급한 비를 피하면서, 이런 세찬 비도 친구들 하고 피하고 있는 일이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세차게 쏟아지는 비는 피하고 볼일이지”이런 말을 하면서요. 겨우 머리만 비를 피할 수 있고 다리 부분엔 우산을 가려보지만 빗물은 다리부터 젖어올라와 옷을 다 버렸습니다. 조그만 안내문 아래에서 여럿이 비를 피하며 서 있자니 동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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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1. 데레사

    2017-07-17 at 13:13

    연꽃이 피었네요.
    넝수 더워서 꼼짝을 못 하겠어요.

  2. 초아

    2017-07-18 at 06:01

    참 착한 오리와
    두물머리 세미원 연꽃 잘 보았습니다.
    시원한 냇물에 발도 담그고 보는 저까지 시원합니다.^^

  3. 김수남

    2017-07-20 at 11:06

    언니! 세미원이란 이름도 저는 처음 들었어요.친구 분들과의 나들이라서 더욱 즐거웠겠어요.밝은 언니 모습이 돋보입니다.언니 덕분에 저도 세미원의 연꽃 구경 잘 해서 감사합니다.

  4. 게일

    2017-07-20 at 13:43

    나이가 들수록 연꽃이좋아지고 친구들과 함께 다녀온 연꽃구경 더욱 행복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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