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는 길이었습니다.
일산 경찰서 앞에서 버스를 내렸습니다. 버스전용차로가 있는 도로 가운데서 보행자 신호가 들어올 때까지 신호를 기다리고 서 있었습니다. 날은 아침부터 푹푹 찌는 무더운 날씨였습니다. 신호를 기다리다 무심코 건너편을 봤는데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제자리에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분은 바퀴를 손으로 굴려 어디를 가려고 하는데 길이 평탄치 않아서 제자리에서 뱅글 뱅글 돌기만 하고 앞으로 나가지를 못하고 있었습니다.
신호를 기다리는 1분여 동안 주의 깊게 그분을 보고 있자니 제자리에서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서 일산 경찰서 앞까지 왔는지는 모르지만, 목적지가 어딘지 물어보고 아무리 바쁜 출근길이라도 저분을 모셔다드려야겠다고 생각하며 길을 건넜습니다.
사실 나도 두 달 전에 골절된 어깨가, 뼈는 잘 붙었다고 하는데도 아직도 기능 회복이 덜 되었나 봅니다. 어깨가 아파서 힘을 잘 쓰지는 못하고, 팔이 저리고 아파서 밤에 잠을 깨기도 합니다. 그래도 뇌성마비로 팔다리가 따로 움직이는 그분보다는 내가 잘 밀 것 같았습니다. 요양병원에선 어르신들을 모시고 봄가을에 여러 차례 호수공원으로 소풍을 가기 때문에 휠체어를 도로에서도 밀어봤고, 병원 내에서도 수시로 휠체어를 밀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휠체어 미는 일은 익숙합니다.
파란불이 들어오고 길을 건너 휠체어에 앉은 남자에게 다가가 “어디까지 가시냐?”라고 물었더니 휴대폰 서비스 센터에 간다고 했습니다. 휴대폰을 떨어트려 고장이 났다는 것입니다.
그러자면 500M쯤을 가야 하는데 큰 사거리 코너에는 공사하는 곳도 있고 해서 이렇게 가려면 두어 시간은 걸려야 도착할 듯했습니다. 내가 밀어드리겠다고 했더니 “가시는 데까지만 밀어 달라”라고 예의 바르게 말했습니다.
휠체어를 밀어보니 휠체어가 다니기엔 도로가 얼마나 험한지 알겠더라고요. 걸어 다닐 땐 평평한 길로 알았는데 보통 울퉁불퉁하지 않았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인에게는 북한산 등산로 같은 느낌 들 것 같았습니다. 사거리 코너에는 신축 건물이 들어서느라 마무리 단계에 있어서 건축자재가 길에 나와 있고 구조물이 불쑥 솟아 있기도 해서 장애물 넘기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휠체어에 앉은 분도 편히 앉아 있지 못하고 강직이 오고 비틀린 다리를 들어 올리거나 아픈 발로 지지를 하거나 했습니다.
큰 사거리의 긴 신호등을 건너 20분 정도를 휠체어를 밀어 서비스 센터 안에까지 모셔 드리고 돌아서는데 그분이 “어머니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합니다.
“어머니~” 생판 처음 보는 분에게서 듣는 어머니 소리는 이상하게 울림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40살은 넘어 보이는 남자에게요. 아주머니도 아니고 할머니도 아니고 어머니라고 부르는 호칭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장애인에게는 도움의 손길이 많아야 하겠고 어디서나 어머니같이 보살필 사람이 필요하구나!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아니 누구라도 어머니가 되어야겠구나!!!
초등학생 일기 같은 글이었습니다. ^^
데레사
2017-07-20 at 11:03
참 잘하셨습니다.
가슴이 뭉클 합니다.
사실 성한 우리가 좀 힘들고 귀찮더라고 이런 분들을 만나면
도와줘야 하는데 때로 무심히 지나칠때도 있거든요.
역지사지란 말이 딱 맞아요.
내가 그 입장이 되어 보아야 안다는 말, 우리나라는 장애인을 위한
행정이 아직은 참 미비하다는걸 느낍니다.
참나무.
2017-07-20 at 13:02
‘어머니’…
많은 걸 시사하는 표현이었네요
정말 잘 하셨어요
…
이런 이야기 자주 좀 올려주셔요
이럴 때일수록…
… ….
김 수남
2017-07-21 at 00:26
언니! 눈물이 핑돌아 내립니다.그러셨군요,정말 잘 하셨어요.
“어머니!’
그 분이 하신 이 어머니란 호칭에 담긴 그 분의 마음과 의미가 전해와서 가슴이
쨍해졌어요.
네,언니 말씀이 맞아요.저도 그런 어머니가 되도록 어머니의 마음과 눈으로 주변을 잘
살피겠습니다.
이번에도 캄보디아 선교를 가면서 그곳의 아이들이 눈에 선해 옵니다.
저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그 아이들을 품고 사랑하고 기도하며 다가가기에 정말 감사합니다.
갈 수 있는 여건과 건강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저와 더 가까운 곳에서도 어머니의 눈과 마음으로 챙겨야될 분들을 더 잘 살피도록 하겠습니다.
“어머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 이름을 처음 보는 분께 들은
언니의 섬김이 너무 아름답고 장하십니다.
언니처럼 자신의 몸이 아직 더 회복이 필요한 중에도 더 불편한 사람을 보면
다가 갈 수 있는 아름다운 분들이 더 많이 생겨가는 우리나라되길 기도합니다.
주님 이름으로 사랑하며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