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 무렵 아기 둘을 데리고 집 근처 공원으로 나갔습니다.
날이 너무 더워서 그런 가 항상 북적이던 축구장은 오히려 한산하고 맨발공원이나 게이트볼 장 롤러스케이트 탈 수 있는 작은 운동장에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물론 학생들이 방학이고 직장인들의 휴가가 절정인 때라서 공원에는 가족단위로 나온 모습입니다. 어린 딸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 아빠도 보이고, 아들에게 롤러스케이트를 처음 신겨 주고 넘어질까 잡고 다니는 엄마도 보입니다. 날씨가 덥기는 하지만 운동을 위해 걷는 할머니도 있고 아이들이 잠자리를 잡는다고 뛰어다니는 공원엔 매미가 시원하게 노래를 했습니다.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파란 트랙 위로 잠자리가 낮게 날아다니고 있었습니다. 비가 올 듯 꾸물한 날씨라서 그런지 잠자리가 아이들 키 높이에서 낮게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다른 아이가 잠자리를 잡는 것을 보고 우리 한이도 잠자리를 잡고 싶어 하는데 잠자리채가 없어서 쳐다보고 있었는데 자전거를 타는 아이 엄마가 빌려주면서 잡아보라고 했습니다. 신이 난 우리 한이가 잠자리채를 들고 신나게 뛰어다녔습니다. 잠자리 여러 마리가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하기는 하지만 잠자리가 어지간해서 잡히겠습니까.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땀을 흠뻑 흘렸습니다. 뛰어다니다 목이 마른지 물을 찾아 할머니가 앉아있는 벤치로 돌아오기에 그만하고 집에 가자고 해도 한이는 잠자리를 잡아 보겠다고 다시 잠자리채를 고쳐 잡고 뛰어나갔습니다. 까꿍이 관심은 개미에게 쏠려있어서 바닥에 기어 다니는 개미를 앉은 걸음으로 옮겨 다니며 들여다봅니다.
오후 일곱 시가 넘어도 어둡지 않은 계절이라 공원에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잠자리채를 든 어린이들도 더 많아졌습니다. 날아다니는 잠자리보다 잠자리채를 든 사람이 더 많아 보일 정도입니다. 아이가 잡다가 못 잡으면 아빠가 대신 잠자리채를 휘두르기도 하고 할머니가 대신 잠자리채를 들고 높이뛰기를 해 보지만 쉽게 잡힐 잠자리가 아닙니다. 할머니는 손자에게 잠자리 한 마리라도 낚아채어 손에 들려주어 채면을 세워보려고 하지만 공원에 사는 잠자리가 그렇게 만만하지 않습니다. 잠자리채를 들고 허공을 가르는 뚱뚱한 할머니 모습은 넘어질까 위태해 보이기는 했지만 춤을 추는 것처럼 즐거워 보였습니다.
우리 어릴 땐 꽃밭에서 맨손으로 잡은 잠자리를 손가락 사이에 날개를 꽂아 여러 마리 들고 다니곤 했는데, 공원에 나온 아이들은 근사하지만 텅텅빈 곤충 채집 통만 들고 다녔습니다. 아무리 곤충채집 도구가 훌륭해도 아이들은 잠자리 잡는 재미를 못 보는 모습입니다.
유치원 아이에게도 방학 책이 있지만 옛날 우리가 학교 다닐 때처럼 숙제는 강제성이 없습니다. 해가도 그만 안 해가도 그만입니다. 참고해서 놀이를 하고 심심하면 보라고 준 참고용 교재 같습니다. 우즐방이라고 쓰여있는데 우리들의 즐거운 방학을 줄인 말입니다. 줄인 말을 많이 쓰는 것이 유행인지 아이들이 보는 책 이름 중에 즐깨감도 있습니다. 즐깨감은 즐겁게 깨닫고 감동하는의 줄인 말입니다. 우즐방은 종이를 오려 붙이고 게임 방법을 알려주고 그림을 보여줍니다.
우즐방에도 QR코드가 있어서 그것을 휴대폰으로 읽히기만 하면 노래도 나오고 동영상도 나오고 동화책도 읽어주곤 해서 얼마나 편리한지 모릅니다. 할머니의 성긴 목소리를 가지고 읽을 필요 없이 성우가 감정을 넣고 배경음악까지 들려주는 동영상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고 재미있습니다.
수박 그림을 그리면서 수박 노래도 듣습니다.
커다란 수박하나 잘 익었나 통통통
단숨에 쪼개니 속이 보이네
몇 번 더 쪼갠 후에
너도 나도 들고서
우리 모두 하모니카 신나게 불어요
쭉쭉 쭉쭉 쭉 쓱쓱 쓱쓱 쓱
싹싹 싹싹 싹 쭉쭉 쓱쓱 싹
이렇게 아이들과 지내다 보면 하루해도 금방 갑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방학도 금방 지나갑니다.
석초
2017-07-31 at 21:19
손주놈이 유치원 방학이라 모처럼 시간을 같이 했습니다.
자전거도 같이 타고 쇼핑도 같이 했습니다.
금세 할아버지 대하는 모습이 달라보입니다.
수니 선생님은 손주가 넷이니 부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