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놀다 갑니다.

춤을 가르쳐서 먹고 산다면 카바레 춤 선생이 연상됩니까?
춤 선생은 제비족과 같은 뉘앙스로 느껴지나요?
사실은 제가 그렇습니다. ㅎ
요즘 세상에 이런 말하다가는 욕을 바가지로 먹기 십상입니다.
우리 세대는 대체로 육체를 연마하는 것보다 정신세계를 더 고상하게 여기고 가치를 두었는데 현대 사회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신세계를 추구하는 것보다는 몸에 익힌 기술, 운동 같은 것이 더 유익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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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 두 명이 있는데 두 명 다 대학교수입니다.
큰 여동생은 신학교 교수, 작은 여동생은 무용과 교수입니다.
큰 여동생은 신학교 교수가 되기까지 정말 어렵게 공부했습니다.
머리도 좋고 집중력도 좋아서 깊이 공부했고 학생들에게 하나님에 대해 가르칩니다.
신학교 교수 집에는 책이 그득하고 춤 선생 집에는 드레스가 그득합니다.
막내 여동생은 어릴 때부터 별명이 날라리입니다.
공부는 뒷전이고 춤추고 운동하고 노는 것을 업으로 삼았습니다.
위로 여러 남매가 컸지만 아버지 영향으로 공부하는 것을 당연히 여겼고 공부를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집안에 반란자가 생겼던 것입니다.
막내 여동생이 중학생일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어머니는
“아버지 없이 커서 그런가?”하며 끌탕을 하셨습니다.
다른 형제는 하고 싶은 것을 참아야 한다고 알았지만 막내 여동생은 어떻게 해야 인생이 즐거운지 배우지 않아도 일찍 깨달았나 봅니다.
그녀는 묘비명은 이렇게 쓰겠답니다. 나에게 얘기 한 것이 아니고 “살아있으니 보이는 거다”라는 책에 그렇게 썼더군요.
비문에는 “잘 놀다 갑니다”라고 쓸 예정인데  “잘 놀고 간다는 말은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소진하고 간다는 말”이라며 “매일매일 가지고 있는 것을 다 쓰고 마침내 손가락 하나 들지 못할 정도로 힘이 빠지고 말았을 때 죽을 수 있다면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다”라고 털어놨습니다.
공부하려고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니라 잘 놀다 가려고 태어났다는 그녀의 인생이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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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은 출신 모교에 교수로 출강하고 있습니다.
춤을 가르치는 교수로요.
나는 우리 막내 여동생이 대학에서 춤을 가르친다고 했을 때 좀 놀랐습니다.
배꼽을 내놓고 춤을 추는 직업도 교수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구나 해서입니다.
그녀가 춤을 업으로 삼을 무렵 그녀의 춤은 춤바람 수준으로 생각했고, 수많은 제자를 두고 춤을 가르치는 것을 보고는 춤 선생이라고 불렀습니다.
춤은 분명 학문은 아니고 기예인데 기예를 갈고닦으면 교수가 되는군요.
어찌 되었든 춤 선생은 생활이 화려합니다.
러시아로 중국으로 유럽으로 춤추고 심사하러 다니고 무대에서는 한껏 재주를 뽐냅니다.
그리스 여신 같은 옷을 입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배꼽을 내놓고 추는 춤이 그렇게 인기가 많을 줄 몰랐습니다.
나는 춤과 학문이 같은 레벨에 있는 것이 적응이 잘 되지는 않지만 춤으로도 먹고 살 수 있고 춤으로 교수도 되는 시대에 사는 것이 놀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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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가을 제주에서 공연을 하는데 비행기 표와 숙소까지 제공하면서 구경 오라고 하는데
늘 핑계를 대고 안 갔습니다.
며칠 전에도 큰 공연이 있는데 오라고 했지만 근무라 못 갈 형편이고 또 그다지 가고 싶지가 않습니다.
도무지 그런 분위기에 적응이 안 되는 탓입니다.
신학교 교수는 같더라고요. 경건한 신학교 교수가 어울리는 자리는 아닌 것 같은데 동생 공연을 보면서 사진이랑 동영상을 찍어 형제들 카톡에 올려주면서 동생의 춤을 좋아했습니다.
올가을엔 동생 공연에 맞춰 제주도를 한번 가볼까 하는 마음이 듭니다.
경건을 추구하는 사람도 좋아하는데 나는 내 속에 흥이 없는 탓인지 여태 춤 좋은지 모르는데
이제라도 좀 친해 봐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이 들수록 건강을 위해서 몸을 움직이고 운동을 하라고 하는데 취미로 춤을 배워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순이부터 하라고요? (이 말의 의미를 알고 웃는 분이 계시겠지요?^^)

2 Comments

  1. 김 수남

    2017-08-01 at 15:01

    언니! 너무 자랑스러운 동생이시네요.자기가 좋아하는 춤추면서 교수님까지 되었으니 정말
    장한 동생이세요.축하드립니다.올가을엔 꼭 그렇게 해 보셔요.동생 교수님이 너무 좋아하시겠어요.

  2. 데레사

    2017-08-01 at 16:17

    꼭 배우시기 바랍니다.
    사실은 나도 배우고 싶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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