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연천을 다녀오는 길이었습니다.
화가의 집에서 반쯤은 그림 같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헤어지기 아쉬워하면서 출발을 했습니다. 화가의 집을 출발해서 조금 지나왔는데 표지판에 “은대리 습곡구조” 이런 표지판이 보입니다.

“잠깐 들렀다 갈까?”
“그거 좋겠다.”
이러며 차를 돌려 강물이 있는 곳으로 내려갔습니다.
화산이 폭발한 후에 생긴 주상절리는 바닷가나 제주도에만 있는 것으로 알았는데 내륙인 연천에도 그런 곳이 있더군요. 지방도로에서 작은 숲길로 들어가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강바닥에 길을 내는 공사를 하고 있고 양옆으로는 반듯하게 잘린 주상절리 모양의 절벽이 멋진 풍경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야~ 연천에 이런 곳이 있었네~
낚시꾼이 몇 명 보이는 계곡 사이 강바닥에 차를 세우고 병풍처럼 서있는 절벽을 아래서 위로 쳐다보며 자연의 신비한 모습에 감탄을 하고 있는데 저 안쪽 골짜기에서 승용차가 한 대가 나옵니다.
“저쪽으로 가면 나가는 길이 있나 보다 우리도 저쪽으로 가보자~”

우리가 타고 간 차는 스포츠 레저용으로 험한 길을 가기에 안성맞춤인 렉스턴입니다. 일반 승용차 보다 차 바닥이 높고 바퀴가 크니까 승용차가 못 다니는 길도 갈 수 있습니다. 더하여 차는 출고된 지 한 달도 안 되었고 2000Km도 달리지 못한 새 찹니다. 길눈이 유난히 어두운 차 주인은 최신 기능을 장착한 내비게이션 덕택에 길을 헤매지도 않고 연천까지 잘 찾아갔다가 돌아서 오는 길이었습니다. 렉스턴과 차 주인은 더없이 완벽한 상태로 호흡을 맞추며 공사 중인 길을 따라 계곡 안으로 깊이 들어갔습니다.
국도와 연결되었으리라 생각하고 간 길 끝에는 공사를 하다가 두고 간 험상궂게 생긴 포클레인 두 대가 길을 막고 버티고 있었습니다. 막상 돌아서 나오려고 하고 보니 길은 공사 중이라 험한 돌 밭이고 길은 더욱 좁아져서 차를 돌릴 공간이 없었습니다.

“어쩌지?”
“돌아서 가야지 뭐”
차 주인은 망설임 없이 후진으로 그곳을 벗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운전을 아무리 잘 한다고 해도 뒤로 가는 것은 어려운데 능숙하게 후진을 하기에
“야~ 후진도 잘한다. 확실히 머리 좋은 사람이 운전도 잘 해.”
차 주인의 운전 실력에 수하물 승객이 환호했습니다.
뭔가 차 밑에 닿는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앞으로 조금 갔다가 방해물을 피해 뒤로 운전하는 것은 식은 죽 먹듯이 경쾌하게 후진을 계속했습니다.
폭이 조금 넓어진 곳을 만나 곡예를 하듯이 차를 돌리는데 어찌나 능숙하게 잘 하는지 평소 길눈이 어둡다고 차 주인을 구박했던 수하물 승객이 엄청 미안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험지를 벗어나며
“역시 렉스턴이 이런 곳에서 진가를 발휘하는구나”
“차 정말 좋다 ”
“일반 승용차로는 어림도 없는 곳을 다녀가네!”
” 여기를 관광지로 개발 중인가 봐. 나중에 여기 한 번 더 오자”
이러며 아스팔트가 깔린 국도로 올라섰습니다.

잠시 후, 차 주인이 자동차 계기판에 “기름 없음” 표시가 뜬다고 합니다.
“연천이 멀기는 멀다. 오전에 기름 가득 채워서 왔는데…….”
“어디 가까운 주유소 검색 좀 해 봐…….”
“여기서 2km 정도 가면 되네!”
앞에 앉은 두 사람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도 운전면허가 없는 나는 기름이 앵꼬가 나든 주유소가 2km 밖에 있든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얼마큼 가서 주유소가 보이자 차 주인이
“살았다” 라고 하더군요.
주유기 앞에 차를 세우더니 “경유 가득이요.”주유원에게 주문했습니다.
주유기에 72,000원이 찍힌 숫자를 보면서 차 주인이 계산을 하려고 차에서 내리더군요. 계산을 하러 간 사이에도 우리는 무슨 얘긴가에 집중해 있는데 주유원이 차에서 내리라고 했습니다. 기름이 샌다는 것입니다. 차에서 내려 보니 주유기 앞에 세워진 차 밑으로 기름이 홍수가 되어 흐르고 있었습니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나는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사색이 된 주유원이 차를 앞으로 빼라고 했고 차 주인이 조심스럽게 차에 오르더니 차를 공터 쪽으로 옮겨 세웠습니다. 그러는 사이에도 차 밑으로는 기름이 줄줄 흐르고 있었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