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한 Book 콘서트

 

약 한 달 전에는 장강명 작가를 만날 수 있었고 이번엔 김연수 작가를 만났습니다. 동네 서점에서 하는 “만만한 Book 콘서트” 행사입니다. 아람누리에서 보내는 메일을 주의 깊게 읽어보고 내가 참석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으면 빨리 신청해서 참석하면 됩니다. 8월 26일(토요일) 오후 5시에는 황석영 작가를 초청해서 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북 콘서트를 갖습니다. 물론 무료입니다. 관심 있는 분은 아래 포스터를 참조해서 신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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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을 만나보면서 느끼는 것은 어떤 직업군 보다 “성실하다.”라는 것에 감동을 받습니다. 작가들은 술을 좋아하고 낮에는 자고 밤에는 깨어있는 올빼미 타입일 것이고 현실감이 없는 사람일 거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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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작가는 하루 8시간 타임스위치를 눌러놓고 그 시간을 꼭 채워서 글을 쓴다고 했습니다. 하루 8시간 이상을 책상에 앉아 글을 쓰는 것은 거의 고문과도 같은 고통의 시간인데 누가 감독하는 것도 아님에도 스스로 자신을 그렇게 엄격하게 대한다고 합니다. 그래야 보통의 노동자들이 일하는 시간과 같아서 떳떳하다고, 작가도 직업이고 노동자라서 노동시간을 준수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연수 작가는 새벽 3시에 일어나 글을 쓴다고 했습니다. 글 쓰는 일이 타고난 재능만 있으면 그냥 쓴다고 써지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많은 시간 매달려 단어 하나를 고르고 수없이 고치고 또 고치고 해서 작품 하나를 완성한다는 것입니다. 오랜 시간 자료를 수집하고 준비해서 그걸 토대로 초고를 쓰기는 하지만 수정하고 또 수정하는 동안에 초고는 사라지고 새로운 이야기가 터져 나와 그제야 비로소 창작이 된다는 말도 했습니다. 헤밍웨이도 “모든 초고는 걸레다.”라고 말했는데 김수연 작가도 그렇게 말하더군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위대한 개츠비를 예로 들었는데 개츠비가 데이지의 사랑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어 원하는 데이지를 얻었으나 그 후에 더욱 큰 공허가 찾아온, 사랑 후의 이야기가 진짜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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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작가는 작품을 하나 쓰려고 시작할 때 국립 도서관에 가서 자료를 뽑아 거의 책 한 권 분량을 복사해 온답니다. 그걸 토대로 소설을 시작하지만 망하고 또 망한 다음에 툭 터져 나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건 작가도 의도하지 않았던 이야기라고 합니다. 툭 터져 나온 이야기, 여기서부터가 시작이 되고 여태 준비한 자료는 다 이면지로나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자료를 준비하고 복사한 그 준비가 필요 없는 일이었나 하면 그건 아니라고 합니다. 초고는 초고일 따름이고 자료 없이 쓰는 이야기가 창작이 된다는 것입니다. 작가에게 중요한 건 오직 ‘쓴다’는 동사일 뿐입니다. ‘잘 쓴다’도 ‘못 쓴다’도 결국에는 같은 동사일 뿐입니다. 잘 못 쓴다고 하더라도 쓰는 한은 그는 소설가라고 말합니다.   untitled2 (1)

내가 생각하는 젊은 소설가는 사랑에 빠진 사람이다. 그는 스물네 시간 백치에 가까울 정도로 한 가지 생각만 할 것이다. 문장들, 더 많은 문장들을. 처음 소설을 쓰려고 앉았을 때, 나는 무엇도 감각하지 못하는 영혼과 같다. 그래서 무엇이든 감각하려고 애를 쓴다.
 
함께 시간을 보낸 사람들에게는 서로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저절로 생긴다. 이야기는 사람들 사이에 있다. 이야기를 듣는다는 건 함께 경험한다는 뜻이다. _「파주로」
 
이야기는 어디에서 시작되는 것일까. 이 삶이 아득하기만 하다고 느껴지는 어떤 순간, 삶은 더욱 선연하게 눈앞에 떠오르곤 한다. 내내 고개를 들지 못하고 앉아 있던 어떤 이의 정수리께에서 설명할 수 없는 슬픔을 보아버린 어느 순간, 문득 멎어버린 시계처럼 갑자기, 그리고 뒤늦게. 멈춰 선 시곗바늘은 언제부터였는지도 모를 그 시간을 불러들이고, 어쩌면, 그 자리에서 이야기는 시작되는 것인지도.
 
저는 계속 선생님만 보고 있었는데, 선생님은 한 번도 고개를 들지 않으셨어요. 먹는 내내 선생님 정수리께를 보는데, 뭔지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슬픈 마음이 들더라구요. (…) 영화든 소설이든 뭔가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그때 처음 했어요. 선생님 그 정수리를 보면서. _「사월의 미, 칠월의 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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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작가는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을 낭독했습니다. 사랑하는 연인과 제주도로 도망가서 함석지붕이 있는 집에 세 들어 삽니다. 남자의 팔을 베고 누워 함석지붕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그렇게 좋았다고 하는데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4월에는 미였다가 칠월에는 솔이 더라고 했습니다. 사랑의 도피는 3개월 만에 끝이 나서 더는 듣지 못했는데 8월에는 빗소리가 라나 시로 올라갔을까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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