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에 사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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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내 친구들은 더 나이 들면 시골에 가 살아야겠다고 말합니다.
공기 좋은 시골에 조그만 텃밭이 있는 집을 사서 농사를 짓고 싶답니다. 직접 야채를 심어 공해 없는 싱싱한 야채를 자녀들에게도 보내고 본인들 부식으로  싱싱한 야채를 먹겠답니다. 부담 되지 않을 만큼 농사일을 하면 건강에도 좋고 운동 삼아 소일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합니다. 실제로 친구들 중에는 서울 근교에 2nd 하우스를 두고 두 집 살림을 하기도 합니다. 대지가 200평이고 집 건평은 20평인데 그 정도의 땅에도 농사짓기가 쉽지는 않다고 합니다. 어느 땐 너무 부담이 되어 이걸 내가 왜 시작을 했나 싶을 때도 있지만 재미도 있다고 하더군요. 식물이 자라는 모습에서 자연의 신비를 경험하고 소출을 얻는 기쁨도 크다고 하는군요. 그런 말을 들으면 나도 솔깃할 때가 있습니다.

더 나이 들면의 기준이 몇 살 정도인지는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시골로 돌아가는 것을 로망처럼 말합니다. 친구들은 더 나이 들면이라는 단서를 달아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호젓한 농촌 생활을 하겠다고  벼르지만 나는 아닙니다. 나는 오히려 도심에서 살려고 합니다. 전에는 세종문화회관 근처에서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가까운 곳에 살면 자동차를 탈 필요도 없이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보고 그 감흥을 되새기며 늦은 밤에도 세종로 길을 걸어서 집으로 오는 그런 일을 상상했거든요.

내가 시골 생활을 염두에 두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운전을 할 줄 모르기 때문입니다. 운전을 못하니까 호젓한 시골에 들어가 살게 되면 내 의지대로 어디로 나다닐 수가 없게 되고 그건 거주지가 구속이 될 것이고 고립일 겁니다. 그렇잖아도 외롭고 쓸쓸한 노년이 더 그렇지 않겠어요? 운전을 못 하는 것은 큰 결함인 것 같아요

요즘엔 주로 아람누리를 이용하니까 아람누리와 더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해야 하나이런 생각을 합니다. 호수공원과 아람누리가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하면 아침엔 호수공원 한 바퀴를 걸으면서 운동하고 낮엔 일하고 저녁엔 아람누리에서 열리는 음악회를 비롯한 공연을 보고……. 앞으로 몇 년간은 대략 이런 생활이었으면 합니다. 언제까지 일을 할 수 있을지는 자신할 수 없지만 70까지 일한다 치면 앞으로도 7~8년은 더 직장에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건강이 나빠지거나 인지저하가 오거나 하는 개인적인 리스크가 없어야 하겠지요. 건강의 문제나 급격한 사회 변화는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끼어드는 것이라서요. 다만 장애물 넘기를 하듯이 조심조심 피해 갈 수 있기를 바라고 주의해야 하겠지요.

큰 공연은 예술의 전당에서 많이 열리고 그다음이 세종문화회관이지만 요즘엔 아람누리에서 하는 공연만 골라 봐도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더하여 아람누리에서는 소규모 문화행사를 무료로 하는 것이 많은데 그런 것만 골라 참석해도 아주 유익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올여름에는 만만한 북 콘서트라는 타이틀로 백가흠 장강명 김연수 같은 작가를 초청하여 미스터 버티고 서점에서 작가와의 만남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 마지막으로 이번 주말에는 (826일 토요일 오후 5시) 황석영 작가와 아람누리 새라새 극장에서 콘서트가 있습니다. 시간을 내어 이런 것만 참석해도 알차고 좋습니다.

일산은 신도시로 계획된 도시라 편의 시설과 도시기반이 좋습니다. 도로도 반 듯 반 듯 넓고 주부들이 특히 맘에 들어 하는 것은 일산에 온갖 대형 마켓이 다 들어와 있어요. 이즈음에는 스타필드도 고양시에 생겼어요. 롯데 현대 이마트 트레이더스 홈플러스 코스트코 스타필드까지 없는 게 없어요. 아파트 단지 가운데는 공원이 자리 잡고 있어서 아기들과 놀기도 좋아요.
나는 그 무엇보다 아람누리와 호수공원이 있어서 일산에 사는 것을 행복해합니다

2 Comments

  1. 데레사

    2017-08-21 at 16:10

    나이들면 익숙한 곳에서 사는게 좋다고 하기도 하고 큰 병원과
    가까운 곳에 사는게 좋다고도 하지요.
    익숙한 곳에 살아야 치매가 와도 집을 찾을수 있다나요.
    이리저리 생각해봐도 자기가 살던 곳이 아무래도 좋을것 같아서
    저도 평촌에서 일생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일산, 좋은 곳이죠.
    농사짓는것도 좋지만 누구나 자기가 바라는 삶이 더 좋을것
    같습니다.

  2. 윤정연

    2017-08-22 at 19:12

    우리는 서산이 본가라 집이 있어도 가서 살기는 싫다하네요…93년 평촌이 막 개발할때 이사와서 지금까지 이사도 한번 않하고 살고있어요.
    처음에 이사오면서 “내가 평촌에서 뼈를 묻을꺼야”…하더니 말이 씨가 되나봅니다 남편 말대로… 평촌도 편의시설이 잘되서 좋지만…일산같이 호수도 있었으면 더욱 좋을턴데 아쉽네요.자기 살던데가 좋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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