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핫한 소설로 조남주 씨가 쓴 “82년생 김지영”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나보고 맘충이래.”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리고 나와 공원에서 15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엄마 김지영 씨는 사람들이 자신을 두고 ‘맘충’이라 속닥거리는 것을 듣고 충격을 받습니다. 조남주 작가는 실제로 ‘맘충’(엄마+벌레의 합성어)이라는 단어를 접한 뒤 이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소설은 82년생 여성 김지영 씨의 일대기를 짚어가며 “평범한 결혼한 여성”이 겪는 우리 사회에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성차별을 얘기합니다. 직장에 들어간 뒤 결혼하고 임신한 김씨는 육아휴직을 고민하다 어쩔 수 없이 그만두게 되고, “독박 육아”를 하면서 짬을 내 마신 커피 한 잔에 “맘충” 소리를 듣고 좌절합니다.
나도 딱 김지영 또래의 딸이 두 명이나 있는 관계로 이 책이 내 딸의 이야기로 읽혔습니다. 내 딸들도 같은 상황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지영처럼 “아이가 있는 것만으로 혐오의 대상이 된다”라는 사실에 생각에 내 딸들도 가끔 우울감과 좌절감을 겪는 것을 봅니다.
“맘충”이라는 단어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 어린아이들이 시끄럽게 하거나 주변에 민폐를 끼쳐도 내버려 두는 부모를 비하하는 뜻으로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된장녀니 하는 여성 혐오가 논란이 되었어도 그동안은 모성은 보호되었는데 요즘엔 그 조차 혐오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우리 딸들도 아이들을 데리고 식당이든 공원이든 갔을 때 아이들을 필요 이상 단속을 시키는 것을 봅니다. “애들이 뭘 알아 그 정도는 폐가 안 되니 그냥 둬.”라고 내가 말하면 “엄마~ 사람들이 맘충이라고 욕해, 요즘엔 그런 게 용납 되질 않아.”이러며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얼마 전 호수공원 벤치에서 강아지 밥을 먹이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우리 까꿍이가 다가간 적이 있습니다. 강아지가 신기해서 다가갔는데 자기 강아지 놀란다고 개 주인이 기겁을 합니다. 우리 딸은 얼른 까꿍이를 들쳐 안고 빠르게 그곳을 벗어나는데 개 주인이 “아가야 괜찮아, 괜찮아.”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그 소리에 내가 돌아다 보니. 개 주인이 강아지에게 하는 소리였습니다. 난 우리 까꿍이에게 하는 소린 줄 알았는데 아기 놀랄까 봐 달래는 소리가 아니고 자기 강아지 놀랜다고 달래는 소리었습니다. 너무 한 것 아닌가 해서 돌아서서 한마디 하려고 했더니 까꿍이엄마가 “엄마 맘충 소리 들어 그냥 가.” 이러면서 내 등을 밀었습니다. .
현재 80대 여인들은 공부를 하고 싶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일제 강점 여자들은 숟가락 열 개를 다 셀 수 없어야 하고, 여자는 뒤웅박 팔자라서 남편에 따라서 인생이 달라진다고 했습니다. 뒤웅박은 입구가 좁은 것으로 그 속에 갇힌 팔자라는 뜻이라는군요. (남자에게 갇힌 여자의 팔자?) 그 어머니들은 딸이 공부하기를 원했지만 남자보다는 조금 덜 가르치려고 했습니다. 아들이 대학을 갈 수 있는 조건이면 여자는 고등학교 정도에서 학업을 마치게 했지요. 그래도 “여자도 배워야 사람답게 산다.”라는 의지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또래 여자들은 공부를 조금 더 할 수 있었고 우리 딸들은 차별받지 않게 하려고 더 열심히 공부를 시켰습니다.
그 결과 어떤 분이 “나는 고학력 셔틀 운전자입니다.”라고 자조적으로 쓴 글을 읽었습니다. 대학원까지 나왔는데 아침에 눈뜨면 가족들 식사를 챙기고 남편을 전철역까지 승용차로 셔틀을 하고 아이들 학교 데려다주고 데려오고 학원에 보내고 데려오고 하면 하루가 간다고 했습니다. 기껏 셔틀을 운행하려고 공부를 했나 하며 우울해하는 것입니다.
차별받지 않고 사람답게 살기 위해 공부하지만 여자가 공부를 많이 했다고 해서 사람답게 살기는 어렵습니다. 남자들이 부엌에 들어가거나 여자가 하는 일에 손을 데면 위신이 손상된다고 하던 때에 비하면 요즘은 많이 좋아졌는데 여자들은 엄살이 많아졌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여자가 남자들과 똑같은 사회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그 뒤에 희생하는 엄마가 있어야 합니다. 내 친구들도 딸아이의 사회생활을 위해서 아이를 도맡아 길러주면서 “아이는 신경 쓰지 마라, 내가 잘 길러주마.” 이럽니다. 이래야 딸이 안심하고 직장에 나가 남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서 경쟁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82년생 김지영”은 크고 작게 행해지는 차별과 폭력 속에 성장하고 살아가는 내 딸아이들 또래의 수많은 김지영이의 한숨을 정리한 글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피로한지, 혼란스러운지, 현실에 좌절하는 일은 얼마나 많은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으니 그 해법도 차차 찾아지리라 믿지만 읽으면서 답답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여자라고 해서 차별받고 육아에 매이고 비하되는 일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였으면 합니다.
김 수남
2017-08-27 at 04:09
네,언니! 어떤 소설인지 언니의 설명으로 짐작이 갑니다.’맘충’이라니요?정말 있을 수 없는 표현이 나온다는 자체가 많이 안타깝습니다.육아는 참으로 아름다운 귀한 사역인데요.우리나라 사람들의 육아에 대한 인식이 점점 더 나아지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