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이 울려서 보니 동구보건소라고 후스콜이 알려줍니다.
보건소에서 나에게 전화할 일이 뭐가 있을까 의아해하면서 받았습니다.
약국을 할 때는 보건소 전화나 보건소 직원이 가장 무섭고 두려웠습니다. 약국이나 병원은 보건소가 감독기관입니다. 보건소 감사에 지적당하면 영업정지나 벌금을 고지할 수 있는 기관이기 때문에 무섭지 않을 수 없습니다. 걸을 때는 교통순경이 하나도 안 무섭지만, 운전 중에 교통순경이 무서운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지금은 병원에 소속되어 있고 월급쟁이 신분이라 보건소에서 온 전화가 무섭지는 않지만 반갑지는 않은 기분으로 받았습니다.
전화 통화 전에 보건소 전화인 것을 알 수 있었던 것은 필요 없는 전화가 오면 알아서 차단해주는 후스콜이라는 앱을 휴대폰에 설치했기 때문입니다. 보험 권유나 햇살론 같은 대부 업체 사기 전화 등은 자동 차단되어 편리합니다.
전화를 받자 보건소 직원은 소속과 성함을 대면서 깍듯하고 친절하게 건강검진 때문에 전화했다고 용건을 밝혔습니다. 건강검진은 하반기 보다 지금쯤 해야 병원이 덜 복잡하다고 하면서 검진을 빨리 받으라고 독려하는 것이었습니다. 난 이미 건강검진을 끝내고 직장에 결과까지 통보했다고 말했더니 암 검진을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암 검진은 받지 않겠다고 하니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암 등 모든 암 검사가 무료인데 왜 받지 않느냐?”고 하면서 암은 조기 발견하면 치료가 가능하고 국가 암 검진을 성실히 받으면 만약에 암이 발견 될 시 진단비 200만 원이 나온다고 여러말로 설명했습니다.
업무에 바쁜 보건소 직원에게 개인적인 이유로 암 검진을 받지 않겠다고 긴 말을 할 필요가 없기에 나중에 시간을 내서 검사하겠다고, 전화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매년 하는 기본 검사인 피검사 소변검사 엑스레이 검사 같은 것은 의료기관에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 갈 방법이 없습니다. 사실 그런 검사도 하고 싶지 않지만 내가 전염성 질환을 보유하거나 앓고 있으면 환자들에게 전이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피검사 소변검사 엑스레이 검사는 받아야 합니다. 검사 결과 별 이상이 없다는 통보를 받아서 직장에 결과를 제출했는데 새삼 암 검진을 받을 생각은 없습니다.
나이 60세가 넘으면 격년으로 고가의 암 검진이 무료입니다. 또한 국가 암 검진 후 암이 발견되면 암 치료비 일부를 보험공단에서 지원해 주는 제도도 있습니다. 건강할 때 건강을 지켜야 하고 암은 조기 발견하면 예후가 좋기 때문에 조기 발견을 위해 암 검진이 필수인 시대가 되었습니다.
내가 이런 말을 할 입장은 아니지만 질병의 조기 발견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입니다. 국민 건강을 위해 예방사업에 힘쓰는 정부의 시책에 역행하는 말이긴 한데 내가 만약에 암에 걸린다면 치료받기 원하지 않습니다. 암으로 진단받는 순간 암 환자가 되어 환자로 긴 세월 투병하며 살아가기보다는 되도록 늦게 발견해서 손쓸 새 없이 죽기를 바랍니다. 치료를 위해 긴 시간 고통 속에 살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 딸은 내가 요양병원에 근무하기 때문에 생각하는 부작용이라고 말합니다. 그 말도 맞습니다. 오랜 시간 고통 속에 투병하기보다 심장마비같이 어느 순간 깔끔하게 죽음을 맞이했으면 좋겠습니다. 나이 들면서 더욱 간절한 소원입니다. 우리 할머니가 말년에 “자는 듯이 죽었으면 좋겠다.”라고 염원하셨는데 실제로 누우신지 하루 만에 돌아가셨습니다. 젊은 사람들의 돌연사는 주변 사람들에게 큰 슬픔이고 문제이지만 나이 들어서는 극한 투병생활 없이 긴박하게 죽을 수 있다는 것은 인생에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복인 것 같습니다.
현대는 과잉 검진 시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비용을 들여 관련 검사를 받은 후에야 비로소 이상 없음을 확인하고 안심을 하는데 그로 인해 들어가는 엄청난 검사 비용과 시간,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검사를 많이 하고 자주 하다 보면 검사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성도 높아집니다. 진단 장비에 의한 방사선 피해 외에도 검사 약물로 인한 쇼크 내시경검사로 인한 출혈 등 검사 과정에서도 적잖은 부작용이 있습니다. 검사는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입니다 의학적 조치에서 온전히 안전한 것은 없습니다.
검진을 하고 안 하고는 개인의 결정사항입니다. 검진을 받고 안전한 느낌으로 살겠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좋고 나 같은 사람은 검진을 되도록 안 받고 살다가 죽고 싶은 사람도 있으니까 굳이 국가에서 강권할 필요는 없다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