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을 요양원에 모시고 왔더니 너무 쓸쓸하다.”라는 지인의 연락을 받은 저녁, 내 마음에도 이상하게 한기가 들었습니다.
요양원에 입소한 아버님은 90대 중반의 연세시고 비슷한 연세의 어머니가 여태 집에서 보살펴 왔습니다. 본인이 보살핌을 받아야 할 연세의 어머니께서 몹시 힘에 겨운데도 “어떻게 요양원에 보내느냐”라며 집에서 모시고 사셨습니다. 그러다 이제는 어머니께서 더 어쩔 수가 없게 되었고, 마침 집에서 가까운 좋은 요양원에 자리가 나서 모시게 되었답니다. 아버님을 요양원에 모신 것 때문에 괴롭다 생각하지 말고 어머니가 좀 덜 힘들게 된 것을 생각하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말처럼 그렇게 마음이 쉽게 정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지장애가 온 어른은 유아를 돌보는 수준 이상으로 사람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식사는 물론 화장실을 가거나 세수 목욕 등 개인위생을 혼자 하지 못하니까 전적인 도움이 필요합니다. 아기는 작기나 하지 덩치 큰 어른을 아기처럼 만만하게 주무를 수도 없고 보통 힘이 드는 일이 아닙니다. 젊은 사람도 못하는 힘든 일을 구순 노인에게 맡기는 것은 무리라 요양원에 아버지를 모신 일이 잘 못한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불효를 하는 듯 죄의식이 드는 겁니다.
요양원에 입소한 본인은 처음에는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낯선 분위기라 뭔가 불편하지만, 일단 배부르고 개인위생이 지체 없이 처리되고 편안히 잠 잘 수 있으면 더 원하는 것이 없어집니다. 가끔 가족들의 얼굴을 보면 기억을 떠 올려 내 아내인가 내 아들인가 하지만 그다지 애착은 없습니다. 가족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요양원에 계신 어른들이 불편감이 없다는 얘깁니다. 요양병원에서도 보면 입원하는 본인은 담담한데 가족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봅니다.
지인의 아버님이 요양원에 입소하고 이틀이 지난 후 내가 걱정이 되어 “아버님 요양원에 잘 계시나 물었더니 ” 너무 잘 지내신다는 겁니다. 잘 드시고 잘 걷고 잘 웃고 그러신다고 해서 어머니께서 “배신감이 든다.”라고 하신답니다. 적어도 아내를 찾고 집에 가겠다고 고집을 쓰고 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으니 유아원에 아기를 맡긴 것같이 애처롭고 마음 아팠는데 정작 본인은 “여기가 좋사오니” 하며 잘 지낸다니 한편 다행스러우면서도 배신감이 느껴지는 겁니다. 아기가 유아원에 잘 적응을 하면 아기 엄마가 “내가 그동안 아기에게 너무 못했나?” 이런 느낌이 드는 것과 같은 느낌일 겁니다. 여북하면 배신당한 느낌일까요?^^
인지저하로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입소하여 이별 연습을 하는 것은 가족이나 본인에게 그다지 나쁘지 않은 일 같습니다. 긴 작별의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상실은 아무 때나 누구에게나 불쑥 찾아옵니다.
나도 동생을 두 명이나 먼저 보낸 상실의 고통을 앓아본 사람이고 여태도 아픈 사람입니다. 누구보다도 친밀한 관계에 있던 동생을 어이없이 떠나보내고 나서, 나의 삶을 보듬고 살아갈 힘을 잃고 한동안 허우적거렸습니다. 그러나 생명은 내가 돌이킬 수 없다는 자각과, 인간의 생명은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라며 애통해 하지 말라는 오라버니 말씀이 처음 들을 땐 너무 매정하고 야속했는데 차츰 그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죽고 사는 일은 하나님의 영역이라고 나를 다독였습니다. 상실의 고통을 직면하고 나서야 나의 죽음도 준비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깃털처럼 가볍게 이 세상을 떠나고 싶다는 염원을 가져봅니다 죽음도 긍정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100세 시대라 세상을 빨리 떠날 가능성도 점점 줄어듭니다. 노인들이 빨리 죽고 싶다고 하는 말은 말짱 거짓말이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은 병들어 수십 년을 고통 중에 살아가는 것보다 7~80대까지만 살고 죽는 것도 복이라는 생각입니다
공원에 나가 보니 어느새 가을이 깊어지고 있었습니다.
가을이 꼭 쓸쓸해야 할 이유가 없는데 찬바람이 불어오면 이상하게 마음에 한기가 듭니다. 어제는 일을 마치고 집으로 바로 오지 않고 호수공원 한 바퀴를 걸었습니다. 호수공원은 여기 저기가 다 걷기 좋지만 호수 건너편 메타세쿼이아 길이 흙길이라 걷기는 더없이 좋습니다. 어떤 분은 맨발로 걷기도 합니다. 인생에 겨울이 오고 있지만 두려움 없이 계속 걸어야지 별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데레사
2017-10-14 at 12:48
요양원, 요양병원… 팔십이 가까워오니
친구들이 모이면 자연 화제에 오릅니다.
한결같이 자식 애 먹이지 말고 때 오면 가자
입니다.
서글프기도 하지만 수족 못쓸때 갈곳이 있어서
좋기도 해요.
벤자민
2017-10-14 at 21:42
맞아요
요즘은 종교단체 같은 곳에서 누구 돌아가셨다면은
가만 찬찬히 보면은 전부 90 이 대부분 넘었으셧어요
누가 얼마전 골프 치다가 그래요
그럼 우리는 지금보다 조금 더 오래 살겠지
아유!~~~ 앞으로도 마누라 생일 30번 정도
참 지겹다 난 왜 이렇게 운도 없을때 태어났지 ㅎㅎ
위불이 보였다 안보였다
혹시 적도 넘어오다 너무 멀다고 사라지는 건 아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