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지도 않는 잠실에 사는 큰딸과 한 달에 한번 만나자고 했지만 각자의 스케줄이 있고 아이가 둘씩 딸린 엄마이다 보니 만나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만나서 하루 종일 노는 것도 아니고 점심 먹고 차 마시고 헤어지는 2~3시간의 데이트입니다. 이번엔 인사동에서 만나서 큰딸이 밥 사고 작은딸이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샀습니다. 난 이제 지갑을 열지 않아도 됩니다. 할머니가 되었으니까요.
두 딸은 아이들 공부하는 이야기를 주로 합니다. 내년에 학교에 입학하는 건이는 사립 초등학교를 보낼까 하는데 추첨에 되어야 갈 수 있다고 합니다. 혼자 앉아서 장난감 조립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초등학교 입학 준비로 한글과 숫자를 가르치고 있다고 합니다. 작은딸이 “우리 엄마와 건이가 만났으면 환상인데” 이럽니다.
그 얘기는 내가 우리 집 까꿍이와 한이에게 아침마다 책을 읽어주고 공부를 시키니까 그러는 겁니다. 내가 어릴 때 우리 아버지께서 새벽마다 일찍 깨워 공부를 시켜서 그렇게 싫었는데 어느새 내가 손자에게 그러고 있습니다. 공부는 습관이라 어릴 때부터 책 읽는 습관을 들여놓으면 평생 글 읽는 즐거움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아버지가 아침마다 “머리 맑을 때 일어나 공부해라.”이러셨는데 잠이 많은 나는 잠은 안 깨고 머리가 아픈 것 같아서, 머리가 하나도 안 맑은데 아버지는 왜 맑은 시간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안 갔습니다. 그랬더니 아침에 책을 읽자고 하면 한이가 “머리 아파요.”하면서 머리를 손으로 짚고 시위를 합니다. 할머니를 꼭 닮았나 봅니다. 그래도 까꿍이를 대리고 동화책을 읽고 있으면 슬그머니 옆에 와 함께 책을 봅니다. 저녁 시간에 함게 책을 읽으면 좋은데 아이들이 일찍 잠을 자니까 나하고 시간이 안 맞아서 아침에 아이들 자유를 구속하게 됩니다. 우리 한이도 나중에 할머니 때문에 아침마다 책 읽느라 머리 아팠다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버지가 아침마다 깨울 때는 너무 싫었지만 지금은 그때 독서하는 습관을 가지게 된 것을 감사하고 살기 때문에 지금은 좀 싫지마는 나중엔 감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젊은 딸들도 이미 30대 후반이라 20대 시절이 그리운지 내 휴대폰 화면에 있는 본인들 사진을 보더니 내가 이럴 때도 있었네? 이젠 중년 아줌마가 되었는데……. 이럽니다.
내가 보기엔 지금도 좋아 보이는데 아이들 이야기를 주 화제로 삼는 것이 아줌마 같지 그 외에는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이는데도 엄살을 부립니다.
잠깐이지만 두 딸들과 수다를 떠는 데이트가 정말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입니다.
저들은 제 아이들 얘기하느라 바쁘지만 난 그 이야기하는 두 딸을 바라보는 것이 좋습니다.
윤정연
2017-10-21 at 12:58
두따님과의 데이트…참부럽습니다…딸들이 30대 그것도 후반이라하니…아직도 아가씨 같은데요…
그들도 아기들을 학교에 보내야 된다니…참으로 시간이 빠르기도 하지요…첫손자 건이 출생한 사진을 본것이 엊그제 같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