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다른 자매지만

이질감이라는 것은 성질이 서로 달라 낯설거나 잘 맞지 않는 느낌을 말합니다.
관계에 있어서 갈등의 원인은 “우린 서로 너무 다르다”라는 데서 오는 것이 많습니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이질감입니다. 막내 여동생의 직업이 춤 선생이라 자주 공연에 초대를 받는데 그때마다 곤란을 느낍니다.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났는데 나와는 정말 다른 것에 늘 놀랍니다. 우리 집안에 춤 선생이 나온 것도 믿기 어려운 일이고 나 같은 사람에게 저렇게 생기발랄한 동생이 있다는 것도 신기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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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제주도에서 하는 공연을 보러 오라고 초대해서 제주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오프닝으로 러시아 이집트 등에서 온 외국인과,  우리와 비슷하게 생긴 중국인과 일본인까지 본인 입으로 말하지 않으면 국적을 구별할 수 없는 사람들까지 뒤섞여 갈라쇼를 하는 것에 참석을 했습니다. 낮에는 혼자 놀았지만 저녁엔 호텔로 돌아와 식사 겸 갈라쇼를 보기로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원탁 테이블에 손님들이 가득했는데 나는 산책하던 차림새로 들어가고 보니 어색하기 이를대 없었습니다. 다들 금방이라도 춤추러 무대로 올라갈 듯한 옷을 입고 식사를 하며 담소를 하고 있었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파티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금색 실로 짠 클레오파트라가 썼던 가발 같은 것을 머리에 쓴 분도 있고 가슴골을 훤하게 들어내었거나 아래위가 떨어져 배꼽을 허옇게 들어냈거나 치마 역시 허벅지가 보이게 파인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남자들은 검정 나비넥타이까지 맨 정장 차림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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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저녁식사나 해결하자 하고 용기를(!) 내어 뒷문으로 파티 홀에 들어가 가장 구석진 테이블에 자리 잡고 앉아서 식사를 하는데, 동생이 나를 찾고 있었던 듯 반갑게 웃으며 나에게 옵니다. 가까이 온 동생은 파티의 주관자답게 빨간색드레스를 입고 짙은 무대화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속눈썹에 인조 눈썹을 길게 달아서 새 한 마리가 눈 위에 올라앉은 듯 너풀거리는데 내 동생인가? 싶고 전혀 모르는 타인처럼 느껴졌습니다. 동생 곁에는 네다섯 명의 수행원 겸 제자들이 따라다니는데 동생이 저를 소개합니다.
“큰언니예요. 저의 대빵이지요.”
동생의 곁에 있던 사람들의 눈빛이 동생과 나를 동시에 스캔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중에 말이 빠른 어떤 여인이
“어머 언니가 회장님 안 닮았어요!”
그 말을 받은 동생이
“내가 우리 집에서 특이한 날라리야, 언니 오빠들은 다 점잖은 분들이야.”
“어머 회장님이 왜 날라리에요. 너무 멋있어요.”
옆에서 회장을 향한 상찬이 이어집니다.
회장 언니가 왔다는 소문은 파티홀 안에 금방 퍼져서 사람들이 흘끔거리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남의 주목을 받으면서 밥을 먹으려고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색한지 밥맛이 없어졌습니다.
식사가 거의 마칠 즘에서 갈라쇼가 시작되었습니다. 어떤 러시아 무용수가 무대에 올라 이집트 6인조가 하는 밴드에 맞춰 춤을 추는데 현란하고 아름다웠습니다. 다음엔 일본 여인이 무대에 올라가는데 나는 슬그머니 일어나 파티홀을 빠져나왔습니다. 무대에서 춤이 흐드러지고 홀 안에는 환호와 박수와 밴드 음악이 왁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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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슬그머니 일어나 방으로 올라왔습니다. 나중에 내가 없다는 것을 알았는지 동생이 다음날 조식을 먹으면서 나에게 한마디 하더군요.
“언니는 음악회 가면 서너 시간도 앉아 있잖아요. 춤은 봐주기 그렇게 힘들어요?”
피곤해서 그랬다고 변명을 하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습니다.

나는 막내 여동생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모릅니다. 나와 띠동갑으로 12살이나 차이가 나서 자매이자 딸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성격이 싹싹하고 애교가 많고 생기발랄한 사람이라서 동생 이야기를 잠깐만 듣고 있으면 없던 에너지도 생기고 세상의 모든 근심이 사라집니다. 언니인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그녀를 따르는 모든 분들도 그런 생명력에 반해서 거의 추종하듯 따라다닙니다. 이런 동생이 있어서 얼마나 좋으냐고 동생을 좋아하는 어떤 춤꾼 할머니는 나를 진정으로 부러워하더군요.
동생이 나와 다른 활기를 가진 것이 부럽고, 그런 에너지가 나에게도 있었으면 할 때도 많습니다. 우리 부모님은 재능을 한 사람에게 몰아서 주셨는지 유독 에너지가 많은 동생 덕에 별구경을 다 하지만 거기에 녹아들지 못하는 것은 내가 이해력이 떨어져서 그런것 같습니다.
나를 잘 아는 지인의 말처럼 “흥이 없는 사람”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지인들 간에 별명이 빙초산, 젖은 담요. 월 플라워, 이런 별명이 붙은 나와는 다르게 춤판을 휩쓸고 다니는 활기찬 동생이 대견하고 부럽습니다.

그가 하는 일은 너무 다르고 이질감까지 있지만 그래도 다정한 자매인 것은 분명합니다.

2 Comments

  1. 초아

    2017-11-06 at 06:12

    사람마다 타고난 재능과 성품이 달라서 일거에요.
    춤선생(?)을 동생으로 두신 순이님이 부러워요.^^

  2. 김 수남

    2017-11-07 at 23:51

    언니 말씀에 정말 공감이에요,저가 언니 스타일이거든요.그래도 요즘은 오히려 나이가 들면서 흥이 생겨가니 감사합니다.아이들이 틀어 놓은 음악에 저가 혼자 막 몸을 움직이면 아이들이 좋아라 신나하기에요.하나님의 걸작품들이니 이 작품도 감사! 저 작품도 감사! 모두 아름다운 걸작품들입니다.그 안에 언니도 저도요.
    동생이 참으로 자랑스럽습니다.정말 저도 그 춤 공연 언제 볼 기회가 다시 있으면 좋겠습니다.늘 건강하시고 행복한 늦가울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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