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명의 하인을 두고 살지만

까꿍이네 식구가 휴가를 갔습니다.
여름엔 바빠서 못 가다가 연말이 되니 연차도 쌓이고 시간도 좀 쓸 수 있고 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여름나라로  갔습니다. 작년 휴가엔 두 아이가 다 병이 나는 바람에 까꿍이 엄마 아빠는 고생을 너무 많이 해서 아이들 클 때까지 여행을 못 가겠다고 힘들어 했습니다. 이번에도 휴가를 떠나는 날 새벽에 잠을 깨웠더니 한이가 열이 있고 기침을 하는 겁니다. 까꿍이가 어려서 걱정했지, 밥 잘 먹고 건강한 한이는 별로 걱정하지 않았는데 의외의 일이였습니다. 여행 전에 알았으면 소아과에 가서 약이라도 받았을 건데 새벽 출발하는 시간에 알았으니 난감했습니다. 그렇다고 예약된 비행기 티켓과 호텔을 다 취소할 수도 없는 일이라 냉장고에 있던 해열제와 소화제 종합 감기약 등을 챙겨 보내면서도 걱정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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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휴가에도 아빠는 20kg이 넘는 한이를 안고 엄마는 까꿍이를 안고 다니느라 휴가가 아니라 완전 고행 길이었다고 했습니다. 비싼 호텔에서 수영 한 번 못해보고 아이들 병간호하다 왔다고 해서 이번에 또 그러나 보다 했는데 도착 다음날부터는 열이 내리고 잘 논다고 하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한이 아빠가 아이를 안고 새벽에 집을 나가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측은했습니다. 가장으로 처자식 챙기느라 고생하는 모습을 사부인이 보면 더 아깝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이 아빠는 가정적이라는 일반적인 말이 모자랄 정도로 아이들도 잘 챙기고 요리도 잘하고 큰소리 한번 내는 일 없이 착하고 좋은 사람입니다. 애들은 신나지만 어른들은 고생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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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들이 없는 사이에 집안 청소나 하자고 맘먹고 시작해 봤는데 집안일이라는 것이 참 묘하더군요. 6시간이 넘게 일을 했는데 아무 표가 안 나고 그냥 그대로예요. 구석구석 정리하고 청소기를 돌리고 먼지를 닦고 나름 열심히 했는데 아무런 표가 안 나니 허무하더라고요.  전업주부들이 허탈해하는 심정이 이해가 갔습니다. 집안일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표가 안 나고 안 하면 표가 나니 이상하지요? 그러니 집안을 반짝반짝하게 해 놓고 사는 사람들은 대단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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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이 연구를 했는데 가전제품이 나오기 이전, 한옥 구조에서 지금 우리가 아파트에서 사는 생활수준으로 살려고 하면 60명의 하인이 필요하답니다. 난방을 위해 나무를 해오는 하인, 군불을 지피는 하인이 있어야 하고 빨래를 하고 꿰매고 다리고 하는 하인도 있어야 하고, 반찬을 쉬지 않게 보관할 수 없으니 즉석에서 음식을 만들어 내야 하는 부엌 식구들이 있어야 하고 청소하는 하인, 더운물 공급하는 하인, 등등 다 따지면 현재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 하인이 60명씩이나 필요하다는 말에 설마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어 따져보니 60명의 하인으로도 현재생활을 유지하지 못할 것 같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요는 60명의 하인을 먹이고 재우고 월급 줄 능력도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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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필수 가전제품으로 이렇게 편리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런 편리한 구조 속에서도 노동력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난방은 버튼만 누르면 된다고 쳐도, 빨래는 여전히 손이 갑니다. 세탁기에 빨래를 넣고 기계를 돌리고 세탁이 끝나면 빨랫줄에 널어 말려서, 걷어서, 개고 ,옷장에 넣고 ,다림질하고……. 아직 많은 과정을 사람의 손으로 해야 합니다. 만약 세탁까지 직접 손으로 한다면 그 노동량은 감당이 안 될 만큼 엄청납니다. 그래서 저는 세탁기에서 수북한 빨래를 꺼낼 때마다 세탁기가 고맙다는 말이 저절로 나옵니다. 특히 커다란 카펫이나 이불같은 것을 거뜬히 빨아내는 세탁기는 정말 대단한 일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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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명의 하인이 필요한 생활을 하고 있으면서도  집안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1 Comment

  1. 데레사

    2017-11-24 at 09:31

    그러고 보면 지금 우리 팔자가 상팔자네요.
    하인을 60명씩이나 두고 사니까요.
    재미있는 비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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