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을 주는 정성스러운 식탁

여고 동창 월례 모임을 친구네 집에서 했습니다.
한때는 친구들이 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집으로 초대해서 음식을 나누곤 했습니다. 요즘엔 남의 집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폐가 되는 것 같아서 식당에서 만나 밥 먹고 차 마시고 헤어집니다. 음식 장만하는 것이 얼마나 번거롭고 부담이 되는지 아니까 괜한 일거리를 만들지 말자, 합의를 했는데 오랜만에 집에서 모이자고 하니, 친구가 고생할까 봐 방문하는 입장에서 걱정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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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초대한 친구는 성실한 중에도 성실한 사람이라 늘 모법이 되는 사람입니다. 여고 다닐 때 농구 골대에 공을 넣은 숫자만큼  실기점수에 반영하는 체육 시험이 있었습니다. 농구공으로 슛을 하는 간단한 시험이지만 평소에 공과 친하지 않은 여학생들에겐 어려운 시험이었습니다. 우리를 집으로 초대한 친구는 공부도 잘했지만 항상 최선을 다하고 매사에 소홀함이 없는 사람입니다. 이 친구는 선생님의 말씀이 떨어지자 밤잠을 안 자고 공을 가지고 슛을 연습하더군요. 일찍 학교에 나와 새벽 미명부터 농구장에서 땀을 흘리던 친구의 모습이 그림처럼 기억에 있습니다.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서 체육 실기 만점을 받은 전설적인 친구입니다. 비교해 본다면 운동에 젬병이고, 못하는 것은 지레 포기하는 게으른 나! 친구들 보다 팔다리가 길고 큰 키라 농구에 유리한 조건임에도 골을 한 개도 못 넣어 실기시험 빵점 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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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는 결혼해서는 딸 둘과 아들 한 명, 3남매를 낳아서 열심히 뒷바라지를 했습니다. 큰딸 내외는 세브란스병원 의사, 작은딸 내외는 지상파 방송의 기자이자 리포터입니다. 미혼의 막내아들은 대기업에 다니고 있습니다. 딸이 낳은 손주들도 타인의 손에 맞기지 않고 직접 다 길렀습니다. 딸이 수련의 시절에 결혼했는데 친구가 얼마나 알뜰살뜰 키웠는지, 아이 때문에 조퇴하는 일 한번 없이 일을 하니까, 딸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아이가 있는 엄마인지도 몰랐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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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치마를 입고 친구를 맞이하는 친구는 크게 힘들어하는 모습도 아니고 여상했는데, 우리는 깜짝 놀랐습니다. 보통 주부들이 한 달은 준비했을 것 같은 요리가 식탁에 가득 했기 때문입니다. 배달을 시켜도 스무 군데 음식점에 주문을 했어야 할 전문 요리를 보고 우리들은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걸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서 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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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약밥, 팥밥, 흰밥, 밥만 해도 4가지이고 샐러드 두 가지, 명이나물로 싼 밥, 야채 말이, 깻잎 전 새우튀김, 간장 새우, 궁중떡볶이, 잡채, 해파리냉채, 고기만두 튀김, 문어회, 닭봉 구이, 녹두전, 돼지고기 김치말이 찜, 된장국, 김치, 동치미, 후식으로 딸기 케이크, 커피, 하우스 레몬차……..
원래도 친구들 사이에 칭송이 자자한 친구인데 떡 벌어진 음식을 대접까지 받고 보니 친구에 대한 존경심이 더욱 생겼습니다. 하나하나 손이 잔뜩 가는 음식을 일손 하나 빌리지 않고 혼자서 다 한 것을 생각하니 친구의 재주가 신기하기도 하고 경외심이 들었습니다. 난 그 한 가지도 못 할 것 같아, 친구의 젖은 손을 한번 만져주는 것으로 고마움을 대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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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강릉 조치원 춘천에 사는 친구들까지 모여 맛있는 식사를 하니 정말 행복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서도 감동이 가라앉지 않아서 저녁내 친구를 칭찬하는 카톡이 이어졌습니다.
“오늘 가장 정성스럽고 사랑이 가득 담긴 최고의 요리를 먹었네”
“잊지 못할 성찬에 입 호강 눈 호강 행복하고 즐거웠어.”
“사랑과 우정의 만찬, 대접 잘 받고 집으로 가는데 배도 부르고 마음도 부자가 됐다.”
“진수성찬! 고맙고 수고 많았어.”
“진짜 맛난 음식 멋진 친구들 너무 즐거웠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사랑이 가득 찬 식탁은 특별한 감동이었어.”
“정성과 수고와 따뜻한 마음이 어울려~ 귀한 대접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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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따뜻한 감사의 말을 전하는 오랜 친구들도 너무 예쁜 것 같아요.
음식을 보면 좋아하고 누구보다 맛있게 잘 먹는 친구가 집안에 결혼식이 있어서 못 온 친구가 있었는데
“홍 여사가 여길 왔어야 하는데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홍 여사가 못 먹어서 안타깝다.”
이러면서 함께 참석하지 못한 친구를 아쉬워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좋은 풍경을 볼 때 “함께 먹었으면 좋겠다. 함께 봤으면 좋겠다.”라고 떠오르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라는데 우리는 친구들을 정말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친구가 차려낸 정성스러운 식탁은 감동이었고 사랑이었습니다.

2 Comments

  1. 데레사

    2017-11-27 at 14:04

    정말 대단하십니다.
    요새 집에서 저렇게 차리는 사람 없어요.
    대부분 밖으로 나가거나 배달시켜서 먹지요. 나 부터도 그렇고요.

    저 음식들 맛있게 드신분들 건강하실 겁니다.

  2. 김수남

    2017-12-22 at 21:02

    언니!참으로 아름다운 친구 분들이세요.좋은 친구들 뵈니 언니의 고은 성품이 더욱 포근하게 전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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