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사랑하기

2018년 새해 첫날 아침입니다.
유난히 맑은 햇살이
거실 깊숙이 들어와 넘실거립니다.
내복만 입은 아기들의 높은 목소리가 노래처럼 햇살에 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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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 올해 몇 살이지?
일곱 살!
까꿍이는 몇 살이야?
세 살!
아니야, 너. 이제 네 살이야. 형이 의젓하게 알려줍니다.
다시 물었습니다.
까꿍이 몇 살?
손가락 세 개를 펼쳐들고, 두 살! 이럽니다.
그럼 까꿍이가 아가야?
아니요. 선생님 집에 아가 있어요.
(어린이집을 까꿍이는 선생님 집이라고 부릅니다.)
layout 2018-1-1 (1)
아직 나이 먹는 것이 뭔지도 모르는 까꿍이와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보니
내 나이가 64살이 된 것이 새삼스럽습니다.
60대 중반
나이가 무겁게 느껴지지만 또한 인생에 책임을 벗어버린 홀가분함도 있습니다.
나이와 함께 책임이라는 중압감에서 벗어났습니다.
아니 중압감에서 자유로워도 될 것 같습니다.
감기 기운이 있는 까꿍이가 빨던 막대 사탕을 내 입에 넣어줍니다.
초콜릿 향의 달콤한 사탕을 한 모금 빨았는데
까꿍이 엄마가 말립니다.
엄마 까꿍이 감기 옮으면 어떡해?
괜찮아 할머니는
아니야, 엄마는 이제 노약자 범주에 들어가기 때문에 조심해야 해.
여태는 내가 딸에게 했던 걱정을 딸이 엄마에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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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무책임하게 무조건 예뻐만 해도 되는 손자와 즐겁게 놀면서
이 아기들이 커 가는 모습을 글로 많이 쓰려고 합니다.
잠실 사는 큰 딸 손자는 올해 8살, 초등학교에 입학합니다.
건이 샘이 한이 까꿍이
나의 우주는 이제 내 손자들입니다.
행복한 할머니로 올 한해 살려고 합니다.

저의 블로그를 방문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평안하고 행복한 2018년이 펼쳐지길 기대하며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3 Comments

  1. 데레사

    2018-01-01 at 17:55

    항복한 2018년이 되시길 바랍니다.

  2. 데레사

    2018-01-01 at 19:44

    오늘 정신이 없어서 행복을 항복이라고 썼네요.
    참…

  3. 윤정연

    2018-01-03 at 11:07

    지금 이맘때가 제일 귀엽고 암만봐도 귀엽기만 하지요?
    근데 하도 세월이 빨리가서… 많이 예뻐해주세요!!!
    금방 청소년이 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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