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만 많아지는

임대업을 하는 지인이 나에게  뜬금없이 가상화폐가 뭔지 설명 좀 해 보라고 하더군요.
매스컴에서 비트코인이니 이더리움이니 하면서 많이 이슈가 되긴 하지만  나는  한 번도 관심을 가져보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작아서 그런지 투자라는 걸 해본 적도 없습니다. 로또복권도 한번 산 적이 없는데 그 이유로는 로또 살 돈이 있으면 그 돈으로 뭘 사 먹고 말겠다는 주의입니다.  평생 큰 돈하고는 거리가 멀고, 내 손과 발이 수고한 만큼만 벌어서 먹고사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가상화폐는 나하고는 관계가 없는 단어라 설명할 수가 없었습니다.

가상화폐에 관해 묻기에 투자를 하려고 그러는 줄 알았습니다. 지인은 주식도 하고 땅도 많은 부자이고 지금은 자신의 땅에 창고를 지어 임대업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 가상화폐를 사서 돈을 번 사람들이 많다고 하니 가상화폐에 투자하려고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컴퓨터를 여러 대 설치해서 채굴작업을 한다는 젊은 사람들이 창고를 빌려달라고 하는데 계약을 해야 하는지 거절을 해야 하는지 판단이 안 서서 물어본다는 것입니다. 가상화폐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채굴이라는 말도 이해가 안 된다고 하는데 모르긴 나도 마찬가집니다.
우리는 실물경제에 익숙한 사람들이라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냐 이걸 따지게 되는데 손에 만져지는 것이 없는 가상화폐는 낯설기만 합니다. 채굴이라는 말도 그렇고요.
창고를 빌려주는 거야 무슨 문제가 있을까 했더니 다른 임대업자가 채굴장을 빌려 주었는데 보증금으로 매꿀 수도 없는 전기 요금만 잔뜩 밀려놓고 망했다고 하더랍니다. 화재의 위험도 높다고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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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굴장 이미지 (구굴에서)

우리 병원에 입원한 어르신 한 분이 환의 주머니에 오만 원 권을 한 다발을 넣어 가지고 있다고 간병인이 알려왔습니다. 입원한 환자가 가지고 있다가 분실사고가 나면 병원 책임이니까 보호자에게 알려야 해서 아들에게 전화를 했답니다. 어머니가 가지고 계신 돈을 맡아 가지고 계시다가 퇴원하면 드리라고 말씀드렸답니다. 아들이 와서 엄마 호주머니에 돈이 많다는데 분실 우려가 있으니 맡아가지고 있겠다고 했더니 어르신은 딱 잡아떼면서 “내가 돈이 어디 있냐고, 누가 그러더냐?”라고 몹시 화를 내더랍니다. 할 수 없어서 “입원비가 많이 나와서 그러는데 엄마 돈 있으면 좀 빌려 달라.”고 해도 할머니는 응하지 않았습니다.
할머니는 관절 수술을 하셨고 거동이 불편하긴 하지만 자력으로 식사를 하실 수 있고 부축하면 화장실 출입이 가능합니다. 80세가 넘어서 인지저하도 있고요. 그래도 돈에 대한 계산은 정확하고 애착 또한 많습니다. 이 어르신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혼자 시골에 계시다가 인공관절 수술을 하고 요양병원에 입원한 분입니다. 큰 병원에서 관절 수술 후 아들 집으로 퇴원해서 갔더니 며느리가 저녁을 하다가 말고 시어머니가 퇴원해 온다는 소리에 다른 병원에 가서 본인이 입원을 하더랍니다. 시어머니랑은 같은 집에 살수 없다는 시위를 그렇게 한 것 같다고 하는군요. 아들 며느리와는 같이 살기 어렵겠다는 생각에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답니다. 입원 기간이 길어지자 시골 집도 팔아서 돌아갈 곳도 없자 자녀들이 가끔 면회 와서 주는 용돈과 노인연금 받은 것 등을 모아 놓은 것을 알고 따님이 통장에 넣어 드린다고 해도 그것도 믿지 못하셨습니다. 아들도 딸도 믿을 수 없고 은행도 믿지 못하시더군요. 퇴원하면 방을 얻을 돈인데 그걸 달라고 한다고 며칠을 노여워하시더니 병이 다 나시더군요.
분실의 우려가 높은데도 그걸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돈은 자녀도 은행도 믿지 못하게 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가상화폐에 관한 인식이 할머니 같은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더군요.
숫자로 찍힌 은행 통장은  한 번도 의심해 보지 않았지만 가상화폐에 관해서는 믿지 못하는 것이 할머니와 닮았습니다. 할머니는 현금을 믿고 우리는 플라스틱 머니를 사용하고 앞으로는 가상화폐를 사용하는 시대가 올 것은 알지만 이해하지도 못하는, 그래서 의심만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1 Comment

  1. 데레사

    2018-02-01 at 18:09

    미국에서 대학 다니는 두손자 녀석들이 비트코인에
    푹 빠졌습니다. 물론 용돈으로 시작했지요.
    좀 벌었나봐요.
    나는 손주듵이니 지 부모가 있는데 아무말도
    안 합니다. 말을 할래도 아는게 있어야지요.
    이렇게 세월하고 멀어져 가네요.
    여기 지수도 학교에 가면 온통 가상화폐 얘기뿐
    이랍니다.
    지수는 다행이 관심이 없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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