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며느리

“할머니! 오늘 별이가 나하고 결혼하자고 했어요.”
“그래? 한이도 별이랑 결혼하고 싶어?”
“………”
“너는 뭐라고 했는데?”
“아무 말 안 했어요.”
“왜? 별이가 맘에 안 들어?”
“아니요.”
“ 별이가 결혼하자고 하는 걸 보면 너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모르겠어요.”

유치원을 다녀온 한이가 불쑥 결혼하자는 여자 친구가 있다고 말을 꺼내놓고는 모르겠다고 하니

괜히 더 궁금해서 말을 걸어봤지만 대꾸도 안 해줍니다.
그럼 말을 꺼내지 말던지.
애들 장난인 줄 아는데도 은근 궁금하더군요. ^^
한이는 아이답지 않게 조용한 성품이고 의젓합니다.
인정스러워서 남을 잘 도와주기도 하고요.
그래서 여자 친구들이 한이를 좋아하나 봅니다.
벌써 결혼하자는 여자 친구가 나서는 것을 보면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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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재롱잔치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한이 엄마에게 “우리 한이에게 결혼하자고 말한 아이가 누구지?”물었더니
흥부 놀부 연극을 하는데 흥부 아내 역을 맡은 아이가 별이라고 했습니다.

놀부는 번쩍이는 한복을 입고 놀부 아내도 화려한 한복을 입었습니다.
놀부네 자식들도 예쁘게 한복을 입고 나왔습니다.
가난한 흥부는 회색 두루마기를 입었고 흥부 아내는 농부의 아내처럼 무명 한복을 입었습니다.
흥부 자식들은 가난하게(?) 입었다고 해도 예쁘기만 했습니다.
물론 우리 한이가 흥부 자식으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흥부 자식들은 배가 고파서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먹고 싶다. 아버지 배고파요.라는 합창을 합니다.
흥부 아내는 죽이 담긴 밥상을 번쩍 들어다 아이들 앞에 놓습니다.
보리죽 흰죽 먹으나 마나 도찐 개찐 하면서 또 노래를 하는데
어찌나 귀여운지 다들 와~~ 하고 웃었습니다.
배고픈 게 뭔지도 모르는 아이들의 재롱이었습니다.
우리 한이와 결혼하겠다는 별이가 흥부 아내였는데 무대에서 아이들 자리를 알려주고
밥상을 번쩍 들고 와서 아이들 앞에 놔 주는 모습이 내 맘에 들었습니다.
별이는 리더십도 있고 마음이 넉넉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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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 아내로 나오는 저 아기가 우리 한이와 결혼하자고 한 별이 맞지?”
옆에 앉은 한이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한이 엄마는 “그게 언제 얘긴데요?” 하며 웃습니다.
“그런가?”라며 나도 웃고 말았지만 흥부 아내가 무척 맘에 들었습니다.
언젠가는 손주 며느리 감을 기쁨으로 소개할 날이 있겠지요.
너무 성급한가요. ^^

1 Comment

  1. 초아

    2018-02-09 at 06:30

    언젠가는 그런날이 오겠지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셔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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