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나의 안태 고향인 평창에서 올림픽이 열린다고 하니 감격스럽긴 하지만 가 봐야지 하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내 나라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개막식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보면서 참 멋지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그런데 이모님이 돌아가시고 이모님 장지가 평창이라 아니 갈 수 없었습니다. 이모님 장례식에 참석하러 평창까지 간 길이라 올림픽경기를 하나 보게 되었고요.

layout 2018-2-14

오늘의 경기를 검색해 보니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 스키 경기를 관람하기 딱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평창에서 횡계 경기장까지는 차로 약 5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습니다. 평창은 평창이라는 지명만 빌려주었지 올림픽과 아무 상관이 없이 조용하기만 했습니다. 길가에 올림픽을 알리는 깃발들이 심한 바람에 몸부림치고 있지만, 여기서 올림픽이 열리는 것 맞나?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썰렁했습니다. 자동차 내비가 알려주는 대로 가다 보니 더욱 황량한 곳이 나오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교통정리 자원봉사를 하는 청년이 보이기에 차를 세우고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보려면 어디로 가야 합니까?”물었습니다.
경기장 까지는 차로 갈 수가 없고 환승주차장에 차를 두고 셔틀버스를 갈아타야 한다고 알려주었습니다. 한참을 되돌아 나와 대관령 환승주차장 도착했습니다. 승용차에서 막 내리려는데 바람의 저항으로 차 문이 잘 열리지 않았습니다.
칼바람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어봤지만 그 의미를 이번에 실감했습니다. 승용차에서 내려 막 땅에 내려서니 강풍이 부는 냉동고에 들어선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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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계리는 황태덕장으로 유명했던 곳입니다.
황태는 매서운 겨울철 눈보라와 청정한 바람 속에서 말리는 명태를 말합니다. 겨울밤 매서운 추위에 명태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가 낮에는 햇볕에 녹게 되는데, 얼다 녹다를 반복하면서 황태가 됩니다. 이렇게 서너 달을 계속하면 속살이 노랗게 변해 황태가 됩니다. 황태를 얼리던 대관령에서 불어오는 바람에는 어름 알갱이가 섞여있는지 맨살이 노출된 얼굴이 따끔거립니다. 눈까지 오는 날씨라 한 시간만 그렇게 있으면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것 같았습니다.

혹한 속에서 자원봉사하는 분들이 곳곳에서 빨간 경광등을 들고 안내하는데 어린 청년들입니다. 셔틀버스에 오르자 여기가 천국인가 싶을 정도로 따뜻했습니다. 환승하는 그 짧은 시간도 길게만 느껴진 것입니다. 크로스 경기장에 왔다고 내리라고 하는데 내릴 엄두가 나지 않아서 동생에게
“너무 추워서 경기고 뭐고 힘들다. 그냥 돌아가자.” 했더니
열정이 많고 겁이 없는 동생이 그럴 리가 없습니다.
“언니 올림픽은 4년에 한번 열리는 거 알지? 다른 나라에서 올림픽이 열리면 비행기 타고 어렵게 가야 하는데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가면 언니 생애에 올림픽 구경은 다시 못해. 우리나라에서 언제 또 올림픽이 열리겠어?”
그 말을 듣고 보니 그렇습니다.
“그래 알았다. 그렇지만 난 동사하긴 싫다.ㅎ”
“눈 위에서 경기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언니는 그렇게 노인 티 내면 안 돼”
누가 언닌지 동생인지 모르게 구박까지 받아 가며 눈보라 속을 20여 분 넘게 걸어서 크로스 경기장에 도착했습니다. 셔틀버스에서 내려서 경기장까지 가는 것도 험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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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은 워낙 명랑하고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이라 길 가다 마주치는 외국인들과 하이파이브도 하면서 사진도 찍고 추위를 즐겼습니다.
“언니 인생은 순간을 즐기는 거야.” 신나하는 동생과 달리
‘그래 넌 많이 즐겨라 난 빨리 차로 돌아가고 싶다.’ 속으로만 투덜거렸습니다.
동생 덕택에 좋은 자리에 서서 경기를 보긴 했지만 나는 추워서 즐겁지는 않았습니다. 앉는 의자가 있었지만 누구도 앉을 엄두를 못 내고 서서 동동거렸습니다. 나 같은 사람은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는 것이 훨씬 편하고 좋을 듯합니다. 현장에서는 스타트와 피니시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가 선수를 따라가면 계속 촬영을 하기 때문에 텔레비전으로 보는 것이 더 현장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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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체감온도 영하 25도쯤 되는 곳에서 자원봉사자를 비롯한 올림픽 경기를 돕는 모든 분들이 추위 속에서 너무 고생하는 것을 눈으로 보고 왔습니다. 강릉에 사는 우리 친구들도 자원봉사를 하는데 무척 고생할 것 같습니다.
내 친구들을 비롯한 모든 봉사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2 Comments

  1. 윤정연

    2018-02-18 at 18:50

    네…맞아요…동생분이 옳은말했지요…우리 생애에 언제 올림픽을 또 볼수가 있을까요? 날은 추웠지만 이모님께서 일가친척들을 좀이라도 편하게 문상오게 맞춤으로 소천하셨고 평창 에서 새계인의 축제에 참석하셨고…하루의 추위도 지나고나면
    큰 추억이 되겠지요…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아울러 어머님의 건강도 하나님의 축복과 함께하시기를~~~^^

  2. 초아

    2018-02-19 at 05:52

    잘 하셨어요.
    그러나 저도 순이님 생각에 미투입니다.
    따뜻한 방안에서 먹거리를 놓고 아이들과 함께
    보며 보낸 설 연휴 즐겁고 행복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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