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판 빗질하기

 

아기들이 있으니 집에선 거의 텔레비전을 켜지 않습니다. 텔레비전을 안 보니 동계올림픽이 화려하게 열리고 있어도 잘 모릅니다. 스포츠에 관심이 없는 탓이겠지요. 그래도 근무 중에 가끔 눈길이 텔레비전으로 가기는 합니다. 진료 대기실이나 병실 같은 곳에는 하루 종일 텔레비전이 켜져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엔 컬링 경기 화면을 자주 보이더군요.

컬링은 눈에 보이는 대로 표현하자면 스톤을 던져놓고 얼음판을 비질하는 모습이 운동경기 같지 않고 조금은 코믹해 보였습니다. 컬링은 지난번 캐나다 올림픽에서 그런 경기가 있는 줄 처음 알았을 정도로 잘 모르는 경기입니다. 그런 경기에서 우리나라 컬링 팀이 선전해서 준결승까지 가고 일본과 한다니 일부러라도 좀 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컬링
어릴 때 아버지가 보시던 신문의 4컷짜리 만화를 보던 것까지 치면 60년 넘게 신문 읽는 것을 즐겼는데 작년에 종이 신문을 끊었습니다. 펴보지도 않은 신문을 버리는 것도 큰 스트레스더군요. 요즘엔 신문사 앱을 휴대폰에 설치해 놓고 읽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신문 등에서 제목이라도 거의 다 훑어봅니다만 깊이 있는 읽기는 안 되는 것이 맞습니다. 그냥 건성으로 보는 인터넷 신문에 컬링에 대한 것이 눈에 띄게 많았습니다. 마늘이 특산품으로 나는 의성, 김 씨로 구성된 팀원, 안경 선배, 영미야~, 영미야~ 우승 가즈아~ 이야깃거리가 정말 많더라고요.
컬링2
준결승에서 일본과 붙는다니 꼭 보고 싶어서 텔레비전 앞에 앉았습니다. 처음 보니 경기 룰을 몰라서 잘하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기들이 잘 시간인 것도 염두에 두지 않고 사위에게 컬링에 관해 물어가면서 봤습니다. 컬링 경기가 엄청 짜릿하더군요. 얼음판에서는 내 몸 가누기도 힘든데 스톤을 마음대로 방향을 바꾸기가 얼마나 어렵겠어요. 스톤을 던져놓고 비질을 해서 길을 내고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는 것은 엄청난 연습과 집중력을 요하는 경기였습니다. 후루룩 비질하는 것이 우습게 보였지만 그게 다 계산을 한 행동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점수가 어떻게 해야 나는지도 몰랐는데 동그라미 정중앙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스톤이 있어야 하더군요. 상대편 스톤은 쳐 내야 하는데, 가운데 있는 우리 편 스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길목을 막고 바리케이드를 치기도 하는 모습입니다. 무엇보다 팀원의 호흡이 중요했습니다. 선수들을 통솔하는 스킵 김은정 선수는 안경 너머 눈빛이 보통이 아니고, 일본 선수 스킵은 미소가 예쁘더군요.
컬링3
연장까지 갈 때는 얼마나 마음이 조마조마하든지요. 연장전이 끝나고 우리 편의 승리가 확정 지어졌을 때는 저절로 만세를 불렀습니다. 그 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엄마랑 책을 읽고 있던 한이와 까꿍이가. “할머니 왜요?”하며 방에서 나오더군요.

내일이면 동계 올림픽이 끝나네요.
세계인의 잔치가 무사히 아름답게 끝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1 Comment

  1. 데레사

    2018-02-25 at 00:43

    컬링이 자꾸 보게되니 재미있어 지더군요.
    꼭 진공청소기를 틀어놓고 빗자루 질 하는것 같이 보이지만
    선수들이 얼마나 예쁘고 진지한지 자랑스러워요.
    오늘 유투브에서는 청소기 돌리며 빗자루질 하면서 영미야
    하고 부르는 패러디들이 많이 올라와서 새삼 인기를 실감
    했습니다.
    내일 결승에서 금메달 땃으면 좋겠습니다.

Leave a Reply

응답 취소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