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삼아 하는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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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이가 올해 7살이 되었습니다.
한이는 경쟁이나 다툼을 싫어해서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동생이 뺏어가도 아무 소리 안 하고 양보합니다. 내가 형 것을 뺏어가는 장면을 목격하고 까꿍이를 야단치면 오히려 나를 말립니다.
“할머니 괜찮아요. 다른 거 가지고 놀면 돼요.”
어느 땐 동생을 야단치라고 시켜보지만 큰소리치는 것 자체를 싫어합니다. 타고난 성품이라 유치원에서 친구들과도 그러는 것 같습니다. 아이가 착해서 좋을 것 같지만 어쩐지 마음이 짠하고, 앞으로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데 저렇게 착하고 마음이 여려서 어쩌나 하는 걱정이 될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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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는 할머니랑 함께 공부하고 베토벤이니 모차르트니 하면서 클래식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한이 엄마가 피아노 교본에 있는 “환희의 송가”를 치게 했더니 “베토벤이 누구예요?”라고 작곡가에 대해 물었습니다. 애들이 음악 작곡가에 대해서 관심할 일이 없는데 알고 싶어 해서 설명해주면 모차르트, 바흐, 슈트라우스 등 다른 음악가에 대해서도 묻습니다. 유튜브로 음악을 들려주곤 했더니 40여 분 되는 긴 협주곡도 끝날 때까지 꼼짝 않고 앉아서 듣는 모습이 진지하기까지 합니다.
우리 아버지가 우리를 앉혀놓고 공부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셨습니다. 잠이 많은 나는 새벽부터 깨워 공부시키는 아버지가 그 당시는 참 괴로웠는데 이제 와 생각하니 그것이 삶의 밑거름이 된 것을 알아서 아버지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손자에 대해서 할머니인 나는 큰 책임감도 없고 젊은 엄마 아빠가 요즘 트렌드에 맞게 잘 양육하고 있어서 내가 참견할 부분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도 손자를 데리고 앉아 공부하는 것을 놀이 삼아 합니다. 한이 공부시키는 것이 엄마 아빠 보기에 할머니가 무리한다고 생각할 까봐 조심하면서요. 한이에게 수학 공부를 시켜보면 곧잘 하고 흥미를 가지기에 조금씩 단계를 높여서 하는데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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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시작한 한문도 좋아해서 8급 급수 자격시험도 봤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시험지를 프린트해서 집에서 모의고사를 보면서 공부했습니다. 한이는 한문을 몇 자 아니까 한문으로 쓰인 것들이 눈에 띄고 재미있나 봅니다. 슈퍼마켓 식품 코너에 食品이라고 쓴 것을 읽어보더니 뜻과 음을 말합니다. 水 자를 보면 “저건 물 수에요” 木 자를 보면 “나무 목” 이렇게 읽어보기도 합니다. 한글을 깨우치고 숫자를 쓰고 쉬운 한자를 읽고 이러는 모습이 할머니 보기에 너무 예쁘고 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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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와 놀이 삼아 공부하는 것이 부담이 안 되도록 한다고 하지만
아이와 할머니의 기준이 다르니 어쩔지 모르겠습니다.
한이에게 나중에라도 “할머니 때문에 힘들었다.”라는 소리는 듣지 않아야 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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