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이해관계 (임 현)

매년 문학동네에서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을 냅니다.
젊은 작가상은 한 해 동안 발표한 중단편 소설 중 빛나는 성취를 보여준 작품에 수여하는 상입니다. 한국 문단의 젊은 작가들을 대상으로, 등단 십 년 이내의 작가들로 제한하여 매해 일곱 편의 수상작과 젊은 평론가의 해설을 엮어 출간합니다. 가격도 특별 보급 가로 권당 5500원으로 기존 책값의 절반 정도로 저렴합니다.
해마다 신춘문예 등을 통해 많은 작가가 배출되지만 후속 소설을 내지 못하고 사라지는 작가가 많기 때문에 임현 작가에 대한 기대만큼 내심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단편집도 내고 다시 젊은 작가상 수상작에 오르니 안심이 됩니다. 작년에 고두라는 소설을 발표한 임현 작가에 대한 인상이 깊어서 올해도 그들의 이해관계라는 작품이 수록되어 있기에 책을 받아 들자 가장 먼저 임현 작가 소설을 찾아 읽었습니다.
작년 고두라는 작품에서는 모든 이타적인 행동에는 이기적인 의도가 숨어 있다는 비틀린 윤리의식을 가진 윤리 교사의 육성을 통해 한 인간의 자기 기만이 얼마나 지독한 수준에 이를 수 있는가를 역으로 드러내 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고두에서 주인공은 독백하는 문장으로 끝까지 이어지는데, 그 말이 분명 옳고 논리적이고 이해가 다 되는 얘긴데도 불구하고 다 읽고 나면 기분이 씁쓸하고 기분이 언짢고 허를 찔린 것도 같은 그런 이야기로 교묘하게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어떤 사안에 대해 논리적으로 이야기하거나 주장하는 사람들이 사실 주변에 많습니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맞는 것도 아닌 말을 교묘하게 해서 사람을 홀린다고 하나요? 고두에 나오는 주인공의 독백이 그렇습니다. 고두는 그래서 오래 기억에 남고 작가의 남다른 기량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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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젊은 작가상을 받은 그들의 이해관계에서도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안을 가지고 전형적이지 않은 시각에서 이해관계를 따져본 소설입니다.
문학평론가 신수정 씨는

“그들의 이해관계”에서 사회파적 관심을 바탕에 내장한 채 결점투성이, 모순덩어리 그리하여 필경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했었어야 했다.’라고 후회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존재론적 한계를 극한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그것은 가치판단의 윤리로 선회하는 장면이라고 할 만하다.

라고 했더군요.

버스 사고로 아내를 잃고 절망과 자책에 빠진 남자가 아내 때문에 우연히 그 사고를 피해 간
한 버스 운전자의 기사를 접하게 됩니다.
이럴 때 이걸 운명이라고 해야 하나?
죽은 사람은 선이고 살아남은 사람은 악인가?
누가 누구를 원망할 수 있을까?
임현의 소설은 간단하고 듣기 좋은 위로 대신 이해할 수 없는 운명을 마주한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고통을 쓰고 있습니다. 아내를 죽음의 장소에 도달하기까지 몰아넣은 부분이 나에게 있다고 자책을 하면서도 운명이 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늘 가지는 의문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고가 있었을 때 우연히 사고를 피해 간 사람을 행운이라고 축하하면 사고를 당한 사람은 무슨 잘못이 있어서 그렇게 되었다고 설명할 것인지?
참담한 순간에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지 망설여지는 순간들을 우리는 수없이 만납니다.
상대의 아픔에 공감도 하고 위로도 건네지만 정당한 메시지인가 하는 것에 대한 의문은 우리가 다 가지는 미진한 느낌의 회의입니다.

미국에서 911사태 때 사고의 순간을 절묘하게 피해 간 사람들의 증언을 듣기도 했습니다.
목적지인 건물을 저만치 앞두고 배가 너무 아파서 다른 건물 화장실을 찾아 들어가서 살았다던가?
늦잠을 자느라 회사에 늦었다든가?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살아남은 사람을 축하하는 말을 쉽게 하게 되는데 이게 논리적으로 맞는 말인가 하는 것에 의문을 가집니다.
왜 하필이면 아내가 죽었어야 했느냐고 절규하는 의 면전에 대고 당신 아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으면 속이 시원했겠느냐,‘
가까스로 사고를 피하고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이들에게 엄연히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있는데 그러면 안 된다고 누가 훈계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흔히 누군가에게 대해 혹은 어떤 일에 대해 섣불리 말하곤 하지만, 막상 그의 입장 혹은 그 상황에 직접 서보게 되면 더는 쉬이 그럴 수 없게 됩니다. 다른 이들의 불행 앞에서 자신의 삶에 감사해하는 일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우주의 에너지처럼 사람들 사이에도 무언가 절대량 같은 게 유지되고 있는 것인지?
그렇다면 세계에 고통이 없기 위해서 그 어떤 기쁨도 없어야만 하는 것인지?
누구도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일이 없으려면
누구도 무언가를 얻는 일이 없어야만 하는 것일까?
너무 복잡해지는 질문들인데 이런 걸 천연덕스럽게 소설로 엮어가는 임현 작가의 역량이 대단합니다.

수상 작품집 중에서 대상보다 먼저 찾아 읽은 임현의 그들의 이해관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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