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하루 휴가를 주자’는 취지로 사위 회사 사람들이 여행을 갔습니다.
엄마들은 빼고 아빠와 아이만 참석하는 이벤트성 여행입니다.
작년에는 우리 까꿍이가 세 살, 만으로는 26개월이었는데 엄마 없이 아빠와 형하고 셋이서 잘 놀고 왔기에 올해는 걱정없이 보낼 수 있었습니다. 사위의 회사 직원들은 수영장이 딸린 펜션에서 연령대가 다르지만 함께 어울려 놀게 해서 아이들의 사회성도 기르고 동료들 간에 우의도 다진다고 합니다. 아내 없이 아이를 돌보고 아이들 먹이고, 하면서 지내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재미있나 봅니다. 아이들을 수영장에 넣어놓고 위험하지 않게 지켜보거나 게임을 시키고 옛날이야기를 해 주기도 하면서 아빠의 역량도 키운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여행을 떠난 토요일 오전, 나도 여동생들과 약속이 있어서 일찍 집을 나갔습니다. 여동생들을 만나 점심 먹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울에 간 김에 큰 딸네 집까지 들러 늦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하루 종일 딸이 아이들도 없는 집에 혼자 있었던 겁니다.
혼자 지내보니 어땠는가 물었더니
“하루는 꿀이네요.” 이럽니다.
방해받지 않고 뒹굴뒹굴할 수 있는 자유가 좋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방해는 나간 식구들이 카톡으로 하더랍니다.
한이아빠는 한이랑 까꿍이랑 수영하고 논다고, 밥 먹는다고, 산책 나왔다고, 계속 사진과 글을 보내오고, 엄마는 이모들 만났다고, 점심 먹는다고, 네 얘기를 했다고, 잠실 사는 네 언니 만난다고……. 이러면서 계속 사진과 카톡을 보내서 그거 답장하느라 바빴었다고 합니다. 나나 사위는 혼자 집에 있는 사람이 심심할까 봐 배려하는 뜻에서 그런 것인데 그게 방해가 될 거라고 생각을 못했습니다. 사실 나는 저녁에 귀가해서 말해줘도 될 일이고 사위도 다음날 집에 와서 경과보고를 해도 될 일인데 휴대폰을 사용해서 거의 실시간으로 사진을 첨부한 소식을 보낸 것입니다.
집에 혼자 있으면서 생각이 많았던 듯, 딸이 나에게 묻습니다.
“엄마 내가 결혼하지 않고 엄마와 살았으면 좋았을까?”
나는 1초도 망설임 없이 대답했습니다.
“아니, 난 싫어 너네가(두 딸을 지칭) 둘 다 서른이 넘었을 때 엄마 짜증 내던 생각 안 나? ㅎ
지금까지 결혼하지 않고 네가 집에 있었으면 화가 나서 내가 집을 나갈 수도 있었겠다.ㅎㅎㅎ”
“엄마 친구 중에 결혼하지 않고 직장 다니면서 실력을 인정받아 진급도 빠르고, 휴가 받아서 엄마랑 여행 다니며 재미있게 사는 분도 있잖아요.”
“그 친구는 현재는 딸과 영화도 보고 여행 다니며 재미있게 살기는 하지만, 딸이 엄마 사후에 혼자 남겨질 것을 생각해서 걱정이 많아. 결혼을 안 시키려고 그러는 것도 아니고 인연이 안 나타나서 계속 고르는 중이지. 오늘 혼자 있어보니 편하고 좋아?”
“하루는 꿀인데 애들이 벌써 보고 싶고, 밤에 잘 자나 궁금하고 그래요.
이틀은 애들이 보고 싶어서 안 될 것 같아요.”
한이 아빠는 두 아이를 데리고 나가 자느라 고생 하면서 아내의 수고를 생각했을 것이고,
한이 엄마는 아무리 힘들어도 자녀 키우는 일이 복된 일이라는 것을 아는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엄마는 휴식시간을 가질 수 있고 아빠는 아이들과 추억을 쌓고!
가끔은 역할을 바꿔보는 것도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데레사
2018-04-17 at 07:14
참 좋은 회사네요.
나도 아이들 키울때는 하루만이라도 혼자 있었으면 싶을 때가
있었지만 우리 시대는 그 소원을 이루어 보지 못했지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