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블 이웃들이 그립습니다

조블 이라고 불리던 조선닷컴 블로그에서 활동하던 블로거들이 신문사 사정으로 강제로 흩어지고  세월이 많이 흘렀는데도 아직 조블을 그리워하는 블로거들이 많습니다. 저부터도 그렇습니다. 

조블엔 대부분 참한 사람들이 모여서 놀았지만, 남의 글이나 잡다한 것을 긁어 와서 하루에도 수 십 개씩 포스팅하는 블로거가 없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조블이라는 한 울타리 안에서 대부분 오손도손 정답게 이웃들과 지냈습니다.
외국에 사는 교민들이 많아서 다양한 지역의 이야기를 듣고, 사람들을 알고 생경한 풍경들을 접하고 재미난 이야기들을 들었습니다. 블로그가 아니면 평생 인연이 없었을 그런 사람들과 안부를 주고받으며 약 10년을 살면서도  블로그가 사라진다는 생각은 꿈에도 못했습니다. 평생 계속될 것 같던 곳이 없어진다고 했을 때, 예기치 않은 교통사고를 당한 것만큼이나 블로거들에겐 큰 충격이었습니다.
조블에는 젊은 사람들보다는 중년 이상의 시니어들이 많았습니다. 보수언론사의 블로그라 당연한 일입니다. 저도 저의 아버지가 보던 조선일보를 대를 이어서 봐왔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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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닷컴에서 누구의 결정인지는 모르지만 어느 순간 블로그를 닫겠다고 공지하고 실행했습니다.
노인들의 놀이터만 제공하고 블로그가 조선닷컴에 유익을 끼치지 못한다고 판단했나 봅니다.
수만 명의 조선닷컴 블로거들은 다음으로 네이버로 강제로 흩어지게 되었습니다.
저도 선택의 여지없이 이메일을 쓰는 네이버로 이사를 했습니다.
조블에서는 하루에 수 천 명의 뷰를 기록할 때도 있었고 토털 뷰는 500만이 넘었습니다.
요즘 네이버에선 하루에 수 십 명 그것도 조블에서 친하던 조블 이웃들이 서로 방문하는 정도입니다.
말그미님, 엔젤님, 해연님, 소리울님, 호주의 모자님, 미국의 벤조님, 도토리님, 그리고 파랑님, 푸른님, hsunny23……. 이런 이웃분들과 이웃하여 소소한 소식을 나눕니다.

네이버는 한국 내 검색포털 중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포털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이용자들의 세계 인식과 가치관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요즘 드루킹 사태를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메인 기사의 배치를 통해 여론을 형성하고 콘텐츠를 생산하지는 않고도 그것을 보유 관리하면서 여기에서 파생하는 권력과 이익을 얻을 수 있어서 네이버는 공룡이 되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가 개인의 소소한 이야기로는 발붙이기 어려운 풍토입니다.
블로그 마케터라는 직업의 형태가 생겨나 그들이 블로그를 이끌고 있기 때문입니다.
프로 마케터는 한 인간의 구체적인 삶을 만들고, 공감을 끌어내며
그것을 토대 삼아 광고 효과를 발생시킵니다.
인기 블로거가 입는 옷, 그가 쓰는 생활용품, 바르는 화장품, 인테리어 이런 것들이
광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맛집도 그렇습니다.
맛 집을 검색해 보면 대가를 받고 포스팅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렇게 프로 마케터들이 기술적으로 만들어 낸 콘텐츠를 일반 블로거들이 따라잡기는 요원한 일입니다

본래 블로그는 일지 형식의 글로 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일기 칼럼 등을 자유롭게 올리는 용도로 등장했습니다.
이웃 기능이 있어서 사람들은 서로의 블로그를 방문해 삶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개인의 걱정을 나누고 위로하고 소소한 정보도 공유하면서
개인은 다른 개인에게 열리면서 수평적 네트워크로 연결됩니다.
그런데 이 수평적 흐름이 포털을 통과하면서 수직적으로 배열됩니다.
검색을 통해서 순차적으로 배열되는 블로그는 순수 표현물로서 기능하지 않고
정보가 되고 광고가 됩니다

네이버와 비교해 보면 조블은 순수한 블로거들의 장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라 일방적인 폐쇄도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그곳에서 놀던 수많은 블로거들은 맥없이 싸주는 짐을 받아들고 정든 곳을 떠나야 했습니다.
 새삼 조블 이웃들이 그립습니다.

1 Comment

  1. 데레사

    2018-04-29 at 19:26

    나도 마찬가지로 언제나 조블의 그 이웃들이 그립습니다.
    다음에다 블로그를 해보지만 솔직히 이웃맺기도 겁나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이웃맺자고 해서 가보면 뭘 팔거나 아니면 조회수 올리기 위해서
    마구잡이로 똑 같은 댓글 달고 다니는 사람이거나 그래요.
    순수했던 조블 이웃들이 그립고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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