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을 하려고 집에서 나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더니
15층에 사는 할머니가 타고 내려왔습니다.
할머니는 1년여 전에 이사 온 분인데 가끔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인사를 나누는 정도의 이웃이라 잘 알지 못하는 분입니다.
같은 라인에 사는 36가구가 이사를 모르고 사는 원주민(?) 들이 대부분이고
엘리베이터를 함께 사용하고 있어서 가족 구성원들을 거의 아는데
가끔 새로운 이웃이 생기기도 합니다.
출근길, 싱그러운 5월에 감격하면서 한 컷
15층 할머니는 시장 갈 때 사용하는 바퀴 달린 장바구니를 끌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저에게 어디 가냐고 물었습니다.
교회 갑니다.라고 대답을 했더니
저를 곁눈질도 아닌 정면으로 아래위를 쓰윽 훑어보더군요.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는지
“아니~ 어디 일하러 다녀요?”
라고 다시 나에게 물었습니다.
“아 네~ 병원에서 일해요.”
“병원~ 병원에서 일하시는구나. 치매 걸린 환자들 대소변 받아내기 힘들지 않아요?”
“기저귀 가는 일은 간병인들이 해요.”
“그럼 병원 식당에서 일해요?”
“네? 네~ ㅎㅎㅎ”
그렇게 뒷말을 흐리고 말았습니다.
60대 여자가 일하러 나간다고 하면 식당 일이 가장 어울려 보이나 봅니다.
이 나이에의 여자가 병원에서 하는 일은 간병인과 식당일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셨나 봅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현관을 지나 정문 경비실까지 나란히 가게 되었는데
나도 급 할머니가 어디 가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어머니는 어디 가세요?”
“노인정에 가요.”
“어머니 연세가 어떻게 되셨는데요? 노인정에 가서 놀기엔 너무 젊어 보이는데요?”
“그래서 안 가고 싶은데 나보고 노인정 총무를 하라고 해서 노인들 밥해요.”
“아~ 그러시구나!”
“연세가 어떻게 되셨어요?”
“나? 일흔셋이에요.”
“힘들지 않으세요?”
“힘은 들지만 집에서 놀면 뭐 해요. 노인정에 가서 밥이라도 해야지.
내가 그 집처럼(저를 보시면서) 젊으면 식당에 가서 돈 받고 일 할 탠데…….”
할머니는 식당에서 월급 받고 일한다고 생각하는 나를
진심 부러워하는 눈빛으로 쳐다봤습니다.
이웃 할머니와의 대화중에 느낀 것은 남자도 마찬가지겠지만
여자는 나이 60이 넘으면 일 할 곳이 많이 없습니다.
설거지 같은 일은 평생 하던 일이니까
기력만 쇠하지 않으면 할 수 있는데
그도 70이 넘으면 취업이 어려운가 봅니다.
식당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도 부러워하는 분이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