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라군은 물색이 비취옥의 빛깔처럼 곱고 짙은 선녹색이라 누구라도 풍덩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습니다.
한국의 수영장은 바닥에 푸른색을 칠해 물빛이 푸르게 보이지만 자연적으로 생긴 물웅덩이가 에메랄드 색으로 보이는 것은 정말 신비했습니다.
사람들이 물웅덩이로 텀벙 텀벙 뛰어드는 것을 보면서 저 물이 얼굴을 넣어도 될 정도로 깨끗한가 하는 걱정을 혼자 했는데 해답도 혼자 얻었습니다. 수질 오염 걱정 없이 뛰어들 만 한 자연환경이 그 해답입니다.
라오스 5월은 밤에만 비가 내렸습니다.
여행 중에 보니까 낮 동안은 쨍쨍하다가 밤에 호텔방에 들어가서 누우면 뇌성벽력이 몰아쳐서 내일 투어를 계속할 수가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폭우가 쏟아진 날에도 아침이 되면 땅에는 군데군데 물이 고여 있지만 깨끗하게 씻긴 맑은 날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비가 조용히 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천둥번개가 요란하고 땅을 다 쓸어버릴 듯 기세로 쏟아지다가도 아침이 오면 고요했습니다. 관리인도 없는 풀장인 천연 물웅덩이 블루 라군은 자연히 어제 사용한(?) 물을 내보내고 새 물을 받아 채웠던 겁니다. 밤새 저절로 물을 갈아 넣었고 흐르는 물이라 사람들이 아무 거리낌 없이 뛰어들 수 있었습니다.
블루 라군에서는 각본에도 없는 즉석 예능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블루 라군에서는 다이빙이 머리부터 입수하는 것이 아니라 서있는 자세 그대로 떨어지기 때문에 물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으면 한 본 해볼 만 한 놀이입니다. 비키니를 입은 예쁜 몸매의 서양인이나 우리나라 여인들이 뽐내듯 맵시 있게 나무 위에서 물속으로 뛰어내리는 모습을 보는 것도 볼만한 구경거리입니다. 조금 체중이 나가 보이는 아저씨들도 동심으로 돌아가 풍덩 뛰어내리는 모습을 즐겁게 구경하고 있노라니, 배도 나오고 통통하게 생긴 여자분이 다이빙대에 올랐습니다. 이 여인은 뛰어내릴 듯 내릴 듯 계속 폼만 잡았습니다. 두 팔을 앞뒤로 흔들며 뛰어내릴 포즈를 취하다가는 멈추기를 10번도 넘게 한 것 같습니다. 발이 다이빙대에서 도저히 안 떨어지는 듯 벼르는 모습을 보는 구경꾼들이 아슬아슬해서 가슴을 조였습니다.
다리를 굽혔다 폈다, 팔을 흔들었다 멈췄다, 발을 구를 듯하는 포즈를 취하길 아마 10여 분했을 겁니다. 용기가 없어서 도저히 못 하겠으면 옆으로 비켜 나오면 되는데 포기하지도 않았습니다. 뒤에 서있던 사람이 그만하라는 제스처를 보내도 무시하고 등을 밀어 주려고 해도 못 하게 하고 계속 벼르기만 했습니다.
정해진 룰은 없지만 차례를 지켜서 하는 놀이라 구경꾼들이나 뒤에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민폐처럼 보였습니다. 옆으로 밀려나지도 않고 그냥 버티는데 타고난 기질이 있어 보였습니다. 기어이 뛰어내리려고 하는 그 노력이 가상하기는 한데 구경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켜 놓고 결단하지 못하는 그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결국 그 여인은 뛰어내린 것이 아니라 삐끗하여 의도하지 않게 나무에서 미끄러지며 떨어졌습니다.
구경꾼들의 시선을 오래 붙잡아 놓고 망설임을 너무 길게 하더군요. 각본에 없는 즉석에서 일어나는 해프닝이 즐거운 것은 그 일회성 때문인데 관객이 지루할 정도로 오래 폼만 잡으니까 시시하더군요. ^^그분은 분명 우리나라 여인은 아니었습니다. 맵시를 중요하게 여기는 한국 여인들은 옷차림도 세련되었고 물에서 많이 놀아본 모습으로 망설임 없이 날렵하게 뛰어들었습니다. 우리는 체면 때문에 물에 뛰어들 자신이 없는 사람들은 아예 다이빙대에 올라가지도 않고, 올라갔다고 하면 망설임 없이 빨리 뛰어내립니다. 바닷가에 사는 친구와 같이 갔었기에 “너도 한 번 해봐.”하고 권했더니 피식하고 웃더군요. 다이빙하기에는 지나친 나이라는 듯이요.
물웅덩이 색깔이 너무도 아름다워 물가로 내려가 두 손으로 물을 떠 봤습니다. 멀리서 보는 물빛과는 다르게 한 움큼 손바닥에 퍼 올린 물은 뿌연 흙탕물이었습니다.
데레사
2018-05-20 at 16:54
라오스, 못 가 봤습니다.
자연이 순수 그태로 남아 있는곳 같아요.
어딜 가도 남을 배려 안하는 사람은 꼭
있게 마련이지요.
그나저나 인터넷 조선이 확달라지면서 조그만
하던 위블 안내도 없어져 버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