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세렝게티 수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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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세렝게티라고 불리는 수섬입니다.

 

한국의 세렝게티라고 불리는 수섬은 시화방조제가 만들어지고 나서 섬과 섬 사이에 자연스레 형성된 갯벌입니다. 곳곳에 하얀 소금기가 서려있는 늪지에 들어서자 낯선 우주에 간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거의 육지화가 되어가고 있는 단계이기에 머지않아 개발되어 도시가 들어설 것이라 했습니다. 한국의 세렝게티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저는 가 보진 않았지만 아프리카 세렝게티 같은 분위기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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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섬엔 새하얀 삘기꽃이 들판 가득 피어있었습니다.
삘기꽃은 이름이 특이해서 낯선 식물인가 했는데, 벼처럼 생겼고 들판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식물이지만 커다란 군락을 이뤄서 신비감을 자아냈습니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들판 저쪽 지평선엔 사진작가들의 소재로 쓰이는 나무 한 그루가 외롭게 서 있었습니다. 그 나무 이름은 “나 홀로 나무”라고 불린답니다. 그러나 저 멀리 아득한 곳에 나무 한 그루가 마주 보고 서 있었습니다. 서로 바라보고 있으면 외롭지는 않을 것 같은데 가까이 갈 수는 없으니 외롭기는 마찬가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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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이 빗물에 오랜 세월 씻기기는 했지만 엷은 소금기가 살얼음처럼 남아있고 함초가 자라있었습니다. 약이라고 해서 작은 줄기를 꺾어서 맛을 보기도 했습니다. 함초의 ‘함’은 짠맛을 의미하는데 소금을 흡수하면서 자라기 때문이랍니다. 고혈압과 당뇨에 효과가 있고 해서 함초를 환으로 만들어 약으로 먹기도 합니다. 함초가 자라기엔 최적의 장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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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초지 위를 덮는 삘기꽃은 5월 중순에 피기 시작하여 하순에 절정을 이룹니다. 아침저녁 역광에 반짝이는 삘기꽃을 보러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날이 잔뜩 흐린 날 해질 무렵에 갔는데 드넓은 초원과 바람에 하늘거리는 삘기꽃 군락이 슬픔처럼 가슴으로 스며들어왔습니다.

봄에는 삘기꽃이 아름답고, 여름에는 푸르른 초원이 가슴을 탁 트이게 하고, 가을과 겨울에는 퇴락한 들판의 스산한 분위기를 만날 수 있는 곳이 한국의 세렝게티 수섬입니다.
개발되기 전에 가 보게 되어 다행인데 가을쯤에 한 번 더 가고 싶은 곳입니다.

1 Comment

  1. 신재동

    2018-06-09 at 22:48

    아프리카를 여행하고 쓴 글 같네요.
    생뚱맞은 이름의 벌판이 아프리카를 닮았고
    풀이름마저 아프리카 외지어 같습니다.
    아프리카라고 해도 믿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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