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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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에는 비행기를 타는 일은 쉽지가 않았습니다.
일단은 국민소득이 낮을 때라 고가의 이동 수단을 이용할 수 없었고 일반인이 해외에 나갈 일도 많지 않았습니다. 해외에 나가려면 소양교육이라고 해서 몇 시간씩 간첩에게 포섭당하지 않는 법 등을 교육받았습니다. 그 후에 소양교육필증을 여권 뒤에 붙여야 했습니다.
소양교육뿐 아니라 신원조회도 엄청 까다로웠습니다. 연좌제라는 것이 엄할 때라 본인은 물론 형제와 부모 조부모 삼촌 사촌 팔촌의 전력도 봤습니다. 전력이란 전과하고는 다릅니다. 전과는 자신의 범죄사실이지만 전력이란 집안 어른들 중에 전쟁 중에 공산당에 협조한 사실이 있어도 신원조회에서 탈락했습니다. 해외에 나갈 때는 정치 성향 같은 것도 알아봤다고 했습니다.
나는 무슨 일인지 신원조회가 빨리 이루어지지 않아서 종로에 있던 여권과를 찾아갔더니 담당자다 이수근이라는 전향간첩 이야기를 하면서 신원조회가 완료되지 않았다고 기다려보라고 했습니다. 그때는 좌익 이미지로 찍히면 사회생활에 여러 가지 제약이 많았습니다.
그 당시 나는 시립병원에 근무하는 공무원 신분이었고 공무원을 시작할 때 이미 신원조회를 통과했었습니다. 해외에 나갈 날은 촉박한데 신원조회가 계속 안 되고 있어서 주소지 관할 경찰서를 찾아갔습니다. 어렵게 담당자를 찾았더니 우리 집이 아주 후진 동네에 살아서 이런 동네 사는 사람들이 외국을 나간다는 것이 어울리지 않아서 보류 중이라는 말을 담당 형사가 능글거리는 웃음을 띠며 노골적으로 했습니다. 지금 저런 마인드를 가진 공무원이 있다면 가만두지 않을 건데 그때는 공권력 앞에 개인은 무력하기만 했습니다.
대한항공

어렵게 신원조회를 마치고 여권을 받아서 김포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탔습니다.
푸른 몸체에 태극 날개도 선명한 비행기를 타는 일은 말 그대로 하늘을 나는 듯 너무도 행복했습니다.
조그만 창을 통해 밖을 내다보느라 눈을 뗄 수가 없었고 하얀 구름 위로 날아가는 것이 꿈같았습니다.
중간에 방콕 공항을 경유해서 기름을 넣고 다시 우리나라와 7시간 시차가 나는 나라에 갔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비행기가 땅에 쿵 하고 랜딩을 하는 순간에 누구랄 것도 없이 비행기 안에서 박수가 터졌습니다.
분명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비행기 안에 탔던 모든 승객이 감격에 겨워 한마음으로 손뼉을 쳤습니다.
지금도 러시아에서 비행기를 탔더니 랜딩 시 손뼉을 치더라며 촌스럽다는 뜻으로 말하는데
우리도 40년 전에는 그랬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고향이 그리우면 비행기가 있는 공항 근처로 가서 늠름하게 서있는 대한항공 비행기를 보다가 집으로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저 비행기만 타면 내 부모 내 형제가 있는 한국으로 갈 텐데 하면서요.

작년인가 고령의 어머니를 모시고 대한항공으로 여행을 갈 때 대한항공 데스크에서 왕복을 다 비즈니스로 업그레이드해주고 페스트 트랙으로 다니게 해 주어서 감격한 적이 있습니다.
나에게 대한항공은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국적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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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오너 가족들이 욕을 먹고 있는 이때에 왜 대한항공 이야기를 하냐 하면요
유난한 오너 가족 때문에 대한항공이 위축되는 것이 안타까워서입니다.
오너 가족은 품위를 지키며 멋지게 살 수 있는데 왜 있는 것도 누리지 못하고 저런 인격으로 살까? 불쌍하기까지 합니다.
오너 일가가 회사를 욕먹게 하는 상스러운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오너 가족에 대해 비난은 하지만 회사를 망가트려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개인의 잘못을 따져서 법으로 해결할 일이지 기업을 위축시켜서 나라에 유익할 일은 없습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울 일은 아닌 것입니다.

요즘에는 저가항공이 많고 저렴한 여행을 선호하니까 대한항공을 잘 타지는 못해도 대한항공은 아시아나와 함께 우리나라의 우아한 날개입니다.

1 Comment

  1. 윤정연

    2018-06-06 at 12:50

    이글을 읽으니 조양호 씨와 구본무 회장님이 너무 비교가 됍니다 왜그리 이명희는 포악하고 딸들도 그따위로 키웠을까요?오죽하면 직원들이 나서서 물러나라고 할까요? 보통시민들도 합세해서 가진자의 배풀줄 모르는 인간들을 본떼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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