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복이 많아서

요즘엔 커피와 함께 떡으로 아침을 먹는데 속이 든든하고 좋습니다
사부인께서 봄에 직접 뜯은 쑥을 방앗간에 가지고 가서 떡을 해서 보내온 것입니다. 먹기 좋게 한 팩씩 포장된 것을 냉동실에서 꺼내 전자레인지에 돌리거나 프라이팬에 노릇하게 구워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방앗간에서 기계로 뽑은 가래떡도 절편과 가래떡 두 가지 모양이고 가래떡도 흰쌀만으로 만든 떡국 떡과 쑥을 넣어 만든 쑥떡이 있습니다. 프라이팬에 구워 먹으면 맛있는 절편도 흰떡과 쑥떡 두 가지이고 찹쌀에 쑥을 넣어 만든 찹쌀떡도 조그만 덩어리로 한 개씩 포장해서 한 끼에 먹기 딱 좋게 했습니다. 떡만 해도 벌써 종류가 다섯 가지라 아침에 냉장고 문을 열고 흰 절편을 먹을까 찹쌀 쑥떡을 먹을까 잠시 고민도 합니다. 오늘 아침에 식사로 떡을 먹으면서 나는 새삼스럽게 정말 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떡뿐 아니라 과일도 수시로 보내오는데 어디서 구입을 하는지 먹을 때마다 과일 맛에 감탄을 합니다. 나는 그렇게 맛있는 과일을 고를 재주가 없습니다. 포도 철에는 포도를 보내고 참외 철에는 참외를, 맛있는 것만 골라서 보냅니다. 사과, 수박, 곶감까지 보내는데, 아이들 먹일 반찬도 여러 가지 해서 떨어지지 않게 보내옵니다. 잔멸치 볶음에 장조림, 김치도 물김치 포기김치 오이김치 파김치 김치 종류도 어찌나 많은지 모릅니다. 힘드신데 반찬 안 해주셔도 된다고 여러 번 사양을 했는데도 아이들과 잘 먹어주기만 하면 행복하다고, 본인 취미니까 말리지 말라고 하는군요.

부엌일에 재주 없는 사돈이 아들과 손자들을 굶길까 봐 이렇게 열심히 음식이랑 과일을 나르시는 걸까? 억지스러운 생각도 여러 번 했는데 그것도 7년 넘게 받아먹다 보니 이제는 뻔뻔해져서 아무 생각 없이 잘 받아먹습니다. 냉장고에 과일이 떨어져간다 싶으면 어느새 채워져 있고, 김치를 보내와서 냉장고에 넣으려고 보면 우리 집 김치 통이 거의 빌 때가 되었습니다. 우리 집 부엌살림을 감시 하나 싶을 정도로 냉장고 사정을 훤히 압니다.

사부인의 정성으로 아이들은 잘 먹고 쑥쑥 자라고, 전기밥솥에 밥만 하면 아이들을 먹일 수 있게 반찬이 있으니 한이 엄마가 자기 일을 하면서 부엌살림에 시간을 덜 써도 됩니다.

우리 사부인은 요리하는 것이 취미이고 정말 부지런한 분입니다. 자투리 시간에도 쉬지 않고 집 근처 노는 땅을 빌려서 감자도 심고 고구마도 심고해서 농사지은 농산물을 보내옵니다. 가을에는 산에 가서 도토리를 주워서 순도 100% 도토리묵을 쑤어서 보내옵니다. 일상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음식을 정성껏 장만해 보내는 사부인께 감사를 드려야 하는데 매번 인사치레의 말도 미안한 것 같아서 아무 말 못 하고 받아먹기만 합니다.

지인들께 우리 사부인 얘기를 하면 나보고 복이 많다고 부러워합니다.
먹는 것을 좋아해서 잘 먹기는 하는데 요리는 평생 해 본 적이 없으니(라면 정도는 끓여 먹지만^^) 이런 분을 사부인으로 정해주셨나 할 정도입니다. 주말에는 사부인을 닮아 요리가 취미인 사위가 음식을 만들어 식구들을 먹이며 행복해합니다. 게으른 사람도 먹을 복이 많으면 이렇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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