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람 이기호

이기호 소설가는 자녀가 세 명이라고 합니다.
세 명이 다 초등학생인데, 집에는 자녀 친구들이 매일 놀러 오고, 어떤 아이는 제 집인 양 와서 놀다가 잘 때가 되어야 돌아간답니다. 작가는 자녀 친구들의 이름은 물론 그들의 부모님과도 친하게 지낸다는군요. 거북이 두 마리와 강아지도 한 마리도 함께 살 고 있어서 이기호 소설가는 “집이 늘 쑥대밭 같다.”라는 표현을 했습니다. 그 댁 아이들은 즐겁고 행복하겠지만 쑥대밭에서 소설을 쓰는 작가분이나 그 가정을 돌보는 소설가의 아내가 고생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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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게 질문하는 시간이 있기에 소심하게 물었습니다.
“작가님은 무척 바쁘실 텐데 집안일에 도움을 주시나요?”
이기호 씨는 대학 문예 창작과 교수이고 글을 써야 하는 일로 시간상 집안을 돌보지 못하는 것은 뻔한 일입니다. 아이들과 친구들이 놀다가 저녁까지 먹고 가는 모습이 우리 집과 비슷해서 친근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리 집에는 유치원 다니는 어린이 두 명에 햄스터 두 마리에 물고기 네 마리, 올챙이까지 삽니다. 알에서 꼬랑지가 생기고 뒷다리가 나오는 등 개구리의 변태 과정이 신기한 아이들은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데리고 옵니다. 올챙이가 아니더라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아이 친구와 엄마들까지 우리 집에서 놀다가 저녁까지 먹고 가고 나면 딸이 녹초가 되더군요. 그러니 매일 자녀와 자녀의 친구들까지 거두는 소설가의 아내는 몹시 힘들 것이고 그 모든 과정에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 번 하지만 소설가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의외의 답을 들었습니다. 음주를 안 하는 작가는 일정한 시간에 퇴근하여 집에 돌아와 아이들과 놀아주고 씻겨서 막내가 밤 10시 즈음 잠이 들면 집에서 떨어진 작업실로 옮겨가 새벽 3~4시까지 글을 쓴다고 합니다. 보통은 아이들을 돌보는 것은 아내에게 맞기고 그 시간에 글을 쓸 것 같은데 그러지 않는 작가의 모습이 우리 사위와 비슷했습니다. 우리 사위도 퇴근해 오면 자녀들을 열심히 거두는 모습이 예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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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 작가에게서 배운 학생들이 문단에 진출하면서 “이기호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런 당선 소감을 여러 번 본 어떤 분이, “교육자로서의 이기호 작가가 존경받는 것을 느낀다.”라고 말하자 이기호 작가는 “갑자기 울컥한 마음이 든다.”라고 하면서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와 첫 합평 작품을 내면 이기호 작가는 도를 닦은 심정으로 읽는다고 합니다. 문창과를 지원한 학생이 쓴 글이라도 거의 흑사병 수준이라는 겁니다. 하얀 것은 종이고 검은 것은 글자라고 이해를 한다고 했습니다. 어느 글은 중국어나 일본어로 쓰인 듯 외국어처럼 읽기 어렵다고 합니다. 처음엔 거의 자기 이야기를 쓰는데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 지적하면 “그거 실화예요.” “그거 제가 다 겪었어요.” “실제 상황이에요.” 이렇게 말한다는군요. 저도 그런 합평 수업을 받아봤기에 실감 나는 얘기였습니다.

글쓰기가 쉽지 않은 것은 대부분 자기 주변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쓰기 때문에 자기검열에 걸리고 남의 눈을 의식하다 보니 자신을 객관화 시켜놓고 보는 관점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라도 문장을 숙성 시켜 쓰는 습관을 가지면 직접적이고 폭력적으로 다루어질 부분에 미학이 들어가고 작은 일은 크게, 큰일은 작게 만들어 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있는 그대로 날 것으로 쓰면 선동적일 수는 있지만 소설로서 수명이 짧고 두 번 다시 읽기가 싫어진다는 말도 했습니다.
좋은 글을 쓰려면 독서를 많이 해야 하는데 일 년에 100권을 봤다는 둥 200권 돌파를 했다는 둥 그러는 것보다는 같은 책을 여러 번 읽으면 좋고, 좋은 글을 여러 번 읽다 보면 문학병(?)이 든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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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문학상을 받았을 때 부모님이 좋아하셔서 문학상은 효도 상이라고 웃으며 말하는 모습은 천진난만했습니다. 어릴 때 박경리 선생님댁 초인종을 누르고 도망가곤 했다는데 이야기도 했습니다. 어떤 할머니가 이사 온 집은 친한 친구네가 살 던 집이었답니다. 박경리 선생님이 사위인 김지하 시인의 옥바라지를 위해 원주로 이사 온 것이었는데, 친구네가 이사를 간 것이 그 할머니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매일 초인종을 눌렀다고 했습니다. 벨을 누르면 집에서 마당을 지나 대문을 열고 나와 봐야 하던 때라 토지가 그렇게 오래 쓰였나 하면서 웃었습니다. 그 할머니가 박경리 작가라는 것도 나중에 고등학교에 가서 알았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로 두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소설가는 픽션, 즉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기호 작가는 평범한 사람들 삶 속에서 예외성과 의외성, 현실을 넘나드는 허구성을 그려낸다고 했습니다. 이기호 소설가의 소설은 우선 쉽게 읽히고 재미있습니다. 이기호 작가의 책을 많이 읽었는데 한 번 만나고 나니 더욱 친근하고 단번에 팬이 되었습니다.
이기호 작가의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는데 나는 “착한 사람 이기호”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1 Comment

  1. 데레사

    2018-07-25 at 11:51

    나는 왜 이 작가를 모를까요.
    이상하네요.
    책을 누구보다도 많이 읽는데 이분글을 읽은
    기억이 없습니다.
    당장 이따 동네 도서관에 갈텐데 한번 찾아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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